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사실 영화를 잘 알지 못하는 나조차도 알고 있는 영화제가 있다면 바로 전주국제영화제이다. 올해 25주년을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는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슬로건으로 5월 1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됐고, 나도 이번에 5월 3일부터 5일까지 2박 3일간 전주국제영화제를 다녀왔다.
전주국제영화제에 방문하기 전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면, 전주국제영화제가 많은 영화제 중에서도 가장 ‘영화 축제’의 분위기가 나는 영화제라는 후기가 많았다. 왜 그런 건지는 현장에 방문한 후 알 수 있었다. 독립영화를 알리고자 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취지에 맞게 상영작은 대부분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구성되는데, 이 영화들을 보다 보면 ‘진짜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영화에 진짜가 어딨고, 가짜가 어딨냐마는 최소한 내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람한 영화들은 감독이 영화에 담은 메시지가 있었다. 평소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재밌긴 한데....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뭐지?’ 싶은 영화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지루하진 않은데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는 걸 찾기는 어려웠고, 결국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 생각에 빠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어렸을 때는 영화를 좋아하는 아빠를 따라서 반강제적으로라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영화를 본 내가, 성인이 되어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면서 내 의지로 극장에 잘 가지 않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마다 취향과 생각이 다르겠지만, 요즘 대부분 영화의 러닝타임은 2시간 이상이고 이 긴 시간 동안 계속 집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재밌고 자극적인 내용이더라도 푹신한 의자와 영화관의 적당한 온도는 나를 잠들게 했고, 결국엔 당연하게도 영화 중간에 깨서 끝까지 무슨 내용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사실 전주에 가기 전날, 전주를 가는 시외버스 차, 영화관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도 ‘큰맘 먹고 가는 영화제에서 또 잠들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박 3일 동안 6편의 영화를 보면서 한 번도 잠들지 않았기에 이것이 어느 정도 이번 영화제에 만족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증표이기도 하다.
감독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독립영화의 특성 때문에, 영화를 관람하며 감독이 영화에 담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각각의 장면이 영화에 담은 메시지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나름의 해석을 하기도 하고, 궁금증으로 남은 장면도 있었다. 이번 학기에 미디어와 관련된 교양 수업을 듣는데, 교수님께서 거의 수업마다 말씀하시던 “미디어를 보는 수용자는 미디어가 전하는 서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서사를 적극적으로 재구성한다”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각각의 장면을 보면서 궁금증으로 남은 부분에 대해서는 관객과의 대화(GV) 프로그램에서 질문할 수 있었다. 예매할 땐 몰랐는데, 내가 예매한 모든 영화에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이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궁금증이 많아졌던 나는 영화를 직접 제작한 감독과 배우들에게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이 즐거웠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은 독립영화는 유튜브에서 영화 해석 영상이나, 관련된 내용을 접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감독이 어떤 의도로 장면을 묘사했는지, 배우들은 어떤 감정으로 해당 장면을 연기했는지 알 수 있었는데, 특히 영화 장면에 대한 배우들의 해석이 가장 신기했다.
영화 <낭인> GV 프로그램
예를 들어, 영화 <낭인>에서 사고사로 묘사되는 주인공 위안용의 죽음에 대해 위안용을 연기한 황얀 배우는 “개인적으로는 애초에 위안용이 사고사가 아니라 아무리 애써 봐도 집을 벗어날 수 없고,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자살한 것으로 이해했다. 그렇다면 왜 하필 그 시점에 자살을 선택했느냐 하면, 위안용은 서핑을 배우면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두 인물을 만났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던 자기가 소중한 사람들 앞에서 성공을 해내고 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 의미 있는 죽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시점을 선택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를 포함해 주위의 관객들은 황얀 배우의 대답을 들으면서 놀랐는데, 위안용이 평소에 우울한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으며 친구들과 함께 행복한 서핑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황얀 배우는 위안용이 겉으로는 센 척하지만, 사실 셋 중에서 가장 약하고 고통받는 내면을 갖는 인물로 해석한 듯했다.
이번에 방문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학보사에서 취재차 이번 영화제를 방문했었는데, 영화제에 방문한 시민들을 인터뷰하면서 인터뷰 답변자들이 얼마나 영화제에 진심인지 알 수 있었다. 부산, 서울, 경기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오직 영화를 위해 모인 것에서 영화제에 대한 그들의 애정을 느꼈고, 인터뷰 답변을 들으면서는 내가 만약 인터뷰 답변자가 됐더라면 저 사람들만큼의 답변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를 한 시민 중에서는 7일 동안 근처 숙소에 머물며 영화제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해서 놀라기도 했다.
전주국제영화제 팁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들의 티켓팅은 생각보다 치열했다. 그렇기에 보고 싶었던 6편의 영화 중 3편의 영화만 당일 티켓팅에 성공했었지만, 취소 티켓 예매에 성공해 결국 5편의 영화를 예매할 수 있었다. 자신이 보고자 하는 영화 상영 전날 취소 티켓이 나는 경우가 많으니 상영 전날에 취소 티켓을 확인하길 바란다.
또한, 온라인 예매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전주시민특별상영’, ‘골목상영’ 등 무료로 진행하는 영화 상영 프로그램도 있어 무료로 진행하는 영화가 상영되는 시간대를 확인한 후 상영관으로 들어가면 된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의 방문은 독립영화의 매력을 찾을 수 있는 경험이었다. 독립영화는 잔잔하지만, 그 파동이 오래 남는다. 이 잔잔한 파동으로 인해 깊은 생각에 잠기고 계속해서 독립영화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독립영화의 잔잔한 파동은 일상 속에서 너무 많은 자극에 둘러싸인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