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20220918143020_lmniacoa.jpeg

 

 

캔자스 시골마을에 살던 도로시는 어느 날 토네이도에 휩쓸려 마법의 대륙 오즈에 떨어진다. 이상하고 낯설기만한 이 곳에서 도로시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모험을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만난 여러 친구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뮤지컬 <오즈의 의류수거함>은 ‘자음과모음 문학상’을 수상한 유영민 작가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판타지 소설 원작 <오즈의 마법사>에서 제목과 모티브를 가져왔다. 한 소녀가 모험을 떠나며 만난 친구들과 문제를 해결하고 무사히 여정을 마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인공 도로시와 등장인물 195, 마녀와 마마 등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이 연대하며 치유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밝고 명랑한 소녀 도로시는 고대하던 외고 입시에서 떨어진 후 한동안 삶의 목표를 잃고 우울에 빠진다. 그러다 호주로 훌쩍 떠나겠다는 꿈이 생기는데, 그 경비를 의류수거함에 있는 옷을 털어 ‘마녀’가 운영하는 구제 의류숍에 넘겨주며 받는 돈으로 충당하고자 한다.

 

도로시는 밤의 세계를 살아가며 거리의 노숙자, 폐지 할머니 등 낮의 세계에서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친구가 된다. 어느 날 195번 의류수거함에서 버려진 수첩 하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안에는 위험한 일을 준비하는 듯한 누군가의 일기가 적혀 있었다. 도로시는 그 안에서 한때 자신도 겪었던 익숙한 우울, 좌절, 그리고 절망을 발견한다.

 

수첩의 주인을 195라 이름붙인 도로시는 과거의 자신과 같은 상처를 공유하고 있는 듯한 이 사람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그렇게 밤의 세계에서 만난 친구들과 묘책을 마련해 '195'를 만나는데 성공하고,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195'의 결심을 돌이키기 위해 'Re-born' 프로젝트를 계획하는데.

 

 

1313.jpg

 

 

밤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매력적이다.

 

밤은 ‘죽은’ 시간이지만 꿈을 꾸고 활동하는 시간, 즉 ‘살아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낮에 학교, 학원을 가는 청소년들에겐 특히나 밤이란 무언가 꿈같은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는 시간이다. 환상적이고 마법같은 연극 속 분위기는 따뜻한 한 편의 동화같기도 하다.

 

의류수거함에는 별의별 것들이 다 나온다. 옷이라는 건 누군가가 한동안 입었던 물건이자 그 사람의 추억이 담겨 있는 무언가다. 그 옷을 입고 거리를 걷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맛있는걸 먹고 일상을 살았던 누군가의 추억과 시간은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가 흔히 스쳐지나가는 의류수거함은 어떤 의미에선 추억 보관함이 된다. 이어지는 또 다른 누군가의 추억이자 나눔이 된다.

 

퍽 낭만적인 의류수거함에서 도로시는 자신과 같은 상처를 가진 누군가를 발견한다. 195는 수첩을 왜 그저 쓰레기통이 아닌 의류 수거함에 넣었을까? 우연인지 아닌지, 195가 버린 절망은 누군가에게 발견되에 또 다른 희망으로 다시 재사용된다.

 

도로시가 만난 195는 자신과 같은 또래의 남자아이였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며 둘은 서로의 상처를 터놓고 이야기하게 된다. 힘내,라는 말 없이 서로의 기억과 추억을 공유하는 것 만으로도 서로는 서로에게 위로가 됨을 느낀다.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별일 아니라는 말보다, 괜찮을거라는 말보다 나랑 똑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게 백배천배 위로가 된다.' 같은 상처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같은 경치를 보았던 경험이 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 한 마디, 누군가가 내민 따뜻한 손 하나가 오늘도 한 사람을 살게 한다. 또다른 누군가의 추억이 될 의류수거함 속 옷처럼, 절망에서 희망이 된 195의 상처처럼, 그렇게 내민 손으로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하게 된 도로시처럼.

 

마법처럼 따뜻하고 동화같은 힐링 뮤지컬이었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