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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아, 그거 그렇게 하는거 아닌데 - 위대한 거부 [문화 전반]

by 김상준 에디터
2024.05.11 13:21

 

 

조금 바꿔보자. “그게 맞아?”. 군필자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문장. 우리가 언제든 붕어빵을 살 수 있는 훌륭한 어른이 되고자 늘 현금 3000원을 가지고 다니듯이 품어야 할 질문이다. 이게 정말 맞는가. 말 하고자 하는 바가 이것인가. 그게 타당한가.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또 던지는 것을 반복하는 것. 허버트 마르쿠제가 말하는 ‘위대한 거부’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현실보다 스마트폰 화면 속의 세상에 취하지 않도록 거부를 배워야 한다. 그 거부가 관중이 아닌 위대한 쇼맨으로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핸드폰을 샀다. 고등학교 때까지 컴퓨터도 얼마나 썼는지를 기록했다. 전자기기와 거리를 두는 삶이라 자연스럽게 책을 더 가까이했고, 그 시간의 축적은 나에게 사고의 연속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텍스트는 내 머리에 입력하고, 해석하고, 연상을 해야 한다. 책은 글자로 가득하니 이 과정을 한 페이지마다 반복했다. 그러니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는 게 당연하다. 당시에는 왜 나만 핸드폰이 없는지 이해도 못 하겠고 그 상황이 마냥 싫었다. 지금은 부모님의 선택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요즘 그 고마움이 더 커진다. 늦깎이 대학생이라 적어도 5살은 어린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 손을 들고 의견을 말하는 학생들에게 귀를 기울이면 고개를 갸웃한다. 내용은 많은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가 안 간다. 두서가 없다. 그런 사람이 대다수다. 왜 그럴까. 한참을 고민하는 내 눈에 스마트폰이 들어온다. 찾았다.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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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stin Distel via Unsplash

 


온라인 플랫폼이 커지면서 미디어 콘텐츠가 쏟아지다 못해 범람을 한다. 발 디딜 곳 없는 수준을 넘어 미디어의 무더기에 파묻혀 허우적거린다. 1분 남짓의 짧은 영상. 숏폼의 바다에 빠져 침잠을 거듭하고 깊은 생각은 버린 사람들. 그게 우리다. ‘아’라고 하면 ‘아, 그렇구나’하고 ‘어’라고 하면 ‘어, 그렇구나’하며 받아먹는다. 거대한 어미 새가 떠먹여 주는 모이를 얌전히 받아먹는 아기 새의 무리가 미디어 앞에 선 인간군상이다. 이게 먹어도 되는 건지 아닌지 고민조차 안 한다. 누군가의 생각에 내 생각을 더해 곱씹으며 음미하지 않는다. 위대한 거부는 고사하고 거부의 거도 구경을 못 한다.


이를 양분 삼아 우리는 눈먼 자들의 숲을 일궜다. 자소서나 에세이 첨삭을 많이 해주는 편인데, 요즘 아이들의 글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글의 수준은 차치하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다. 한 편의 글에 담긴 내용은 많은데 질서가 없다. 결국 나에게 전달되는 것도 없다. 읽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른다. 일단 시키니까, 필요하니까 쓴 글이라 논리가 없고, 당연히 기승전결의 구조도 없다. 중구난방이다. 밑도 끝도 없는 자기 자랑과 호소, 아부의 연속이다. 사고라는 것을 해 본 사람은 이런 글을 쓰지 않는다. 내용은 부실할지언정 논리적인 구조를 갖춘 글을 쓴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는 알아먹을 수 있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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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lo Jimenzez via Unsplash

 


학교 가는 지하철에서, 출근하는 버스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었나 되돌아보자.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고개는 땅에 처박을 기세로 숙이고 있다. 두 눈동자는 초점 없이 화면만 바라본다. 엄지는 무의미하게 반복적으로 위아래로 화면을 쓸어 넘긴다. 그렇게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이 쉴 새 없이 몰아친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그대로 화면에 두 눈을 고정하고 다리만 움직인다. 이 과정을 어제, 오늘, 내일, 모레, 글피까지 끝도 없이 반복한다. 그 속에 ‘생각하기’는 없다. 움직임을 멈춰버린 뇌는 이제 생각하는 방법조차 까먹었다.


시대가 바뀌면 환경이 변한다. 이미 지나간 시대를 들먹이고 싶지는 않다. 스마트폰과 짧은 글, 짧은 영상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세상에서 긴 글과 두꺼운 책을 들이미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그럼에도 한 번만 더 생각을 해보자고 말하고 싶다. 짧은 1분일지라도, 몇 단어 없는 한 줄의 글이라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자. “왜?”라는 질문 한 번 던져보자. 1분짜리 영상 한 편 마다 한 번의 질문을 던지며 5개의 영상을 본다면 5개의 질문이 모인다. 그렇게 점점 쌓여가는 질문의 연쇄는 생각을 만들고, 생각의 연속은 사고의 확장을 만들고, 그 순환 속에서 우리는 현실을 바라본다. 미디어에게 거부의 목소리를 내는 위대한 쇼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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