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여자 이발사],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한 여인의 인생이야기

글 입력 2014.09.2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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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이발사>,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한 여인의 인생이야기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연극, 연인들.. 혜화에 가면 생각나는 것들이다.
길거리에 빳빳이 코팅된 연극 리스트들을 보여주는 사람들의 손에는
젊은 세대층을 겨냥한 유쾌하고 코믹한 제목들이 즐비하다.
반면 일제강점기 이후 조선에서 생활하는 '여자 이발사' 에이코의 삶을 다룬 이 연극은
평소 대학로 연극에 대한 생각과는 색다른 느낌을 들게한다.
 
일본인 여성으로 이곳 저곳에서 멸시받지만
사랑하는 남편 김태수와 아들 정호를 생각하며 꿋꿋히 살아가는 에이코.
여린 마음에 상처받을 일은 수도없이 많지만,
그래도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찾아서 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찡해졌다.
그녀를 돕는 아마이 부인 또한 자신이 에이코에게 주었던 따뜻한 보살핌을 누군가로부터 받아야하는 입장이었지만
자신보다 더 어린 나이에 타향살이를 하는 에이코를 더 챙긴다.
그렇게 서로가 의지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이 애석했고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정일해'라는 한국이름을 지어준 아마이 부인을 떠나보내며
그 이름이 아마이 부인 본인의 이름이었다는 것을 아는 대목에서는
뭔가 아! 하는 생각이 들며 눈에 눈물이 핑~하고 돌았다.
젊은 에이코가 게이샤로서의 삶을 떠나
자신과 똑같은 이름을 가지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며 아마이 마담이 느꼈을 감정을 관객도 느꼈으리라.
 
해방된 한국과 패망국이 된 일본, 모두 한 순간에 뒤바뀐 상황을 막연하게만 떠올렸는데
그 절절한 상황의 감정을 노래와 연기로 표현한 배우들에게 감탄했다.
오롯이 세 명의 배우들만으로 어느 때보다 꽉 찬 무대를 선보였으며
무대 옆 대금, 가야금, 소금, 해금의 처연한 음색이 무대배경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일조했다.
 
상처 입은 어린 소녀가 여자로서, 엄마로서, 이발사로서의 긴 인생의 여정을 끝냈다.
연극을 통해 한 여인의 삶을 함축적으로 보면서
현재 나의 삶과 앞으로 나의 삶은 어떨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 때의 긴박하고 절박한 사회 시대 상황은 아니겠지만
20대, 30대, 40대, 그리고 그 이후의 노년의 삶을 여성이라는 존재로 살아가며 느끼는 것에는
공통점이 있을 것이기에 <여자 이발사>의 내용 흐름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2013년 밀양여름예술축제 기획 초청작으로 만들어진 순수 창작 음악극으로, 올해 두 차례 수상을 한 이력을 넘어 이 작품은 모든 연령층의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다.
즐겁고 웃음포인트가 많은 영상매체물과 연극 등을 선호하는 시대이지만
종종 진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살아있는 연극을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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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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