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위대함이란 [영화]

글 입력 2024.04.1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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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의 운동 제1법칙


 

어기의 등교 첫날, 과학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물체의 운동 상태는 언제까지 변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정적이 된 교실 속에서, 어기가 그 질문에 대답한다. "외부의 힘이 가해질 때까지"라고.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와 방향은 외부의 힘이 없으면 변하지 않는다.

 

이 법칙을 이 영화의 내용에 적용해 보자면 어기는 '움직이는 물체'이며, 어기를 대하는 주변 친구들의 태도는 '외부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어기는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자신의 외모를 흉측하다고 여기며, 헬멧 속에 숨어서 '우주'라는 이상향만을 꿈꾸며 살아왔다.

 

학교에 가기 전 어기의 삶의 속도는 0이었고, 어기의 방향은 '우주'라는 환상의 공간을 향해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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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어기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속도로 또래 친구들과 부딪히게 된다.

 

어기는 학생들 사이에서 '어기'가 아닌 외계인으로, 오크로, 때로는 괴물로서 존재했다. 때문에 학교생활 초반에 어기를 향한 '외부의 힘'은 어기의 성장을 방해하는 역방향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어기를 온전히 '어기로서' 바라봐 주는 잭 윌과 친해지게 되면서, 어기의 성장은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선망, 질투, 그리고 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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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과정 속에서 잭과 트러블을 겪기도 했는데, 누나는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다며 화를 내는 어기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평범한 애가 되고 싶다면 누구에게나 학교는 거지 같고, 사람은 변한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해."

 

나는 이 문장이 인간관계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우리는 누구나 자기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큰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나의 불행을 타인에게 덮어씌우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이 행복할 수 없는 이유를 타인에게서 찾으려 하기도 한다. 줄리안이 가정에서 받는 억압과 분노를 어기에게 쏟아내고, 그 불행들을 고스란히 받아낸 어기가 '외모 때문에 나는 행복할 권리를 영원히 박탈당했다'고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양도할 수 없는 1인분의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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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서로에게 느꼈던 감정이 단지 분노와 우울이라는 단순한 감정으로만 이해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줄리안은 외모와 경제력 있는 집안 등 외적으로 훌륭한 조건들을 모두 갖췄음에도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법'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어기를 부러워했다. 그리고 어기는 뛰어난 과학적 지능과 유머러스한 성격 등 내적 탁월함을 지녔으나 '남들과는 다른 외모'로 인해 줄리안과 같은 평범한 아이들의 삶을 동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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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줄리안과 어기는 서로에게 그 무엇보다 필요한 부분들을 나눠가졌기에, 오히려 서로를 증오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애썼던 것이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모든 사람은 각자 저마다의 불행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기는, '나의 행복은 타인에 의해 박탈당하지 않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조금 더 빨리 깨달을 수 있지 않았을까?

 

 

 

위대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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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어기가 무사히 5학년을 마치고, 헨리 워드 비처 메달을 받는 장면으로 마무리가 된다. 교장선생님은 어기에게 메달을 수여하며 "위대함은 강함에 있지 않고 힘을 바르게 쓰는 것에 있습니다. 정말 훌륭한 사람은 그 힘으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며 직접 본을 보입니다."라는 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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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잭과 썸머가 어기를 외면했다면, 혹은 교장 선생님이 줄리안의 폭력을 방관했다면, 혹은 어기가 영원히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이야기는 시작조차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고 미약한 개인들이 모여 기적을 만들어낸 것처럼, 위대함은 개개인의 용기 있는 작은 행동들이 모였을 때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우리가 이 우주 속에서 방황(wander)하고 있는 존재들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면, 기적(wonder)은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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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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