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닮고 싶은 어떤 행복 -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그가 만든 행복한 가족, 그리고 집
글 입력 2024.04.08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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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양장 특별판).jpg


 

책을 처음 받고 팔랑팔랑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제일 먼저 상상 속 북유럽의 평온한 일상이 보였다. 낯설지 않은데 익숙한 것도 아닌, 어디서 본 듯한데 기억에는 없는 약간은 알쏭달쏭한 첫인상이었다.

 

[나는 앞으로도 행복의 모습이 모호하거나 마음이 지쳐 심연 깊숙한 곳이 척박해질 때마다 이 책을 펼쳐 볼 테다. 작고 보잘것없는 일상도 기억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아름답고 흥미로운 것이 된다는 말을 나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 개정판을 내며


책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 팍팍한 일상이 나를 찾아왔다. 위로가 필요한 지친 일상에서 책을 다시 펼쳐보았다. 차분히 지은이의 말부터 읽었다. 이게 개정판이구나 내가 모르는 곳에서 애정을 받은 책이고 작가고 그림이구나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다가 마지막 문장이 콕 와서 박혔다.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 차근차근 보기 시작한 그림은 또 다르게 보였다. 그리고 이케아가 칼 라르손과 그의 아내가 꾸민 집의 인테리어 스타일이 자신들의 정신적 뿌리라고 언급한다는 말에 봤던 그림을 다시 들여다봤다.

 

 

karl06.jpg

 

 

'편지 쓰는 소녀'가 앉아있는 의자, 촛대와 장식품이 놓여진 책상, 창가의 담쟁이가 눈에 들어왔다.

 

'칸나 조안나'가 앉아있는 의자의 장식과 수납장 그리고 뒤로 언뜻 보이는 화병.

 

'바느질하는 여자들'이 있는 곳엔 벽난로가 있고 창문 너머로는 이웃집 지붕이 보였다.

 

테이블 위에 놓인 수틀, 화분, 책과 테이블을 비추는 전등 그 앞에는 '나의 오래된 카린'. 처음과 다르게 인물과 색채가 주는 감성이 아닌 인물과 그 공간을 보게 되었다.

 

*

 

"네가 태어난 날이 가장 거지 같은 날이야."

 

엄마와 칼 그리고 동생 요한을 길거리에 남기고 떠난 아빠라는 작자가 부상을 입고 가족을 찾아온다. 요한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칼은 재능을 찾아 막 생계를 책임질 수 있게 되었던 그 순간. 악의는 숨겨지지 않는다. 칼 역시 아버지를 쉽게 용서하지 않았지만, 부모님이 지낼 집을 마련하고 부모님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그의 그림에는 그늘도 근심도 고통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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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교류를 위해 프랑스로 간 칼은 대표적인 유화 작품을 남긴다.

 

비록 프랑스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지만 파리 근교 브뢰즈에 거취를 정하고 학교 후배인 카린을 만나게 된다. 가난하고 호방한 칼과 내성적인 부잣집 딸 카린.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둘은 결혼에 성공했고 장인이 넘겨 준 집 릴라 히트나스에서 행복한 가족이 사는 집을 만들어 나간다.

 

안타깝게도 품에서 일찍 떠나보낸 아이를 포함해서 총 여덟.

 

아이들이, 온 가족이 지낼 공간을 만들고 꾸며나가는 그 시간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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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 보여주기식의 공간과 행동이 늘었다. 그런 현대 사회를 살다가 행복하기 위해 공간을 꾸리고 그곳에 있는 가족들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은 칼의 모습이 무척이나 따스하게 느껴졌다.

 

그림 한 점이 행복의 어떤 한 조각 같았고 가족을 위해 계속해서 집을 고쳐나가는 칼의 일화를 보니 행복이 노력하면 손에 쥘 수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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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과 저 그림을 보면서 같은 공간일까, 저건 아까까지는 없던 공간일지 상상하는 재미도 따라왔다.

 

분명 좀 전까지는 작고 앙증맞은 아이들이었는데 어느 순간 훌쩍 자라난 모습으로 나온다. 첫째 딸 수잔은 17살에 본인 방이 생겼다는데 나는 아이들의 공간을 구분할 수 있을까. 가족들의 공간인 식당이나 여유롭게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정원.

 

둘이 만났던 브뢰즈를 릴라 히트나스의 정원으로 옮기려는 카린의 노력으로 정원에는 꽃이 만발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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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을 이렇게까지 들여다본 적이 있었을까. 작가의 생애와 작가가 담은 사적인 일상, 생활했던 공간. 잘 꾸며진 공간에서 행복한 순간을 그림으로 기록해 둔 걸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저런 사람이니까 가능하겠지, 싶다가도 모든 하루가 언제나 행복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노력한 행복이고 원하는 어떤 찰나, 순간을 담은 거겠지. 그리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은 건 과하지 않은 모습 때문일까.

 

사람이 사는 일이 어느 정도는 거기서 거기니까 저런 행복을 내 일상에도 심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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