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안진진이 삶을 선택하는 방식, 양귀자 '모순' [도서/문학]

우리는 삶의 모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글 입력 2024.04.0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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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좋은 결과만 있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상처와 응원을 동시에 받으며 살았다. 호의나 아픔을 빠르게 잊는 법은 바쁘게 사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삶의 의미도 잊을 만큼 바쁨이란 등껍질과 한 몸이 되었다.

 

직장 생활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보람을 느끼겠다는 것은 아직 철없는 소리라는 사실을 충분히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내 손에 쥐어진 것은 펜이다. 키보드 위에서 그리고 종이 위에서 손가락을 움직이며 글자를 새기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이렇게 돌고 돌아 도착한 곳이 바로 여기인 걸까. 나는 결국 이것밖에 되지 못했나. 변화무쌍한 삶은 양면적인 성격을 가진 인간과 같다. 나도 안진진처럼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외치며 주어진 선택사항 중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길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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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본문 中)

 

 

양귀자의 『모순』은 주인공 '안진진'이 자신과 주변 사람들 인생에서 발견되는 모순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만우절에 태어난 쌍둥이 자매인 안진진의 엄마와 이모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이모는 부유하지만 불행하게 살고, 엄마는 가난에 치여 살다 보니 늘 힘겹기만 하다. 안진진은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삶을 고찰하고, 이는 배우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안정적이지만 다소 지루한 삶을 살 것인지(나영규), 아니면 불안정하지만 흥미진진한 삶을 살 것인지(김장우) 고민하던 안진진은 결국 전자를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p. 296)이라 말한다.

 

『모순』을 덮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진진의 행복이었다. 예측할 수 있는 나영규와 결혼해서 안진진은 행복했을까? 그에게도 예견된 불행이 닥칠까? 진진을 바라보며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크게는 '정규직'이라는 안정적인 타이틀, 그리고 새로운 직무라는 환기, 그리고 적당한 급여다. 내가 제시한 조건은 진진이 저울질한 가치보다 더 현실적이었다. 쓰고 보니 놀랍다. 모순이란 얄팍한 상술이구나.

 

모순의 방향은 모 아닌 도라는 냉혹한 선택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가혹하게 느껴진다. 안진진이 두 남자 사이에서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던 것처럼, 그의 절절한 탐구에 수많은 밑줄을 쳤다. 수많은 좌절을 겪으며 살아온 진진에게 나영규라는 안전한 선택지는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모험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대물림된다는 점에서 현실성을 가진다.

 

모순을 알고 시작한 안진진의 선택은 조금 다를 거라 믿고 싶다. 도망치다 자신만의 세계로 걸어들어간 이들(아버지, 동생 진모), 불행을 원동력으로 에너지를 뿜어내는 어머니, 지리멸렬한 삶에 질식해 버린 이모와 이제 막 세상의 풍파를 경험하기 시작한 사촌들까지.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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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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