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처벌이 아닌 정의를 말하다 - 진실과 회복

글 입력 2024.04.0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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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진단으로 사용되던 트라우마, PTSD 등의 단어가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심지어 전문가들이 일상에서 남발하지 말라는 경고를 할 정도로 자주 들리는 단어가 되었다. 그만큼,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책 <진실과 회복>의 저자, 주디스 루이스 허먼은 트라우마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이다. 미국 하버드대학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로서, 다양한 형태로 자행되는 폭력과 그에 따른 트라우마를 연구했다. 이번 책은 저자의 '트라우마 연구' 3부작 중 마지막으로, 트라우마 회복에 필요한 마지막 요소로서 사회적 역할을 조명한다.

 

폭력의 시작을 '독재'이다. 독재는 폭력을 저지를 힘을 의미한다. '폭력 도표'를 통해 독재자가 어떠한 방식으로 폭력을 저지르는지 설명하는데, 단 한 번의 폭력만으로도 누군가를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다는 문장에 섬찟했다.

 

하지만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어떻게 독재자가 만들어지느냐'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결과로, 독재의 결과로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 피해자들의 회복과 재활을 위해 사회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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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진실과 회복>에는 폭력의 피해자가 폭력 사실을 밝혔을 때, '공동체'가 둘로 쪼개진다는 내용이 나온다. 쉽게 말해서 가해자의 편에 서는 사람과 피해자의 편에 서는 사람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설명이지만, 이를 하나의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상식적으로, 가해자의 곁에 서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생각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가해자의 편'은 단순히 그 당사자를 옹호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피해자의 도움을 모른 척 넘기는 행동 또한, 피해자의 '정의'가 묵살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피해자의 정의를 구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가해자의 처벌'이다.

 

하지만 저자는 과연 그것이 진정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법인지에 대해 묻는다. 사건 이후에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할 그들의 삶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전적인 보상 또한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다. 가해자 집단의 진심 어린 속죄, 위기 서비스 비용 청구, 법률 서비스 제공 등의 시스템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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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폭력의 피해자 중 상당수가 여성이며, 성과 관련된 범죄의 피해자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성희롱, 성폭력이 트라우마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폭력으로 제시된다는 점이 너무도 거슬렸다.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의 폐해가 아직도 수많은 여성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 과연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까?

 

책의 본디 목적이 트라우마에서의 회복과 재활을 논하는 것이기에, 폭력을 근절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다루고 있지 않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트라우마의 근원을 없애버리는 것이 우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트라우마라는 단어를 사용할 일이 아예 사라져 버리기를 바랐다.

 

<진실과 회복>은 문장 문장마다의 깊이가 깊은 책이었다. 어느 하나 쉽게 쓰인 문장이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한 것만큼, 쉽게 읽히진 않는다. 그러나 그만큼 여운이 오래간다.

 

오랜만에 두고두고 곱씹을 것 같은 책을 읽었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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