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을지로는 왜 힙해졌는가? [공간]

글 입력 2024.04.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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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을지로는 힙한 장소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힙지로였는가? 늘 힙지로였는가? 아니면 현대의 마케팅이 그렇게 만들어낸 것인가?

 

챗지피티에게 서울의 힙한 장소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홍대'와 '을지로'를 소개해준다. 한국인인 내가 독일에 갈 때는 챗지피티가 '힙한 장소'로 베를린을 소개해줬듯,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들 또한 을지로를 찾겠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을지로의 장소성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연구자들에게도 을지로의 장소성은 매력적인 소재이다. 실제로 디비피아 등의 논문 검색 사이트를 뒤져보면 관련한 논문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다만, 학술적인 목적의 글을 쓸 것은 아니기에, 이번 글에는 을지로를 자주 들르는 을지로러(대충 뉴요커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해주시길)로서 떠올려 본 을지로만의 독특한 요소들을 적어볼 예정이다.

 

 

 

을지로 : 레트로, 부조화, 다양성의 총체


 

챗지피티 표 추천 장소인 마포구 일대와 을지로 모두 공교롭게도 자주 가는 장소이지만, 두 곳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종종 친구들에게 을지로는 어떤 곳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거긴 어르신분들과 감각적이고 독특한 패션의 젊은이들이 함께 거리를 거닐고, 페인트 가게와 인쇄소, 그리고 세련된 분위기의 카페가 한 곳에 모인 곳이라 설명한다.

 

을지로 일대에 그대로 남은 과거의 흔적들이 특유의 레트로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공간들의 병렬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볼 수 있다. 가능성들은 을지로의 부조화 속에서 교차하며 그 자체로 다양성을 내포한다.

 

 

 

#1. 레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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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는 레트로를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그 자체로 몇 십 년 전 소설 속 서울의 풍경을 그대로 담아놓은 듯한 모습이다. 실제로 이전의 흔적이 변하지 않은 채 남아있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 그중에서도 한복판인 중구에 위치해있기에 여러모로 남다른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공간이다. 근방에 세운상가, 서울시청, 청계천 등이 위치해 있는 만큼 과거의 유산이 생생히 살아있는 장소이다.

 

비록 최근에 들어서 을지로 일대의 유산 보존 여부를 두고 벌어진 여러 논란이 있지만, 그럼에도 '을지로'하면 레트로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적어도 오늘날까지는 윗세대에게는 옛 유산이 그대로 남은 '추억의 공간'으로써, 젊은이들에게는 '과거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써 작용하고 있다.

 

 

 

#2. 부조화


 

새로운 장소를 찾아 헤매는 이른바 '힙스터(Hipster)'들은 신선함과 이색적인 분위기를 가진 곳, 혹은 독특함 중에서도 눈에 띄는 독특함을 발견하길 원한다. 앞서 말했듯, 을지로는 과거의 유산과 현대인들이 공존하는 곳인 만큼 점심에는 30년 전통의 노포의 국밥을 먹고 밤에는 '힙한' 젊은이들이 잔뜩 모이는 복합 문화 공간에 갈 수 있다. 문학의 아이러니(Irony)에 가까울 만큼의 '부조화'가 방문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호기심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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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것이 가능한 것인가? 우선, 위치상 수도 중심부에 위치해있고, 독특한 레트로풍 거리가 새로운 곳을 탐험해보길 원하는 '힙스터'들을 매혹하며, 주변에 위치한 각종 미술관들(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일민미술관 등) 또한 그들의 유입을 돕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을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과거의 유산과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거리로 거듭났다고 판단할 수 있다. 전혀 섞일 것 같지 않은 이질적인 장소가 섞이면서 을지로만의 포텐셜을 보이고 있다.

  


 

#3.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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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을지로는 다양성이 교차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에 을지로에는 남녀노소 연령을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이 모인다. 주변 건물의 직장인들, 탑골공원의 어르신들, 신선한 곳을 찾아 떠도는 젊은이가 모두 모이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각자의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인 곳에서는 어느 하나의 코드가 우세하기보다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코드들이 병존해야 한다. 실제로 이곳에는 오래된 가게들과 높은 빌딩 아래에 들어선 프랜차이즈 커피점, 그리고 세련된 식당들이 함께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을지로라는 장소에서 다양성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을지로는 중구라는 지역성과 오랜 역사와 함께 레트로, 부조화, 그리고 다양성을 모두 담고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따라서, 을지로가 현대에 들어 주목받는 '힙지로'가 된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을지로만의 매력이 성공적으로 보존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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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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