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계속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했다.
글 입력 2024.03.3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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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생각보다 길어졌던 취업 준비 생활 속에서 계속해서 되뇌며 스스로 다독였던 말. 괜찮다. 나는 비록 또래 친구들에 비해 느리지만, 적어도 이 길을 걷는다면 뒤늦게 방황하는 일은 없을 거다. 올바른 방향을 가고 있는 것이라고. 그러니 괜찮다고. 그렇게 위안하며 그 기간을 버텼고, 그 끝에 마침내 꽃을 피웠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꽃은 단숨에 꺾여버렸다. 온전한 내 의지는 아니었다. 어쩔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벌어진 상황이었으나, 결과적으로 다시 원점이 되어버렸다. 더 나아가 자존심도 많이 상했고, 누군가에게 알리기엔 수치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나의 방향에 미세한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나의 오랜 고집이 담긴 이 길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심이었다. 잘될 것 같으면서도 자꾸만 앞이 막히는 건 안 되는 걸 되게 하려는 나에게 현실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고는.

 

한국 사회가 유독 나이에 엄격한 기준이 있는 건 다들 잘 알 것이다. 나 역시 그 사실을 직시하고 있기 때문에 불안과 조바심을 끊임없이 다스리려 노력했고. 그런데 요즘 들어 주변을 둘러보면 나이와 무관하게 새로운 시작을 하는 사람이 꽤 보였다.

 

그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서른의 안팎에서 삶의 새로운 챕터를 열려고 시도했다. 물론, 그 끝의 결과는 어떠할지 전혀 알 수 없지만, 무엇이 되었든 간에 이러한 자잘한 변화들이 하나둘 생겨난다는 것은 나에게 긍정적인 신호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안도에 가까웠다.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하는 동지를 느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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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하겠단 이유로 하던 일을 관두고 또래 친구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 나는 남들보다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에게 크고 작은 변화들은 큰 위안이 되어 다가왔고, 현재의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조금 느린 발걸음을 차가운 세상이 일일이 이해해 줄 리 만무할 걸 잘 알기에 이제껏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 속도보다는 방향에 의존해서 나아가려고 한다.

 

잘 해왔으니까 지금처럼 계속.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했다. 나의 방향에 가장 크게 기여해야 하는 사람은 나이고, 그것에 대한 책임도 온전한 내 몫이고, 그 길을 가장 잘 아는 사람도 나일 것이다. 그러니 의심이 나를 집어삼키려 할 때쯤엔, 또는 더딘 속도에 밀려 방향성을 잃은 것만 같을 때, 그때 다시 한번 되뇌려고 한다.

 

나는 나의 방향을 믿고 가야 한다고.

 

 

[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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