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개화의 계절, 당신의 꽃은 피었을까

글 입력 2024.03.3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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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포털의 배경이 바뀌었다. 분홍색 꽃이 흩날리는, 모처럼 설레이는 분위기로. '봄꽃 피는 날을 확인해 보세요'라는 문구가 새삼 지난 나날을 돌아보게 한다.

 

찬란하게 개화해 그 아름다움을 세상에 뽐내는 시기.

 

나의, 우리의, 그러니까 당신의.

 

꽃은 활짝 피었을까? 아니면 아직 피기 전일까.

 

 

 

인생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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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사계절로 표현해 본다면 지금 나의 계절은 어디쯤일까? 단순히 120세에 생을 마감한다 가정한다면 29, 그러니까 3월 초쯤이 아닐까 싶다. 지금 시기와도 맞아떨어진다. 생명력이 충만하고, 웅크렸던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기지개 켜는 중일 테다. 가장 날것의 분홍. 가장 날것의 초록. 산뜻한 그 색은 여름에 이르러 더욱 진해지겠지.

 

다만 겨울을 버티고 영양분을 흡수해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된 꽃들만이 개화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자연은 그렇게 순환을 반복한다. 하지만 인간은 단 한 번의 생을 살아가기 마련이다. 1, 2월이 지나 3월을 맞이하고 이후 4~11월까지의 대장정을 위해서 지금의 나는 응당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렇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의구심. 지금 길이 맞고 앞으로도 이 길을 향할 것이라는 확신의 부재. '지금 이 타이밍을, 나의 개화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가장 근본적이면서 그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려주지 못하는 질문을 해본다.

 

이 짧은 계절이 지나기 전에 꽃을 피우고자 다소 성급하더라도 젖 먹던 힘을 다해야 할까?

 

혹은 조금 더 영양분을 흡수하고, 알맞은 기온과 일조량이 확보되었을 때를 위해 꽃을 피우는 걸 늦출까.

 

 

 

늦게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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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은 특유의 은은한 향기로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꽃이다. 하지만 3월 경 꽃봉오리를 뽐내는 다른 꽃들과 달리 늦은 봄에 개화한다. 아무도 그런 라일락을 향해 '왜 이렇게 늦었느냐' 탓하지 않는다.

 

사회에서 청년들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들만의 꽃을 피워내지 못하고 있다고. 이런저런 이해관계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지금 너희의 나이는 가장 찬란해야 하는 시기라고.

 

정말이지 뻔한 말이고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늦게 피는 꽃, 라일락을 통해 분명한 인사이트를 얻는다. '한 존재의 개화시기엔 빠름과 늦음이 없다'는 것. 각자만의 적절한 개화의 시기가 있다. 다른 꽃들이 조금 먼저 세상의 빛을 보이고 있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 늦게 피는 꽃은, 늦게 핀 만큼 더욱 은은하고 오래 존재할 수 있을 테니까.

 

다른 존재가 빛을 발하는 걸 보며 조급해하지 말고, '개화'에 초점을 맞추기 전에 '나는 어떤 종류의 꽃일까'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5월에 피어야 하는 꽃이 3월에 핀다면,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테니까. 벚꽃은 벚꽃의 시기가 있고 라일락은 라일락의 시기가 있다.

 

 

 

개화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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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정답은 없다. 그것이 유일한 정답이다. 각자는 각자대로 존귀하며, 그 개인의 인생은 오롯이 그의 것이다. 꽃을 피우지 않는 고사리처럼 고고하게 살아도 된다.

 

그저 지금의 봄은 이 1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자그마한 청사진을 그리고, 자연이 선물하는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감사하면 되지 않을까.

 

개화의 계절, 나의, 당신의 꽃은.

 

아름답다고, 혹은 머지않았다고, 혹은 당신 모습 그대로 화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컬쳐리스트 최원영.jpg

 

 

[최원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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