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엇을 기억하고 기록으로 남길지 - 세월: 라이프 고즈 온 [영화]

글 입력 2024.03.31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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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에 개봉한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세월호 참사’,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씨랜드 수련원 화재 참사’의 피해자, ‘6월 민주항쟁’ 과정에서 생긴 희생자 유가족의 인터뷰가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기반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유경근씨가 진행했던 팟캐스트 ‘세상 끝의 사랑’(CBS 목동사옥 촬영)에서 비롯한다. 그와 사회적 참사 유가족들이 팟캐스트에서 나눈 대화를 영상으로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영화가 제작되었다.

 

2017년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활동에서 시작해 세월호 참사를 꾸준히 기록한 장민경 감독의 첫 장편영화이다.


 

세월 라이프 고즈 온_메인 포스터.jpg

 

 

2024년 4월 16일, 앞으로 2주 뒤면 세월호 참사 10주기이다.

 

10년 전 학생이었던 본인은 대학을 졸업했고 근래에는 짧은 인턴 생활도 마쳤다.

 

그만큼 수 년이 흘렀지만 문득 인스타그램에 걸어 놓은 노란 리본을 볼 때면 들뜬 마음을 다잡았던 것도 같다. 왜인지 묻는다면 그건 필연적이었다고 답하고 싶다.

 

십 대에 자아를 형성하면서 자연히 내적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벌어진 ‘그 일’은 사회와 국가에 대한 불신을 맞닥뜨린 최초의 사건이었다.

 

그래서일까 이 참사가 늘 부채의식처럼 남아있었기에 영화 〈세월: 라이프 고즈 온〉 시사회는 고민도 없이 신청했다.

 

 

 

남겨진 자들은 오늘도 전한다



영화는 팟캐스트와 참사 유가족의 개인적인 인터뷰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이 기록된 아카이빙 자료를 보여주는 한편, 지금을 살아가는 유가족의 삶도 조명한다.

 

팟캐스트로 만난 유가족들은 근심 어린 눈빛과 함께, 말로 다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서로를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 마음의 짐을 진 채 괜히 자조적인 말을 내뱉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1980년대 민주항쟁까지 어떤 연관인 걸까. 영화를 보기 전에 가졌던 의문이다. 그들조차 일말의 미심쩍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서로를 만나기 전까지.

 

결국 사랑하는 이를 부지불식간에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누군가의 자식, 부모님, 배우자였을, 무연고자마저도 우리는 그리워하고 남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故) 유예은의 아버지 유경근,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희생자 故 한상임의 어머니 황명애, 1999년 씨랜드 수련원 화재 참사 희생자 故 고가현의 아버지 고 석, 1987년 6월 민주항쟁 과정에서 국가폭력으로 사망한 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故 배은심.]

 

배은심 여사는 영화에서도 밝혔듯, 자신의 몸을 불살라 한국 사회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부르짖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이자 노동운동가 이소선 여사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그렇게 아들의 뜻을 이어 끝내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을 이끌어냈고, 인권활동가로서 다른 유가족과 연대했다.

 

한국어린이안전재단을 설립한 고 석 대표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과 체험관을 운영한다. 황명애씨는 여전히 지켜지지 않은 대구시와의 약속(정당한 추모사업 이행, 진상 규명과 처벌 등)을 규탄하며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경근씨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지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피해자와 시민들을 비롯 구조대원들과 의료진이 겪을 트라우마의 경과를 우려하며 관리 방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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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약입니까


 

사고의 단편을 들추고 한 개인의 입장에서 사고 전, 직후, 현재를 관통해 바라보니, 이전에 찾았던 정보는 얄팍한 소식 정도임을 알게 됐다. 다만 그 안에서 드러나는 공통점이라 함은 대비할 수 있었을 사건사고가 일어났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발생한다는 것이다.

 

시스템의 미비, 안전사고에 대한 의식의 부재, 결국 벌어지는 사고, 시들해지는 관심은 차치하고 유가족을 향한 맹목적인 비난과 혐오까지. 양상은 다양하지만 본질은 같다.

 

영화를 보면서 감히 울지 않았다. 당시 상황이 너무나 참담하고 남은 가족들이 겪는 고통이 너무나 잔인해서 그럴 수 없었다.

 

팟캐스트 ‘세상 끝의 사랑’을 진행한 유경근씨는 배은심 여사에게 “근데 진짜 세월이 약입니까?”라고 물었다. 그에 대한 대답은 사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이라고. 약은 없다고 했다.

 

그날의 진상을 제대로 밝히지 않거나 터무니없는 형량, 강력한 요구 없이는 보완되지 않는 허술한 제도 때문에 유가족은 끊임없이 사고를 떠올리고 피해자들을 그리워하며 잊지 않으려 애쓴다.

 

애도를 끝으로 우리도 연대해야 한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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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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