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 시대에 필요한 철학에 대하여 [도서/문학]

글 입력 2024.03.2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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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앞선 철학자처럼 살아보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 철학자가 철학적 사유의 결과물인 이론을 남길 때 사용했던 바로 그 높이의 시선을 자기도 한번 사용해보는 것이 철학을 공부하는 올바른 태도입니다.” (94p)

 

 

이 책은 철학에 관한 책이지만, 특정 사상에 관해 소개하는 철학서는 아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요한 주제는 개인, 공동체, 그리고 국가가 가져야 할 ‘독립적인 사유’에 관한 것으로, 구체적인 현실 세계로부터 도출되는 ‘살아있는 철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철학에 사용되는 ‘탁월한 사유의 시선’ 그 자체를 논하면서, 철학을 공부하는 올바른 태도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철학 생산자들은 시대와 세계에 대해 누구보다 예민하게 관심을 보이며, 당대에 가장 높은 차원의 통찰을 제시했던 사람들이다. 때문에 저자는 ‘철학이 자기 수양만을 위한 차원에서 행해지고 그로써 추상적 논의에만 빠져 있다면’ 이것은 철학이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의 철학’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그보다 먼저, 우리 사회의 뿌리를 이루는 깊이 있는 철학이 존재하긴 하는 걸까? 한때 급속히 불었던 ‘인문학 열풍’이 사그라진 뒤, 대한민국에서 ‘철학’은 설자리를 잃었다. 먹고살기도 바쁜 시대에 철학은 철 지난 공상, 혹은 한가한 소리로 치부되며 물질만능주의가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이다.


그런데 과연, 철학 없는 과학기술이 인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인간과 세상에 대한 진지한 사유 없이 행해지는 맹목적인 발전이 대체 무엇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걸까?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경제력도 아니다. 백범 김구 선생님이 「나의 소원」에서 남긴 말씀처럼, 인류는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충분히 넉넉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불행한 근본적인 이유는 인문학적인 역량과 감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철학과 문화의 힘’이 사회적으로 경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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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사람들을 철학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관념적인 논의와 교조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유기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시대의식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지적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고전 읽기가 아니라, 그 고전에 있는 ‘진리적’인 것들이 당시의 구체적인 세계와 어떤 연관성 속에서 형성되었는지를 파악하고 현대 사회에 적용시킬 수 있어야 한다.

 

폴 부르제의 말처럼,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사유가 중요하고, 사유의 높이가 중요하며, 결국 그 높이가 개인과 국가의 향방을 결정하게 된다.


철학적인 개인이 모여 만드는 사회는 높은 수준의 문화를 형성할 수밖에 없으며, 고양된 인격을 가진 구성원들로 채워진 국가는 세계를 선도하는 힘을 갖추게 된다. 장자는 ‘참된 사람이 있고 난 다음에야 참된 지식이 있다.’라고 말한 바 있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참된 사람이 되는’ 일은 경시하고 피상적이고 기계적인 지식을 쌓는 일에만 급급해 보여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나는 ‘행복은 사유다’라는 말을 좋아한다.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선한 삶이고, 삶을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독립적이지만 독선적이지 않은 개인으로 살아가는 일, 편안함에 빠지지 않고 다가오는 불안과 고뇌를 감당하는 일, 세상의 문제들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본질을 파고드는 일.

 

이와 같은 ‘지적인 부지런함’이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삶의 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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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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