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건 익숙해지지가 않네 [음악]

스치고 떠나는 모든 인연들에 대하여
글 입력 2024.03.07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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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들을 지나오면서 우린 참 많은 인연들을 만난다.

 

세상에 처음 눈을 떴을 때는 엄마를 보고, 학교에 입학하면 친구들을, 더 시간이 흐르면 사랑하는 연인까지. 우리의 삶을 공유하게 되는 사람들은 주변에 참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동시에, 그만큼 많은 이별을 겪는다. 가슴 아프지만 이것이 어쩔 수 없는 세상의 이치이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는 말은 누구든 살면서 너무나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연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자신의 눈앞에 닥쳤을 때는 어쩔 줄을 모르겠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인사도 없이 가네 

만남이란 게 그런 거래 뭐 

 

이제 나도 떠나네

이건 익숙해지지가 않네


떠날 줄 알았지만

이건 익숙해지지가 않네


가수 결의 '아픔이 아문 건지'라는 노래 속 가사이다.

 

이 노래는 사랑하는 사람이 무심하게 떠나버린 마음 아픈 상황을 노래하고 있다. 아프고 힘들 때만 자신을 찾던 사람이 이제 더 이상 자신을 찾지 않자, 이에 대한 복잡한 심정을 가사로 드러낸다. 그런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필자는 이 노래를 들으며 그간 오고 갔던 수많은 인연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그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삶의 이치를 향한 조금의 원망까지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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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주는 뼈저린 상처를 겪은 것은 21살 때였다. 어린 시절 맞벌이를 하셨던 부모님 대신 나를 봐주신 할머니께서 그즈음 세상을 떠나셨다. '아, 이제 평생 볼 수 없구나. 그 사실이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인연의 오고 감을, 그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세상 모든 사람들이 겪어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팠다.

 

비단 인간의 죽음에서만 이별의 아픔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가족을 여읜 슬픔보다는 한참 못하겠지만, 절친했던 친구가 멀리 이민을 가거나 사랑했던 연인과 이별했을 때에도 비슷한 감정이 들 것이다. 어쩌면 평생 보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보고 싶어도 안부조차 물을 수 없을 거라는 막막함. 그리고 만약 제대로 된 작별 인사조차도 하지 못했다면, 그 인연에 대한 미련은 더욱 커져만 간다.

 

문득문득 생각나고, 혹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괜한 희망을 품게 된 경험. 아마 모두가 한 번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크기변환]결4.jpg



누구에게나, 이미 지나갔지만 나는 지나치지 못한 사람이 있다. 모든 것이 흘러갔지만 나만 여기 고여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중 누군가는 이내 마음을 다잡아 시간과 함께 지나치고 흘러갔겠지만, 어느 누군가는 내내 그곳에 맺혀있고 고여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까지도 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하나 쥐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시절 인연. 모든 인연에는 때가 있다는 불교 용어다. 만나는 모든 인연은 때가 있으니 그 시절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면 떠나보냄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뜻 속에서 필자는 하나의 위로를 보았다. 그 인연이 그토록 내가 바랐던 인연이라면, 돌고 돌아 결국 또 만나게 될 것이라는. 그만큼 인연의 흐름은 우리의 의지 너머에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말이 과거의 필자에게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래, 너와 나의 인연이라면 언젠간 다시 보게 될 거야. 누군가 보기에는 기약 없는 기다림일 수 있지만, 잃기 싫은 사람을 잃은 자에겐 한없이 따뜻한 위로가 된다. 그리고 설령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될지라도, '그래, 우리가 공유한 그때의 기억은 그 자리에 추억으로 남을 때 제일 아름다운가 보다. 그럼 그냥 그곳에 두자', 하며 흘려보낼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은 첫눈 오는 날은 기억하지만 그 겨울 마지막으로 내린 눈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작별 인사 조차 하지 않는다. 그때 내린 그 눈이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 수 있었을까. 하지만 우리는 이내 봄을 맞이한다. 그렇게 눈이 녹고 꽃이 핀다. 그리고 당연히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다시 겨울이 우리 곁에 찾아올 것임을. 다시 하얗고 예쁘게 내리는 눈을 보게 될 것임을.

 

바로 그것이 우리가 겨울의 안녕을 슬퍼하지 않는 이유가 아닐까?

 

 

[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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