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리너구리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

글 입력 2024.03.12 00:3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platypus-3762257_1280.jpg

 

 

모든 생물은 생명과학 시간에 한 번쯤 외워봤던 ‘종속과문강문계’로 구분한다. 오리너구리는 오리너구리는 어디에 속할까. 아무래도 오리와 너구리의 합성어일 테니 오리나 너구리 둘 중 어딘가일 것이다. 혹은 오리와 너구리의 열렬한 사랑 끝에 생긴 무언가일까.


오리너구리는 오리너구리과 오리너구리속 오리너구리종이다. 오리너구리는 비슷하게 생긴 어떠한 생물의 친척쯤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조상도 오리너구리, 오리너구리만으로 이어져온 순수 혈통 오리너구리였다.


그도 그럴 법이, 오리너구리는 포유류이면서도 파충류처럼 신경독을 보유하고 있고, 포유류이면서도 부리가 있고 알에서 태어난다. 심지어 오리너구리를 처음 본 학자들은 누군가 장난을 쳐놓은 것으로 착각하여 그의 부리를 몸통에서 분리하려 부단히도 애썼다고 한다.

 

이토록 개성 넘치며 스스로를 다른 무언가가 아닌 스스로 정의하는 동물이라니. 매끄러운 오리너구리의 생김새에 ‘나는 과연 오리너구리만 한 사피엔스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반문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타인에게 맞추는 것이 오래 사랑받는 방법인 줄 알았다. 어떤 물음에도 ‘좋아’를 남발하는 것. 이것도 좋아, 저것도 좋아. 확실한 취향보다는 누군가의 물음에 그저 놓치지 않고 스며드는 것이 곁에 머무르는 방법인 줄 알았던 것이다.

 

‘좋아’ 인간을 자처하기를 몇 개월이 흘렀을까. ‘좋아’ 인간의 말로는 호의적인 주변인이 아닌 무채색 인간이었다. 모든 것이 불분명하고 흐릿해졌다. 그제서야 누군가의 곁에 ‘나’로서 존재하였던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전용인 ‘나’로 존재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만들어진 수많은 자아들을 뒤로 하고 오리너구리가 되어보기로 한다. 무엇에도 타협하지 않은 그 결연함과 단단함을 떠올리며 나를 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오리너구리를 두고 '지구상 가장 이상한 포유동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금 괴짜 같으면 어떠한가. 나는 ‘나’로서 정의되는, 오리너구리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모두 오리너구리 같은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하루를 보내기를.

 

 

 

최지원.jpg

 

 

[최지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