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사는 법 - 해법 철학

글 입력 2024.03.0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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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의 도발에 반응하지 말자, 나한테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굴자.

내 손을 떠난 일이니 더 이상 생각 말자.

盡人事待天命.

항상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 모든 사람에게 평균 수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니까.


내가 품고 살던 격언과 마음가짐이 어떤 학파의 사상과 닮아있음은 최근에 읽은 책 덕분에 깨달았다. 물론 그 책에서는 ‘독일인들 삶의 태도는 스토아스럽다stoic’는 표현으로 스쳐 지나갔을 뿐이지만, 나름의 유레카였다. 어쩌면 추상적이기만 했던 내 생각들이 명확한 글자로 드러날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 그래서 <해법 철학>을 보자마자 궁금했다. 내가 짐작하고 있는 게 맞을까. 그리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속이 시원했다.


  
모든 것이 견해에 달려 있습니다. 야망, 사치, 욕심, 이 모든 것이 견해에서 비롯되지요. 우리는 우리 견해에 따라 고통받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자신이 스스로 불행하다고 확신하는 만큼 불행하지요. |세네카, 『서한집』 78.13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도 떵떵거리며 잘 사는 사람들, 악인 惡人들은 대체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답답했던 적이 있다. 죽어도 마땅할 사람들 같은데, 맛있는 음식 먹으며 오랫동안 잘 살기만 하고. 하물며 본인들이 ‘옳았다’ 주장하며 웃기도 하고. 그래도 타인에게 피해는 끼치지 않으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과 똑같이 살아가는데, 이건 불공평한 게 아닌가. 저 사람들도 저 사람들 나름대로 불행해야 맞는 것 아닌가.


그러던 중 접한 밈이 하나 있었다. 이 사회의 악의 무리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냐는 말에, 유명한 배우는 “뭐 그렇게 계속 사세요, 언젠가는 디지니까”하곤 너털웃음을 보인다. 하긴, 비뚤어진 사람들은 그만큼 불행하겠지. 객관적인 불행이 아니어도, 굳이 불행을 찾아 느낄 사람들. 불만 가득했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드는 기분이었다. 부차적이고 물질적인 것에 가치를 두어 타인에게 상처를 준 만큼, 본인들의 삶에서도 탐탁지 않은 부분이 많을 것이기에. 하지만 이마저도 웃겼다. 어쨌건 나와는 관련 없는 사람들인데, 나는 왜 이리 불편해하고 악인이라고 생각되는 타인들에게 불행이 가득하기를 바라는가.


  
햄릿 : …좋은 것이나 나쁜 것이 있는 게 아니라, 생각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셰익스피어, 『햄릿』 2,2
 


매일이 경쟁이었던 시절 품고 살았던 생각도 한 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철학적이지는 못하나 심리학적으로는 유용한 사고. 비합리적이나 실용적인 비교.


 
또 다른 유용한 비교는 현재 우리보다 잘 지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늘 반대쪽으로, 아래보다는 위쪽을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S.162)
 


물론 위를 보아야 성장하고 이기겠지만 심적으로 피로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자존감은 낮아지고, 자신감을 줄어들고, 주눅도 들고. 그럴 때면 아래처럼 생각해 보는 것도 퍽 효과적이다.


 
당신보다 앞선 사람이 많습니까? 당신 앞보다 뒤에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있는지 생각하세요. 당신의 가장 큰 잘못이 무엇인지 내게 물었습니까? 당신의 계산이 틀렸습니다. 당신이 지불한 것에는 높은 가치를 매기고, 받은 것에는 낮은 가치를 매기니까요. |세네카, 『화에 대하여』 3.31.3
 


해내고, 얻은 것에 대해 보다 감사해하고 성취감을 느끼지. 아직 얻지 못한 것에 대해 좌절감을 느끼기보단, 위처럼 생각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앞서 말했듯이 비합리적이긴 하지만. 이 부분에서 스토아 철학이 ‘실용적인 철학’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이유를 체감했다.


이 외에도, 평소 머릿속에 새겨놓으면 유용할 만한 문장들이 여럿 있었다.


  
당신을 비난하거나 비방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런 것들이 모욕적이라고 생각하는 당신의 의견에 따라 모욕당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시오. 그러니 누군가 당신을 자극할 때마다, 당신을 자극한 것이 당신 자신의 의견이라고 생각하시오. |에픽테토스, 『엥케이리디온』 20
 
…당신이 화를 내는 그 사람, 그 사람에게 당신은 죽음보다 더 나쁜 것을 바랄 수 있습니까? 당신이 가만히 있어도 그는 죽게 됩니다. |세네카, 『화에 대하여』 3.43.2~3
 
이제 막 일어나기라도 할 것처럼 당신을 두렵게 하는 그 일들은 어쩌면 결코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어떤 일들은 필요 이상으로 우리를 괴롭히고, 어떤 일들은 일어나기 전에 우리를 괴롭히고, 어떤 일들은 우리를 전혀 괴롭히지 않을 텐데 괴롭히지요. |세네카, 『서한집』 13.4~5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이 당신의 소망대로 일어나야 한다고 고집하지 말고, 일어나는 대로 일어나길 소망하시오. 그러면 삶이 순조로울 거요. |에픽테토스, 『엥케이리디온』 8
 
나는 행운의 총애를 받을 때 그것을 잃을 때를 충분히 대비한다. |몽테뉴, 「고독에 대하여」 (1580)
 


이처럼 생활에서의 일상적인 생각에 대한 내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죽음 후 나의 무존재가 무서운 것이라면, 태어나기 전의 무존재도 무서워야 한다는 말들. 죽음을 가능한 한 먼 곳에 묶어두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나, 삶의 길이보다는 삶의 질을 택하자는 철학자들의 말이 많은 페이지를 채운다.

 

 
모든 날이 작은 삶이다. 모든 깨어남과 일어남은 작은 탄생이고, 새로 맞이한 모든 아침은 작은 젊음, 모든 잠은 작은 죽음이다. |쇼펜하우어, 「우리 자신에 대한 우리의 태도」 (1851)
 


우리가 매일 취하는 수면이 매일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라던 밈이 떠올랐다.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기, 흥분하지도 무감각해지지도 않기, 가식 떨지 않기. 이런 것들에 인격의 완성이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7.69
 


이 책이 수집한 문장들과 저자는, 스토아철학에 대해 많이 말하지도, 감탄하지도 말고 그저 흡수하며 배움을 보여주라고 한다. 내가 어떤 문장에서 어떤 점을 배웠는지, 어떻게 흡수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늘어놓기보다는 그저 이 많은 문장을 실생활에 유용하게 적용하며, ‘선호되는 무관한 것들’에 집착 없이, 소박한 것들에 행복해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


  
이런 상황에서 스토아철학의 목표는 ‘아, 젠장’ 같은 기분조차 느끼지 않고, 대신에 ‘이제 어쩌지?’, ‘이것으로 무얼 할 수 있나 보자’라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S.309)
 

 

[크기변환]해법철학 내용.jpg

 

 

여지껏 그래왔던 것처럼 “오히려 좋아”의 마인드로 짜증 나는 일들을 넘겨보기로.



[이주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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