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국현대사진을 이끈 구본창의 예술 여정- 구본창의 항해 [미술/전시]

서울시립미술관 《구본창의 항해》 관람 후기
글 입력 2024.02.26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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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 다녀왔다. 한국 현대사진 및 동시대미술을 대표하는 구본창 작가의 회고전 《구본창의 항해》를 관람하기 위해서다. 예술 영역에서의 사진, 특히 한국의 사진예술에 대해 거의 무지하였기에 그 분야의 저명한 작가를 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번 전시는 제목에서 그 서사를 암시하듯이, 작가가 자신의 길을 찾아 항해를 떠난 1979년으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장대한 예술세계를 선보인다.

 

지금은 예술로서 사진을 제시하는 다양한 전시가 개최되고 있고, 각자의 색을 가진 저명한 사진작가들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의 가장 핵심이 되는 역할이 ‘기록’인 만큼 사진이 예술로서 인정받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구본창은 이러한 기록으로서의 사진이 아닌, 주관적 표현이 가능한 예술 매체로서의 사진을 보여주며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현대사진의 시작과 전개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고 전시는 밝힌다. 곧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기획자로서 한국사진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현대미술의 장르로서 사진의 영역을 구축한 그의 행보를 톺아보는 것이 전시의 의도이다.

 

전시는 첫 번째 섹션 ‘호기심의 방’으로 시작된다. 작가가 지금까지 수집해온 사물과 이를 촬영한 작품, 중학생 때 촬영한 최초의 <자화상>(1968)을 포함한 사진들, 대학생 때 명화를 모사한 습작 등의 작품과 다양한 자료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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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섹션 ‘모험의 여정’에선 구본창이 작가로서 여행을 출발한 시점부터 실험적인 작업에 몰두했던 시기를 다룬다.

 

구본창은 본래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을 다녔으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독일에서 사진을 공부하게 된다. 타지에서의 작업은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바탕이 되었고, 귀국 후 실험적인 작업을 펼쳤다.

 

이 섹션에선 당시 한국의 일상과 도시 풍경을 담아낸 작업이 눈에 띄었다. <아! 대한민국>(1992-3) 시리즈는 전통 문양이 뒤덮인 캔버스를 배경으로, 당시 문화와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사진 작업과 신문 등을 여러 장 이어붙이기도 하였다.

 

‘하나의 세계’ 섹션에선 작업의 대상을 인간 뿐 아니라 생명이 있는 존재 자체로 확장한 <굿바이 파라다이스>(1993) 시리즈나, 고베 대지진과 삼풍백화점 참사 등 일련의 자연재해와 인재를 주제로 한 <재가 되어버린 이야기>(1994-5)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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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사원’ 섹션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주제로 한 작가의 작업을 보여준다. 지화와 백자부터 탈, 곱돌 공예품, 황금 유물과 광화문 부재까지 그 다양한 범주와 시기의 문화를 다룬다.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곱돌>(2008) 시리즈로, 곱돌 공예품의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사진들이었다. 백자와 청화 등 다른 공예품에 비해 생소한 곱돌 공예품의 미감을 여실히 보여주어주며 곱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전시는 한 작가 일생의 작업 세계를 보여주는 ‘회고전’이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재 활발히 활동중인 작가의 회고전을 진행하는 데 있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으며 전시의 구성이 다소 분절적이고 연결되지 않는다는 관점도 있었다. 그런 전시의 기획과 구성 측면에 대한 논의거리와 더불어, 나는 ‘한국사진’이라는 것이 무언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단순히 한국의 풍경, 거리의 모습을 담는다고 한국사진인가? 사진의 화면에서 한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면 한국사진인가? 예술로서의 사진과 한국사진에 대한 궁금증을 제기한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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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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