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들렌 한 조각과 차 한 잔이 건네는 묵직한 위로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글 입력 2024.02.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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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마담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중에서)

 

 

상처를 외면하는 일이 자주 생기곤 한다. 그 방법이 가장 아프지 않고 넘겨버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상처를 마주보지 않고 어딘가로 꽁꽁 숨겨버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믿어왔다. 그 상처가 얼마나 곪아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나는 ‘나’를 마주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법


 

이 영화의 시작이 된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다른 소설과 다른 독특한 점이 있다. 외부의 플롯이나 스토리를 기술하는 것보다 대상 자체가 의식의 내면에 있다는 점이다. 마들렌과 홍차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후각과 함께 의식의 밑바닥에 있는 기억들이 환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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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마담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중에서)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마들렌의 달콤한 맛을 느끼고, 홍차의 향기를 맡고, 프루스트의 정원 곳곳의 푸르름을 보고, 영화의 음악을 듣는다.

 

상처를 알아가는 과정은 언제나 아프지만 결국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은 상처를 알고 나서부터인 것을 우리는 종종 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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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마담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중에서)

 

 

그럼에도 이 영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단호하다. ‘Vis Ta Vie! 네 인생을 살아라.’

 

결국 폴이 자신의 인생을 살게 된 것은 그를 이제까지 붙잡고 있었던 기억 밑바닥의 상처를 드러내고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부정적인 것들의 긍정성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문제에 부딪히고 그 과정에서 좌절하기도 하고 결국 이겨내기도 한다. 그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일 수도, 자신에 대한 한탄일 수도 있고, 인간관계에 대한 번잡함일 수도 있다. 우리는 무수한 문제를 마주하며 부족함을 느끼고 개선에 대한 욕망을 느낀다. “개선이란 무언가가 좋지 않다고 느껴질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라고 니체가 말했다. 이처럼 개선은 무언가가 잘못되었거나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다른 누군가에게 크고 작은 잘못을 하면서 살아왔다.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기도 하였고 부모님의 사랑이 성가시게 느껴져서 괜히 짜증을 내기도 하였다. 또한 다른 사람으로부터 상처가 되는 말을 듣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타인과 갈등을 겪는 과정은 잠시 동안 우울이나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안겨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와 잠시 끊어졌다 다시 닿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영국의 시인 W.H.오든은 “상처가 되는 경험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자기 존재의 방향을 찾기 위해, 즉, 삶을 진지하게 살기 위해 당신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온 기회이다.”라고 말한다. 상처가 되는 경험은 각자의 잘못이나 부족함을 찾으면서 스스로에게 ‘진정한 나’에 대한 질문을 물을 기회를 준다. 아픈 경험은 때때로 우리를 무너뜨린다. 그러나 곧 다시 일으켜 세운다. ‘축복(blessing)’이라는 영어 단어는 ‘상처를 입히다(blesser)’라는 프랑스 단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상처는 어쩌면 축복일지도 모른다.

 

나의 상처에 대한 경험을 헤아리다보면 내가 상처 입힌 다른 사람들의 아픔도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생각들은 그들을 대하는 태도를 조금 더 친절하게 변화시킨다. 그리고 더 나아가 다른 이들은 어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타인이 어떤 고통 속에 살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조금 더 배려하고 소통하면서 지냈으면 좋겠다. 또한 가끔은 ‘나도 상처가 있지만 당신은 괜찮나요?’라고 묻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지 못하고 너무 빠르게 지나칠 때, 삶은 우리에게 상처를 던지는 듯하다. 그리고 삶은 때때로 알고 있는 듯하다. 삶의 많은 것들이 상처보다 더 크다는 것을. 그리고 누군가 건네는 마들렌 한 조각과 차 한잔으로 우리는 이겨내리라는 것을.

 

 

[최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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