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헬스장에 가는 것만으로, 반은 성공한 거예요. [운동/건강]

글 입력 2024.02.18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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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되었다. 2학기가 끝난 후의 방학은 꽤 길어서, 이때 건강 관리를 해놔야 다음 학기를 다시 잘 버텨낼 수 있다. 나는 이 기간에, 무언가 규칙적으로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특정 나이 이후부터는 운동이 생존을 위한 움직임이 된 듯하다. 사실 어린 시절에는 학교 체육 시간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운동 신경도 뛰어나지 않아서, 동작 수행 후 성취감도 크지 않았고, 팀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로 나는 항상 빨리 죽었기 때문에 인기 있는 듬직한 팀원이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운동과는 거리가 먼 듯하면서도 운동을 좋아했다. 체력이 약해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하진 못하지만, 한 세션이 끝났을 때의 개운함과 땀방울, 그리고 부위별로 오는 자극을 좋아한다. 


아무 운동이나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어린 시절에 반해, 만성 허리 통증을 얻은 나는 운동을 하는 데 있어, 매우 조심스러워졌다. 조금만 자세가 틀어져도 통증이 왔기 때문에, 일대일 수업을 전문으로 하는 체육관을 찾아보았다. 좋은 기회로 체험 수업을 2회 정도 들어볼 수 있었는데, 나의 수준에 맞춰서 무리하지 않고, 차근차근 기본부터 알려주셔서 정식 수업 10회를 등록했다. 짧다면 짧은 회차지만, 학업을 시작하러 해외로 떠나기 전 조금이나마 체력을 강화, 아니 유지라도 하자는 마음이었다. 

 

운동은 기본과 심화의 반복이었다. 기본 동작과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회차마다 새로운 운동을 가르쳐주셔서 배우는 재미가 쏠쏠했다. 웨이트도 처음 해봤는데, 처음에는 무게 없이 기본자세만 잡다가, 조금씩 조금씩 증량해 나갔다. 적은 무게지만, 처음에는 돌덩이처럼 버거웠던 것들도 점차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나는 정말 천천히 발전했다.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좋았지만, 순간들을 쪼개서 생각해 보면, 그 짧은 1분 안팎의 시간은 정말 힘들었다.


누군가가 그랬다. 세상이 힘들게 느껴질 때면, 플랭크를 하라고. 그러면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는 것도 깨달을 것이라고. 정말이지 나는 힘든 운동을 할 때면, 시간이 멈춘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서, 체육관에서 못 나가는 게 아니냐는 생각까지 이르렀을 때쯤, 한 세트가 끝난다. 

 

운동이 세트별로 나뉘어있다는 것은 참 다행인 것 같다. 한 호흡에 수십번의 동작을 한다고 생각해 보았는데, 체력도 부족하겠지만, 자세가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해치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확한 자세로 안전하게, 건강하게, 동작을 끝내는 것이 중요한 법이다. 하지만, 한번 시작한 이상 끝을 보기 위해 숨만 잠시 가다듬고, 곧바로 다음 세트를 시작하려 했다.


이런 태도는 평소 나의 삶에도 묻어난다. 한 번 몰입하면, 그것에만 온 주의가 쏠려있다. 강한 집중력이라는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휴식도 중요하다는 것은 삶을 살아가며,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교훈이다. 운동에서도 나는 빨리 다음 세트로 들어가고 싶어 욕심을 부렸고, 그런 내가 서둘러 몸을 일으킬 때마다 선생님은 내 체력에 맞는 충분한 휴식을 가지기를 권장하셨다. 다음 세트로 넘어가기 위한 힘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쉬는 것도 운동 루틴 중 하나이자, 전략이다. 

 

운동은 종목별로, 집중하는 부위 별로, 자극이 오는 느낌이 다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것은 하체 운동이었는데, 운동을 하며 묵직하게 들어오는 느낌에, 내가 동작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성취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하체 운동을 하고 나면 며칠간은 갓 태어난 생명체처럼 다리에 힘이 없지만, 참 매력적인 운동이다.

 

시간은 어느덧 흘러, 마지막 수업 날이 되었다. 처음에는 모든 게 신기해서 다양한 운동을 하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하루는 하체, 어떤 날은 상체, 또 어느날은 유산소 위주로. 이렇게 선생님의 지도로 나는 나름의 짜임새를 갖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뿌듯하게 수업 일자 차트 표에 빽빽이 채워진 서명란을 보고 있는데, 선생님이 말을 걸어오셨다.

 

“정민 씨, 앞으로도 꾸준히만 하면 돼요!” “하다가 힘들면? 괜찮아요! 조금 쉬었다가 다시 하면 돼요. 운동은 몰아서 하는 게 아니고, 조금씩이라도 꾸준하게 하는 거예요.”

 

운동도, 인생도, 꾸준히 하는 게 참 어렵다. 매일 조금씩 무언가를 한다면 당장은 티가 안 나겠지만, 미미한 변화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마침내 우리가 알아볼 수 있도록, 선물처럼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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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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