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레벤스보른의 아이들 [게임]

게임 마이 차일드 레벤스보른에 대해
글 입력 2024.02.0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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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카린에게는,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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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임 내 요소 및
결말 관련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게이머 입장에서 '무언가 키워낸다'는 것만큼 이입하기 쉬운 목표가 또 있을까? 내가 가장 처음 접한 게임은, 지금은 서비스 종료된 주니어 네이버의 동물농장이었다. 엄마는 강아지, 고양이 얘기만 꺼내도 질겁했고, 어린 나는 모니터 속 알록달록한 동물 친구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다. 
 
돌고래, 시츄, 고양이... 각종 동물 캐릭터들과 더불어 다양한 미니게임과 아기자기한 아이템, 그리고 다 키운 동물을 본래 모습인 인간으로 돌려놓기 위한 마지막 관문은 나를 육성 게임에 빠져들게 하기 충분했다.   

추억의 게임 동물농장과 같이, 마이 차일드 레벤스보른 또한 일종의 육성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부모가 되어 클라우스(남자아이) 혹은 카린(여자아이)를 입양해 양육한다. 
 
그러나 마이 차일드 레번스보른은 여타 육성게임과는 좀 다르다. 아무리 금이야 옥이야 키운다 하더라도 아이가 대통령이나 왕자, 공주가 되는 등의 멋있는 이벤트를 볼 수는 없다. 마이 차일드 레벤스보른은 대신 좀 더 현실과 맞닿은 메세지를 건넨다.  
 
 
 
특이한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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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게임의 제목을 봤을 때, 가장 생소했던 것은 레벤스보른이라는 단어였다. 막연히 독일어로 된 단어일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나치 체제 시절 독일이 낳은 인간 교배장을 일컫는 것이었다. 
 
나치는 유대인과 타 소수 인종, 장애인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금발에 푸른 눈'이라는 아리아인의 특징을 가진 이상적인 인간으로 채우길 희망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레벤스보른의 아이들이었다. 플레이어가 입양할 수 있는 두 아이, 클라우스와 카린도 고증대로 금발머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독일은 그들 손으로 만든 아이들을 보호하지 않았다. 사랑이 아닌 전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아이들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차별과 혐오의 의도로써 탄생한 아이들은 다른 누군가에게 똑같이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한편, 이러한 비극을 만든 장본인인 나치 독일이 괴멸한 가운데, 남겨진 아이들을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해도 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겪는 상황을 직접적, 간접적으로 꾸준히 묘사한 덕에, 게임을 하는 내내 이 질문에 대해 고찰할 수 있었다.     
 
 

부모의 마음이란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미혼모/미혼부다. 양육자이자 가족 내 유일한 수입원인 만큼 좀 더 오래 근무함으로서 더 많은 돈을 벌 것인가, 아니면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인가를 두고 고민해야 했다. 아이와의 친밀도가 낮으면 아이가 가출하는 배드 엔딩이 존재한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그러한 상황은 결말 부분까지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이 게임에서는 소위 '고구마'라 불리는 답답한 상황이 많이 발생했다. 그것도 쉽게 말해 '고구마'지, 실상은 더 슬프고 참혹했다. 그나마 이 모든 과정을 부모의 입장에서 지켜보고 생각했기에 버틸 수 있었다. 

게임은 세계 2차 대전 이후 노르웨이의 모습과, 레벤스보른의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한다. 아이는 독일군과 노르웨이 여자 사이의 자녀로 태어났지만 양쪽에서 버림받았으며, 플레이어에게 입양된 이후에도 레벤스보른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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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꼬맹이가 무슨 뜻이에요?"

 

 

그 서막을 알린 것은 처음에는 아이와 친했지만, 점차 거리를 두다 결국 괴롭힘에 동참하는 반 친구 리브의 존재였다. 이후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게, 심지어는 선생님에게도 학교생활 내내 차별과 폭력에 시달린다. 플레이어는 아이를 단련시켜 폭력에 대응하도록 유도할 수도, 직접 개입해 혼내줄 수도 없다. 단지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그 자리에 있어줄 뿐이다. 

그래도 플레이어는 아예 무력한 부모는 아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아이에게 여우 인형을 선물하고, 크리스마스를 기념할 수 있다. 만약 이 게임의 목표가 단순히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는 것이었다면 '가성비'를 추구해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맨 빵만 먹였겠지만, 아이의 이야기에 이입하니 나도 모르게 최대한 비싸고,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어졌다. 플레이어와 아이 간의 유대감을 신경 쓴 제작자의 마음이 돋보였다.

 
 
마이 차일드 레벤스보른의 후일담 

 

플레이어가 쏟는 온정과 상관없이, 마이 차일드 레벤스보른의 결말은 심각한 폭력에 시달린 아이와 플레이어가 결국 다른 마을로 도피하는 것으로 끝난다. 적어도 아이의 곁에는 플레이어가 있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며 아이에게 쏟았던 노력을 생각해보면 씁쓸한 결말이었다. 
 
그러나 무엇도 실제 역사를 대체할 수는 없는 만큼, 마이 차일드 레벤스보른의 진정한 의의는 해피 엔딩을 찾는 것이 아닌 레벤스보른의 아이들을 소재로 한 게임이 세상 빛을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제작사는 마이 차일드 뉴 비기닝스 (My Child New Beginnings) 라는 후속작을 개발 중에 있다. 새로운 게임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핍박받았던 아이들에게 행복한 가정을 제공하려는 것에 초점을 맞춰, 마이 차일드 레벤스보른을 플레이한 후 클라우스와 카린이 계속 눈에 밟히는 사람은 이 게임을 시도해도 좋을 것 같다. 
 
어려운 이야기를 게임이라는 형태로 세상에 내보인 제작사를 응원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레벤스보른의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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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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