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피로 다시 쓴 네크로노미콘 [영화]

<이블 데드> 시리즈의 진득한 핏빛에 젖어 본다
글 입력 2024.01.3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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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유명한 샘 레이미. 허나 <스파이더맨> 만큼이나 그의 팬들에게 사랑받는, 걸작 공포 영화 시리즈로 평가받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이블 데드> 시리즈다. 샘 레이미가 20대 청년일 시절 1편을 감독하고, 이후 <이블 데드 2>와 3편 <암흑의 군단>을 감독한다.


이블 데드 시리즈 입문을 해야겠다는 항상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2013년 리메이크작을 첫 작품으로 감상했다. 샘 레이미가 감독한 오리지널 1편을 볼까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2013년 리메이크판이 끌려서 리메이크판을 먼저 감상했다. 생각해보니 공포영화 리메이크가 좋은 평을 듣는 경우가 굉장히 적어서인지, 호평을 받은 2013년판에 끌렸던 것 같다.


오리지널 시리즈 뿐 아니라 이블 데드 시리즈의 어떤 영화, 드라마도 보지 않은 사람이라 비교는 어렵지만, 일단 2013년만 놓고 평가하자면 꽤 잘 만든 공포 영화라 할 수 있다! 2016년작 <맨 인 더 다크>를 감독하면서 학창시절의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짜릿한 스릴러 영화를 선보인 페데 알바레즈 감독이 본작을 뛰어나게 연출해냈다. 2024년에 개봉하는 <에이리언> 시리즈 신작의 감독을 맡았다는데, 이 감독이 만드는 공포 영화는 기대가 안 될 수 없다.


다시 <이블 데드> (2013)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좋게 본 영화이지만, 초반부는 그렇게까지 인상깊게 보지는 못했다. 초반부가 못 만들었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렇게 '무섭지'가 않았다. 캐릭터들 입장에서 굉장한 공포심을 느껴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보면서 그렇게 긴장감을 느끼지 못했다. 소위 말하는 '갑툭튀' 순간도 몇 있었는데, 전부 예측 가능하거나, 효과적이지 못했다. 보고 깜짝 놀란 갑툭튀가 한두 개 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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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초반부에서 좋게 본 점들을 이야기해보자. 여주인공 '미아' 캐릭터가 마약 중독자이기 때문에 숲속 오두막에서 재활을 하며 있어야 한다는 줄거리 장치는 참신했다. 미아는 예전에 마약을 끊으려 노력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고, 과다복용으로 죽을 뻔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다른 인물들이 미아를 오두막에 잡아 놓으려는 개연성이 확보되고 캐릭터들이 왜 오두막을 떠나지 않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제공해 준다. 이후 미아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할 때도 단순 금단 증세로 치부해 버린다. 공포 영화로서 클리셰에 빠지지 않는 영리한 장치와 각본이다.


그리고 초반부 뿐 아니라 영화 전체적으로, 특히 후반부에 적용되는 칭찬점이 하나 있다. 바로 영상미 및 비주얼이다. 숲속 오두막이라는 로케이션, 집 내부 장소들 같은 배경도 마음에 들고, 영화 전체적으로 촬영을 굉장히 잘 해서 일반 공포영화보다 훨씬 나은 느낌이다. 영상 색감도 굉장히 눅눅하고, 공포 영화에 어울리는 분위기가 영화 전체에 감돈다. 큰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지만 결말부에 가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한, 인상적인 빨간색 숏들이 많다.


초반부 이후 영화가 진행될수록 더 재미있게 본 것 같다. 갑툭튀가 약한 영화이긴 하지만 갑툭튀로 놀래키고 공포를 주는 영화가 아니다. 다른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긴장감을 쌓아올린다. 결과적으로 이야기에도 몰입이 되었고, 초반부에서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캐릭터들에도 몰입이 가능해졌다. 앞서 말한 영상미도 그렇고 본작이 왜 잘 만든 (몇 안 되는) 공포 리메이크로 평가받는지, 심지어 샘 레이미의 원작보다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왜 있는지 이해가 잘 된다.


이 영화를 얘기할 때 잔인함을 빼놓고는 영화 이야기를 못 할 정도로 고어함이 강하다. 영화 보면서 대부분 CG가 아닌 아날로그 특수 효과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짐작했었는데, 이후 찾아보니 실제로 그랬다고 한다. 아날로그 효과랑 분장들이 뛰어나서 CG로는 낼 수 없는 그 느낌이 있다. 영화를 보면 캐릭터들의 신체 훼손 정도가 워낙 심해지는 순간들이 있어서 '이럴 거면 차라리 빨리 죽여라'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후반부에서는 영화 촬영에서 가장 많은 양의 가짜 피를 사용한 것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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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트집잡기일 수도 있지만, 영화에서 '악마'가 말할 때 가끔씩 분위기를 깼다. 오리지널에서 그래서 리메이크판에 옮겨온 것일수도 있지만, 일부 장면에서 악마 목소리가 약간 깼던 것은 사실이다. 개인적인 감상이니 다른 사람들은 문제삼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일단 이블 데드 시리즈 입문은 잘 된 것 같다. 점수를 매겨보자면 10점 만점에 8점 정도이다. 나중에 7점으로 내려갈 것 같기는 한데 일단은 8점을 주겠다. 영화 꽤 잘 만들었다. 작년 또 다른 작품 <이블 데드 라이즈>가 개봉했다. 아직까지 국내 개봉 소식은 없고 VOD로 직행한 것 같으니, 샘 레이미의 오리지널 시리즈와 함께 그 작품도 감상해 봐야겠다.

 

 

[하지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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