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너머를 꿈꾸게 하는 예술 - 디어 컬렉터 [도서]

"작품을 소장하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내 안으로 들여오는 일이다."
글 입력 2024.01.2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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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예술을 향유하는 이유는 뭘까.

 

나는 여행과 예술이 맞닿아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한낱 나를 벗어나, 나로 되돌아가는 일. 그러나 돌아온 ‘나’는 이전과 절대 같지 않다. 여행과 예술을 통해 우리는 세상과 나를 더 깊이 용인할 수 있게 된다. 예술과 여행은 닮아있다. 예술은 창작자의 눈으로 세계와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것은 마치 영혼이 하는 여행이다.

 

내가 예술을 향유하길 좋아하는 이유는, 나에게서 벗어나 나를 더 알아갈 수 있다는 그 모순적인 면 때문이다. 결코 나로만 살아가면서는 알 수 없는 것들, 내 자리를 비로소 벗어나야 볼 수 있는 것들이 나는 보고 싶고 알고 싶었다. 서있던 곳에서 한 발짝 물러나야, 내가 서있던 자리를 볼 수 있고 다른 각도에서 세상을 볼 수 있다.


 

게일의 말대로 작품을 소장하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내 안으로 들여오는 일이다. 내 안의 세계는 나를 성장시키고 확장시킨다. 내 고민의 진정한 출처를 찾게 되고 세상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관찰할 수 있으며 나란히 걷는 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다. (71쪽)

 

 

마음이 맞는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신비로울 정도로 황홀하다. 두툼한 책을 받아보았을 때의 당혹스러움은 습관처럼 책의 중반부를 먼저 펼쳤다가 어느새 잊혔다. 여러 폭의 그림이 걸려, 마치 그림을 넘어서 그림이 자리한 그 공간까지 예술 같던 어떤 컬렉터의 집안 풍경을 보았을 때 나는 일순 내 방안이 떠올랐다.

 

 

“현대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왔다. 답은 아주 간단하다. 지금 친구네 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보이는 벽에 걸린 그림이다. 커피 테이블 위의 조각이다. 현대미술은 ‘현재성’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현재성은 지금 일어나고 있거나 시작된 일이다. (…) 컬렉터는 그렇게 구현된 작품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발굴해내는 현대적 고고학자다. 자신만의 안목으로 작품들을 배치해 새로운 의미의 집을 짓는 건축가다. (6쪽)

 


작품을 컬렉팅하는 일은 다른 세계의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생각하며 미술관에서 동떨어진 존재처럼 배회했던 나는 이 책을 만나고서 나 역시도 한 명의 컬렉터라는 생각을 했다. 마음에 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 모으고 오려내고 덧붙이던 엽서, 포스터, 스티커, 조각품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내 방. 그리고 그것들을 사고 창작자들을 사랑하며 심장을 닮은 ‘마음’을 날려 보내던 ‘나’.


 

정말 누구나 작품을 컬렉팅할 수 있고 현대적 아름다움은 발견하는 자의 몫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7쪽)

 


이 책의 묵직함은 현대미술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진정한 소유는 경험의 공유”(7쪽) 라는 저자의 말처럼, 모든 것이 멈춰 집 밖으로 언제 나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공포 속을 통과하며 컬렉터들은 서로 자신들이 가진 아름다움을 드러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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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에 시작해 엔데믹까지 약 3년간 진행한 프로젝트에는 모두 21명의 현대미술 컬렉터가 참여했고, 수백 통의 이메일, 수십 통의 전화가 오갔으며, 방문 가능한 곳은 직접 찾아가 예술에 관한 깊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작품을 수집한 컬렉터들의 컬렉팅 철학부터 현대미술의 선단에서 활약하는 예술가들과 동시대 미술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400여 점이 넘는 풍부한 작품 이미지를 감상하는 재미와 함께 미술의 현주소를 살피기에 더없이 좋은 자료가 되어주었다.


경험을 공유받으며, 나는 나도 모르게 많은 것들을 전해 받은 기분을 느꼈다. 이 도톰하고 묵직한 사랑에 고마움을 느꼈다.


이들이 컬렉팅할 때 집이라는 공간을 적극 활용했듯, 나는 서점에서 노트 한 권을 사 문장과 아티스트들을, 경험을 컬렉팅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이 짧은 리뷰가 꾸려졌다. 이 역시도 현대예술의 모서리 한 귀퉁이라도 되길 바라며, 가장 마음에 쏙 들었던 문장과 작품을 공유하고 글을 마쳐본다.


 

“예술은 평소 생각지 못한 지점까지 우리를 끌고 가서 사고의 지평을 벽 너머로까지 확장시켜 주더라고.” (3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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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방의걸, <바다의 얼굴>, 방의걸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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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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