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람'으로서의 쇼팽 - 쇼팽, 블루노트

글 입력 2023.12.2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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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차이콥스키.

 

너무도 유명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실제로 존재했던 '사람'이라기 보다 어떤 대명사 혹은 추상적 개념의 예술가 정도로만 각인되어 있는 존재들이다.

 

나 역시 클래식에 깊이 빠지게 되기 전까지 음악가들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 영화 <아마데우스>의 미치광이 웃음으로만 기억되는 음악 천재 모차르트, 귀가 먼 상태에서도 수많은 명곡을 만들어낸 베토벤, 피아노의 시인 쇼팽, '호두까기 인형'을 작곡한 차이콥스키 등의 이미지로만 각인되어 있을 뿐이었다. 정작 본인들이 작곡한 음악보다 덜 알려져 있는 것이 바로 이 '사람'들이다.

 

산울림 편지 콘서트는 바로 이 '사람'들의 삶을 연극으로 풀어내며 이들의 음악까지 라이브로 연주해주는 흔치 않은 형태의 공연이다. 2013년 베토벤을 시작으로 10년째 매년 다른 작곡가를 선정하여 진행해 왔다.

 

올해는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쇼팽이 주인공이었다. 쇼팽과 그의 뮤즈 조르주 상드의 로맨스를 주축으로 쇼팽의 삶과 음악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연극과 함께 중간중간 스토리 흐름에 맞는 피아노 연주가 가미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연극과 클래식 연주의 조합이라니, 상상이 되는 것 같으면서도 어쩐지 생소하고 어색할지도 모르겠다는 우려와는 달리 공연은 꽤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연극적인 요소는 적었고 오히려 나레이션이 많은 분량을 차지했는데, 나레이션을 맡은 이다해 배우가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호흡으로 잘 이끌어준 덕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쿠프카 피오트르의 준수한 연주가 빛을 발했다. 연극과 클래식이 따로 놀지 않도록 플롯 전개와 곡의 구성을 세심하고 센스있게 구성해냈다.

 

극적인 전개가 없어도 차분히 쇼팽의 삶을 따라가며 그의 음악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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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의 삶에 대해 알아갈 때마다 음악 너머 이들을 한 '사람'으로서 바라보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진다.

 

백년이 넘는 시간을 견디고도 여전히 우리 삶에 침투해 있는 위대한 음악을 만든 대가들이지만, 이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 하나같이 참 굴곡지게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쇼팽 역시 조르주 상드와의 순탄치 않은 사랑, 고국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평생 동안 병을 앓았던 허약한 몸 때문에 고통 받았다.

 

그런 비극적인 삶 속에서 탄생한 그의 음악은 아름답지만 처연하고, 물결치듯 우아하면서도 처절하다. 클래식 음악에 기쁨과 슬픔이 뒤섞이듯 공존할 수 있는 데는 음악가들의 복합적인 삶이 녹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쇼팽을 거의 알지 못하는 관객에게도 충분히 친절한 공연이지만, 쇼팽의 음악과 삶에 대해 잘 알고 있던 관객에게도 연극과 곡을 함께 감상하며 '사람' 쇼팽과 '음악가' 쇼팽의 면모를 동시에 만나볼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황연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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