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유튜브 뮤직 2023 Recap 살펴보기

글 입력 2023.12.2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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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중반부터인가, 유튜브 뮤직에 "2023 Recap"이라는 플레이리스트가 떠서 보니 2023년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들을 모아준 것 같았다. 찬찬히 훑어보니 한 두세번 들은 노래도 들어가 있어서 해당 알고리즘에 적잖은 의심이 가기는 한다. 그렇지만 유튜브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지도 모르는 일이니. 김간지와 하현진은 부른다, <그댄 나보다 나를 많이 아네. 시간 날 때 내게 좀 말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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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힘들지만(물론 내 입장에서..내가 이 노래를 이렇게 많이 들었다고?) 2023년 대망의 유튜브 1위는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멤버 중 한명인 엘런드 외위에의 "Lockdown Blues"다. 이름을 보니 코로나가 한창인 시절 만든 노래 같은데 왜 듣기 시작했더라, 가까운 사람과의 이별에 한창 젖은 솜처럼 살아가던 올해 여름, 이웃 아저씨가 좋은 꿈을 꿔주었다. 가까운 사람이 빛처럼 살고 있는 아주 좋은 꿈을. 엄마는 왜 그가 당신의 꿈에 나오지 않는지, 왜 이웃 아저씨의 꿈에 나온건지 섭섭하게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 꿈은 우리를 자유케했다. 이웃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산책을 떠났다. 우리 집 앞으로는 기차가 지나가는데 그 길 앞을 뛰듯이 걸으며 나는 락다운 블루스를 들었지. 박하향이 나는 것 같은 시원한 여름 저녁, 지나가는 기차를 보고 밝게 웃었다.

 

3위인 Yo la tengo의 "Today is the day"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세상에 이런 노래를 만들었다니, 얼터너티브 록 장르 노래들은 다 이렇게 세련됐나요? 나는 가사와 노래의 제목에, 그러니까 소재와 내용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청자는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분위기. 그렇지만 투데이 이즈 더 데이는 정말 잘 지은 제목이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야'라는 문장의 분위기가 노래에 고스란히 담겨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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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오프의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는 처음으로 발매를 손꼽아 기다려본 노래다. 제주에 있는 포도 뮤지엄에 갔다가 들어본 노래인데 정식 발매가 안되어 있어 누군가 비공식적으로 올려준, 떨리는 음질의 노래로만 오랫동안 들었었다. 그러다 올해 발매가 된 것을 보고 적잖이 반가웠지. 한병철은 그의 책 타자의 추방에서 우울은 타자의 존재를 보는 것으로 사라진다고 했다. 이 노래는 들어본 것 중 가장 많이 그리고 탁월하게 타자의 존재를 환기시켜준다. 소재에 관심을 그다지 기울이지 않는 청자라 말했지만, 가사와 제목이 기가 막힌다. '그러나'와 '우리가' 그리고 '사랑으로' 중 어느 것도 빠뜨리고 싶지 않다.

 

나탈리아 라포우르카데는 가장 사랑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라틴 음악을 입문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아티스트. 제목인 "Soledad y el Mar"는 말그대로 '고독과 바다'라는 뜻인데 라틴 문학을 요약한것만 같다. 백년동안의 고독, 태풍의 계절, 콜레라 시대의 사랑 같은 책을 읽어보면, 웃긴말이지만 더운 나라에서도 고독과 고독의 철학이 가능하다는 것을 배운다. 왜 망고가 끝내주게 맛있는 나라들에는 고독과 철학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노래는 순풍이 이는 것만 같은 분위기다. 바다에서 당신을 기다리는지 당신에게 작별을 하는지 분간이 안가지만, 여전히 시원하고 달콤해, 라틴 노래답다.

 

소리새의 "그대 그리고 나"는 아빠가 추천해 준 노래, 엄마와 셋이 영덕으로 드라이브를 하며 들었다. 기숙사에서 짐을 빼는 날이라 차의 뒷자석과 트렁크에는 터질듯 짐을 가득 싣고. 풍력 발전소 밑 구불구불한 길을 갔는데, 아빠의 추천을 듣고, 새삼 당신의 젊은 시절을 생각했다. 당신은 멋진 음악 취향을 가진 청년이였겠어. 몇달 전에는 친구들과 등산을 하고 막걸리 집을 갔는데 손님이 노래를 틀 수 있길래 이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난 진창 취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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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isabeth Roma(와Rita Payes)의 "Algo Contigo"는 가사를 알면 더 재밌다. Algo Contigo는 'Something with you'라는 뜻인데 너와 무슨일을 가지기 전에는 죽고 싶지 않다는, 너의 집 앞을 지날 때마다 변명을 만들어내기도 이제 지쳤다는, 사랑스러운 노래다. Rita Payes의 노래 그리고 트럼프 연주 모두 아주 좋다. 이 노래를 들은 당신 스페인 노래에 입문할지도. 함께 있는 La Paloma, Berimbau, Diez Pasos Hacia Ti 등 모두 명곡이니 놓치지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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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vsho의 "Descobrir"는 사람들을 집에 초대할 때 꼭 트는 곡이다. 따뜻하다거나 신나는 분위기의 곡은 전혀 아닌데 맨발로 춤을 출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음악취향을 잘 설명해주는 곡 중 하나라, 초대받는 사람들은 거쳐야 하는 관문 같은 곡. 조하문의 <사랑하는 우리>는 마음을 꽉 채운다.


음악을 보내주는 것은 완곡한 언어로 작용한다. 특히 연애 초창기 때 그랬지. 좋은 노래가 있으면 그 날의 날씨를 알려주듯 당신에게 노래를 보냈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냐하면 아마도, 난 이 노래가 좋은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지금 당신 뭘하고 있는지, 당신의 일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잠깐 멈추고 내 생각을 해봐. 같은 것.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묻겠다! 난 이 노래가 좋은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지금 당신 뭘하고 있나?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으니 마지막으로 감기에 좋은 노래를 몇 추천한다. 요즘은 독감이 전국적으로 말썽, 당신도 독감에 걸렸을 확률이 매우 높으니까.

 

 

 



2023년의 노래를 보니 뭐랄까, 너무 착한 음악만 들은 것 같아 내년에는 좀 못된 음악들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있잖아, 발칙하고 두려울게 없다는 식의 노래들. 다짐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는 또 내년의 음악들이 저절로 알아서 날 찾아오겠지만. 알고리즘으로 (알고리즘을 낭만적으로 쓸 수 있는 날도 언젠가 올까?), 친구들의 소개로 또 그냥 어쩌다. 무엇보다 새로운 얼굴들이 많은 음악으로 사랑을 이야기 해주기를.

 

 

* 대표이미지는 유투브가 2023년에 들었던 음악 기반으로 만들어준 앨범 아트.


 

[남영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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