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 읽는 법 - 내 삶에 진짜 미술을 들이는 첫 번째 시간

글 입력 2023.12.0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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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에는 세상과 사람이 담겨 있다."

"미술은 역사적, 사회적 흐름 속에서 인간이 선택하고 행해온 결과."

 

저자는 책을 시작하며 위와 같이 말한다.

 

'그림 읽는 법'은 비교적 짧은 호흡의 14개 class로 구성되어 독자가 따라가기 쉬운 흐름으로 진행되어 있다. 창작자의 생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사실에 기반한 작품 소개로 독자가 작품이 탄생한 사회적 배경과 작가의 심리적 상태에 따라 작품을 더욱 온전하게 자신만의 감상을 향유하게끔 돕고 있다.

 

 

그림 읽는 법_표지.jpg

 

 

 

생과 죽음


 

많은 작가는 생과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다양한 시선을 보내고 자신의 예술로 표현한다. 아마도 우리의 삶과 가장 맞닿아 있고 지속되고 있지만 끝으로 도달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라 그렇지 않을까.

 

시간적인 순서에 따른 '생의 프리즈' 구성으로 자신의 예술은 자서전이라 칭한 뭉크. 자신의 감정을 색상과 선으로 표현하여 그의 작품은 그의 심리를 그대로 대변한다.

 

조각가이자 화가인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하루 만에 사람이 '오브제'로 변하는 죽음의 과정을 보며 생사의 경계가 허물어진 세계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저자의 표현대로 인간의 생에 연민을 가지게 되고, 사라지는 것에 대해 기록한 자코메티의 작품을 보면 그에 대해 알기 전과는 다르게 뾰족하고 날카로운 형상이 유약해 보임을 느낄 수 있다.

 

20세기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 또한 작품으로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운명을 말한다. 우리는 모두 고깃덩어리이며 잠재적인 시체라고 말한 베이컨의 그림을 보면 고통과 두려움에서 어떤 실체를 그리고자 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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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자코메티 <걷는 남자>

 

 

 

숭고와 림보


 

저자는 예술작품이나 자연을 보고 느끼는 아름다움, 편안함의 감정과 동시에 두렵고 무서운 분위기로 우리를 압도하는 감정을 느끼는 것, 존경과 숭배의 감정, 즉, 숭고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부분에서 잠깐 멈춰서 내가 숭고를 느꼈던 순간을 떠올려 보게 된다.

 

자연의 풍광 앞에서 아름다움과 동시에 인간의 미약함을 느끼게 될 때, 인간에 대해 가감 없는 문화 예술 작품을 보고 불쾌함을 느끼는 동시에 사실적인 표현에 감탄할 때. 나에게 숭고를 주는 작품이 있기에 나는 감사를 배운다.

 

한 가지 단어가 다양한 문화 예술 작품에서 특징을 갖고 파생되는 경우가 있다. 림보는 기독교 신학에서 예수를 미처 알지 못하고 원죄 상태를 유지한 채 죽은 이들이 머물게 되는 지하 세계를 의미한다.

 

단테의 '신곡'의 지옥 편에도 림보가 나오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에서 림보는 사람들의 무한한 무의식의 공간으로 묘사된다. 저자는 애니시 커푸어의 작품인 '림보로의 하강'을 통해 '림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끔 만든다.

 

단어가 가진 의미가 각 작품에서 무슨 작용을 했고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들여다보면 한층 더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다.

 

 

 

열두번째 이야기, 제목 없음


 

작품에 제목이 없다는 것. 즉, '무제'라는 것은 때때로 감상하는 이를 당황하게 만든다.

 

눈으로 본 것에 대해 이해하고 싶은 감정은 인간의 본능이라 설명한 예젤의 말처럼, 우리는 종종 이해할 수 없는 것의 해석을 찾아보고 의미를 찾는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시험과 교육 속에서 만점을 받는 것이 미덕인 우리에게 해석에 정답은 없다고 말하는 예술은 '뭘 말하려는지 잘 모르겠다'는 감상으로 끝난다.

 

그러나 나의 해석으로 이 작품이 완성된다는 것, 감상자에게 향유하는 힘을 갖게 하고 모든 감상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모든 '무제'의 작품은 이야기한다.

 

나는 대부분의 글을 쓸 때 제목을 공란의 상태로 시작한다. 제목은 가장 마지막이다. 그 이유는 종종 글이 내가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가기 때문이다. 글이 어디로 도망가고 생각이 어디로 튀어 오르는지 한계를 정해두고 싶지 않다.

 

가끔 주어가 모호한 문장을 읽고 저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의 해석을 한 줄 보탠다. 함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자신의 세계가 넓어짐을 느낀다. 이런 이유로 때로는 '모호함'이라는 것이 장점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날의 미술은 더는 사물이나 풍경을 얼마나 아름답고 정확하게 묘사했는가에 중점을 두지 않습니다. 각 감상자가 가지고 있는 개인의 미학적 개념에 질문을 던집니다. 미학적 개념이란 말은 '무엇이 예술인가'라는 철학적 의문을 말합니다. 현대미술 작가들은 우리가 미술관에서 생뚱맞게 쌓여 있는 사탕을 보거나 남자 소변기를 보고 그것이 예술인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하도록 질문을 던집니다.] - 193p

 

 

[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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