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여름 그 열기처럼 찾아온 첫사랑 - Call me by your name [영화]

글 입력 2023.12.0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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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찾아옴에 따라 쌀쌀해진 기온을 날려보고자 오늘은 여름의 상징으로 유명한 영화인 Call me by your name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푸른 여름의 상징


 

영화의 대략적인 스토리는 1938년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엘리오가 가족 별장에서 지내다가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으로 온 올리버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첫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동명의 원작 소설(한국어판으로는 <그 해, 여름 손님>)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영화에서 각색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이미지를 잘 구현해 낸 작품으로 꼽을 수 있다. 사실, 소설에서 엘리오의 독백으로 진행되는 장면이 많기 때문에, 영화에서 잘 구현될 수 있을까 했는데, 독백 없이 배우의 연기만으로 장면을 살려낸 것에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다섯 가지를 꼽으라고 했을 때 여태껏 한 번도 순위에 밀려난 적 없을 정도로 정말 아끼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 처음 반했던 순간은 특이하게도 영상이 아니라 포스터인데, 색감이 강한 비비드 톤의 푸른색과 노란색을 사용하여 간결하게 만든 영화의 포스터가 보자마자 내 마음에 박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의 마음을 한 번에 앗아간 이 포스터는 영화가 개봉한 18년부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면서 곳곳에 게시되고 있을 정도이다.

 


콜바넴 1 (1).jpg

 

 

포스터를 통해 생긴 기대를 한껏 안고 영화를 틀고서 처음 든 생각은 ‘여름을 영상으로 녹여내면 이러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였다. 그만큼, 영화는 곳곳에 여름을 담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단순히 영화는 여름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햇빛의 반짝임, 강렬한 색채, 주인공이 지나는 풀숲 등을 담아내면서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자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여름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상징’으로 이루어지는 전개


 

사실, 이 영화를 처음 다 보았을 때 드는 생각은 ‘내가 놓친 게 있나?’였다. 그 정도로 영화 내용 전개가 갑작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영화에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이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각종 작가, 감독 인터뷰를 찾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작가와 감독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대략 무엇인지 파악 후 영화를 다시 틀었고, 다시 보는 영화 속에서 관객들에게 ‘상징’이라는 독특한 전달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영화는 대화에서부터 소재까지 ‘상징’적인 요소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엘리오가 들고 있는 복숭아, 엘리오와 올리버가 어원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 등 이 모든 것이 사실 그들의 관계에 대해 상징하거나,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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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제목이 Call me by your name인 것처럼 엘리오는 올리버를 엘리오라 부르고, 올리버는 엘리오를 올리버라 부른다. 이는 서로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안드레 작가의 말을 따르면 ‘당신이 나고, 내가 당신이 되게 해줘’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처럼 영화는 직접적인 대사로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말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도 없고, 왜 이들이 이런 선택을 했는지 맥락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단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대사만으로 한정하지 않은 것으로, 인물들의 성격을 이해하고 몰입하여 보게 된다면, 그들이 전하는 또 다른 대화가 들리게 될 것이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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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대다수 사람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말이다. 이 말이 이렇게 퍼지게 된 이유는 사람의 흥미를 끄는 자극적인 말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이처럼 겪은 사람이 많아 신빙성이 높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화에서도 이 말이 적용되었는데, 이러한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영화의 메인 테마인 ‘여름’과 정반대인 ‘겨울’을 선택하여 상황을 비추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쯤 뜨거웠던 시간이 흐르고 올리버는 떠나고 겨울이 오게 되는데, 엘리오는 전화로 올리버의 결혼 소식을 통보받게 된다. 엘리오는 예전처럼 올리버를 자신의 이름을 통해 부르지만 더 이상 올리버에게 그 마음은 닿지 못하고, 전화를 끊은 후 모닥불 앞에 앉아 있는 엘리오를 비추며 영화는 끝이 나게 된다.

 

이때, 엘리오의 모습 뒤로 눈이 내리는 창문이 보이는데, 모닥불로 인해 일렁이는 엘리오의 얼굴은 그들이 함께 보냈던 뜨거웠던 여름을 회상하는 것처럼 보이고. 눈 내리는 모습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 그들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 같다.

 

이처럼 이 영화는 이들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과 감정 또한 ‘상징’적인 요소를 선택하여 표현하니, 영화를 다시 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는 매력적인 영화라 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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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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