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 모든 일은 사랑으로 시작됐다 - 문과라도 안 죄송한 이세계로 감 [도서]

글 입력 2023.11.2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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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차 편집자로 근무하던 김성진은 어느 날 한 원고를 맡게 된다. 무사이 작가가 쓴 <알비온 왕국의 왕자>로, 이 작가는 망해가는 성진의 출판사는 어떻게 알았는지 주 분야도 아닌 판타지를 투고했다. 산만한 전개와 완결되지 않은 원고였지만, 이를 그냥 무시할 수 없었던 성진은 여덟 번이나 고쳐 쓴 작가의 노력이 안타까워 충고의 메일을 보내게 된다. 이러한 동정의 결과로 “언젠가 뵐 날이 있길 바라며, 건필하십시오”라는 작가의 답신을 받게 되고, 그 순간 성진은 알비온 왕국의 클레이오로 소설 속에 떨어지게 된다.

 

 

 

기존의 웹소설 시장의 규칙을 역으로 속인 작품


 

웹소설 시장이 발달함에 따라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작가의 벽’이 낮아졌다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 준비된 원고만 있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고, 실력만 있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 하에 시장은 급속도로 커졌다. 시장이 커진 만큼 웹소설 시장에 등장하는 작품의 수는 과도하게 늘어났고, 이러한 파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작품의 특성 또한 변해갔다.

 

기존의 소설 양식과 비교했을 때 웹소설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특징으로는 독자와 작가의 사이가 매우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한 권의 원고가 나와야 독자들에게 배급되었던 과거와 다르게 웹소설은 한화 한화가 바로 업데이트되는 연재 방식으로 바뀌게 되었고, 독자들은 이러한 소설에 실시간으로 댓글을 다는 것이 가능해졌다. 즉, 작가 또한 자신 작품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독자들의 선택지는 늘어났고 다양한 작품 속에서 자기 작품이 선택되기 위해서 작가는 점점 독자들의 취향에 맞추어 작품을 써야 했고, 이러한 특성은 다음과 같은 일종의 법칙으로 남게 되었다.


 

1. 제목은 작품이 드러나게

2. 5화 이내에 독자들의 흥미를 끌 것

3. 주인공이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있을 것 ...

 


하지만 <문과라도 안 죄송한 이세계로 감>(일명<문송안함>)은 이러한 웹소설 규칙을 지키면서, 이를 역이용해 독자들에게 충격을 준 작품이다. 처음 제목을 들어보면, 이 작품 역시 시장에 나와 있는 평범한 판타지 웹소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초반 20화까지의 내용까지 보면, 마법을 쓰는 세계에 떨어진 주인공이 마법 주문이 고전 작품 문구라는 사실을 알고 편집자였던 이점을 살려 적을 다 무찌를 것 같은 내용으로 나오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

 

무료 화수가 지나자마자 작가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이 소설에 녹여내고자 하는 온갖 전승과 주인공의 시련을 쏟아내 독자들이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작품 소개 문구에서는 마법이 있는 중세 배경의 이세계에 떨어진 주인공이 유유자적하게 살아갈 것처럼 써놓고, 막상 작품은 공화당이 들어서는 무너져가는 왕권시대 배경에 전쟁, 정치, 신화적 요소가 뒤섞인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다. 주인공이 아무리 마법적 능력이 강해도 더 상위의 존재가 주인공과 대립하고 있으며, 성진이 소설의 중심에서 도망치고자 하더라고 세상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러한 시련이 있기에 초반에 어쩔 수 없이 폭풍 속에 뛰어들던 성진이 어떠한 방식으로 세상을 사랑하게 되고,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변해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된다.

 

 

 

독특한 모티프, 그 기반이 되는 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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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절대 가볍게 진행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용은 가볍고, 독자들이 읽는데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해야 한다는 지금의 웹소설 트렌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책을 상당히 많이 읽는 편에도 불구하고, 무려 4번의 시도 끝에 작품을 끝까지 읽는 데 성공했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꼭 한 번 작품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내용이 쉽지 않음에도 이야기의 끝을 향해 가는 과정이 날 매혹시키기 충분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4번이나 도전할 수 있었다. 작품을 읽는 과정이 마치 주인공들과 함께 여행하는 것처럼 심력이 크게 소모될 수 있지만, 그렇기에 작품을 깊게 이해하고 작품의 흐름에 몸을 맡길 수 있게 된다.

 

이 소설의 배경은 앞서 말한 것처럼 왕권이 무너지고 공화당이 들어서는 격변기의 시대이다. 작품은 그 속에서 마지막 왕좌를 주인공의 손에 넣어주기 위한 성진의 일대기를 보여주고 있다. 성진은 현대에서 온 사람이기 때문에 왕권이 무너진 이후 세계의 필요성에 대해 알고 있다. 그런데도 왕권을 지지하는 이유는 <알비온 왕국의 왕자>인 주인공 아서가 죽으면 세계도 멈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성진은 세계를 흐르게 하려면 아서를 살려야만 하는 의무를 가지게 되었다.

 

사실, 성진이 이 세계로 불려오게 된 이유는 <알비온 왕국의 왕자>의 세계를 주관하는 여신이 더는 세계가 멈추는 것을 막기 위해 불러왔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성진은 이 세계와 자신이 있던 세계, 자신의 존재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다. (자세한 이야기는 소설을 읽어보자)

 

신화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면, 글의 초반에 등장한 ‘무사이’라는 작가의 이름에서 이 소설이 그리스 신화와 연관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의 스포일러가 될까 자세히 이야기는 못 하겠지만, 실제로 소설 속 세계관은 무사이와 아홉 뮤즈가 배경이 된다. 그 외에도 각종 전설과 성경 등 다양한 전승들이 이 소설의 기반이 되고 있어, 알고 본다면 이 소설에 더욱 빠지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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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일은 사랑으로 시작됐다.


 

이 작품을 읽은 사람들에게 소설이 어떤 내용이냐고 묻는다면 각자 말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나는 ‘사랑 이야기’라고 대답하고 싶다. 물론, 이 작품은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실제, 작품 속에서는 남성과 여인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내용이 주가 아니다.

 

그런데도, 내가 이 소설이 사랑 이야기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 소설의 모든 사건이 ‘사랑’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사람과의 사랑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신과 신관과의 사랑, 국가와 백성 간의 사랑 등 관계로서 존재하는 모든 사랑이 전쟁, 신념, 존속 심지어 세계가 존재하는 이유가 된다.

 

그저, 어쩌다 생겨나는 하나의 사건이라 생각되는 것마저 누군가의 애정이 기반이 되어 있으니, 어찌 이 세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정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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