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애도'라는 이름의 여정 - 타조소년들 [공연]

글 입력 2023.11.2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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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는 슬플 애(哀)와 슬퍼할 도(悼)로 구성된 단어다. 즉 슬퍼하고 또 슬퍼하는 것, 그것이 애도인 것이다. 그러나 애도의 과정이 꼭 슬퍼야만 하는 것인가. 상실은 필연적으로 슬픔을 동반하기 마련이지만 그것이 슬픔만을 남기는가.

 

망자를 기린다는 건, 그가 떠나간 뒤 공백에 사무친 아픔을 느끼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가 남긴 자리, 남은 이들에게 새긴 무늬를 추억으로, 이야기로 영원히 간직하는 것이기도 하다.

 

영국 작가 키스 그레이의 2008년 작을 바탕으로 한 동명의 공연 <타조소년들>은 죽은 친구를 위해 세 친구가 떠나는 여정을 통해 애도는 곧 사랑(愛)에 이르는 길(道)일 수도 있음을 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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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로스’의 세 친구 ‘블레이크’, ‘케니’, ‘씸’은 로스의 장례식이 탐탁지 않다. 생전에 로스를 지속적으로 갈구던 ‘파울러 선생’, 로스에게 집단 폭행을 가한 양아치 ‘먼로’, 매몰차게 로스를 떠난 전 여자친구 ‘니나’ 등 와서는 안 될 불청객들이 장례식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는 생전에 그의 가족들이 로스에게 무관심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세 친구는 로스를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골몰하다 과거 잉글랜드의 작은 마을 ‘로스’로 가길 원했던 로스의 바람대로 그의 유골을 훔쳐 400km 이상의 대장정을 떠난다.

 

망자를 위해 떠난 것이지만, 모든 여행은 설렘을 동반하기에 그들의 출발은 불안한 동시에 짜릿하다. 예상치 못한 변수와 소동이 발생하지만, 세 친구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하고, 꼼수도 써가며 로스를 향해 전진하고 달린다.

 

이때 삽입되는 배경음악 Queen의 'Under Pressure', 'We Will Rock You' 와 A-ha의 'Take On Me'는 낭창하면서도 울렁거리는 청춘 특유의 감각을 객석으로까지 전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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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행의 모든 과정이 아름다울 수만은 없듯, ‘로스’에 점차 가까워지자 세 친구는 ‘로스’가 겪었던 그날의 진실을 마주하면서 괴로워한다. 블레이크, 씸, 케니 모두 모래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타조처럼 로스에게 상처를 입히고 고통을 외면했던 과거에 대한 죄책감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블레이크는 로스가 사랑했던 소녀 '니나'를 취했고, 씸은 집단 폭력에 노출된 로스를 방관했으며, 케니는 로스에게는 절체절명의 위기였을 순간 그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거절했다는 전사가 밝혀지면서 세 친구는 갈등을 겪는다.

 

그날의 일은 사실 사고가 아닌 로스의 자살이었음이 밝혀지자 허무함을 느낀 씸은 그 여정에서 이탈해버리고, 경찰들이 좇고 있다는 것에 불안해진 케니는 자취를 감추고, 블레이크만이 로스에 당도한다. 그러나 이후 케니까지 합세하면서 둘은 정상에서 로스의 뼛가루를 뿌리며 로스의 죽음은 끝이 아닌 시작임을, 지금 로스에 서 있는 우리들이 그리고 앞으로 우리를 통해 전파될 로스에 대한 이야기가 이를 증명할 것임을 외친다.

 

씸은 비록 그 자리에 부재하지만, 우리는 그에게서도 로스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평소 세 친구 중 가장 동경하던 로스의 자살은 곧 자신의 인생에 대한 사망 선고와 마찬가지인 것이므로 이탈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도에 이르는 여정은 단선적이지도, 일회적이지도 않다. 종착역은 하나여도 이르는 길은 무한대인 것처럼. 자취를 감추었던 케니가 다시금 용기를 내어 블레이크와 함께 로스에 이르렀듯이. 지금은 두 갈래로 나뉘었지만, 언젠가는 씸도 ‘로스’에 서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죽음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그 순간이.

 

 

[김민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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