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뮤지컬의 모든 것 - 디스 이즈 어 뮤지컬 [도서]

글 입력 2023.11.2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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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진심인 사람은 그 순도에 비례해 말투에도 애정이 묻어난다. 최근 접한 책 <디스 이즈 어 뮤지컬>이 내겐 그렇게 다가왔다.

 

<디스 이즈 어 뮤지컬>은 아시아 최대 뮤지컬 극단 '시키'를 거쳐 [오페라의 유령], [명성황후], [모차르트!] 등 굵직한 대작의 주연을 맡은 바 있는 실력파 배우 최지이의 저서로, 국내외 99개의 작품, 350개 넘버를 개괄하는 책이다.

 

나름 무게감이 있는 편이지만, 한 작품 당 3-4쪽 정도 분량의 짧은 호흡의 글들이라 뮤지컬 입문서로 적격이다. 또 단순 작품 해설에 그치지 않고 작품과 연계된 무대 안팎에서의 해프닝, 추억, 소회, 고뇌 등이 곁들여져 있어 저자의 글을 독해하는 것에서 나아가 저자의 인생에 접속하고 있다는 인상이 든다.

 

뮤지컬의 본거지 미국 브로드웨이부터 대한민국 서울까지, 오래도록 고전 명작의 명맥을 잇고 있는 번역극, 번안극, 각색극부터 독창성과 시의성이 돋보이는 창작극까지 각양각색의 작품을 다루고 있는데, 그중 필자를 붙들었던 건 국내 창작 뮤지컬 [레드북]과 [빨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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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북]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여성들이 자신들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가부장제 보수적 이데올로기에 맞서 싸우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영화, 문학,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젠더 감수성에 대한 논의가 공론화되고 있는 현재의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는 대표적인 뮤지컬이다.

 

극중 주인공 '안나'는 약혼자에게 첫 경험을 고백했다가 파혼을 당한 아픔이 있는 여성이다. 이후 작가가 된 안나는 잡지 '레드북'에 실은 글로 주목받지만, 여성의 성적 욕망을 반영하고 있어 반사회적이고 문란하다는 이유로 추방 위기에 처한다.

 

한편 여성의 사회 활동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대인지라 안나를 위시한 여성 작가들의 활동은 그 자체로 불온하게 여겨지기까지 한다. 이에 안나는 자신 그리고 동지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체제에 타협하지 않을 것임을 그리고 여성도 자신의 성에 대해, 직업에 대해 결정하고 발언할 권리가 있음을 선언한다.

 

영국의 봉건적이고 위선적인 시대상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2018년 초연한 이래 현재까지 꾸준히 대중의 호응을 얻고 회자되는 것은 시대와 국가를 초월해 여성들의 복권에의 투쟁이 현재진행 중임을, 다시 말해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잔존해 있음을 방증한다.

 

뮤지컬과 데면데면한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빨래]는 소시민들의 지친 하루를 넉넉히 위무하는 힐링 뮤지컬이다. 강원도에서 서울로 상경해 갓 취직한 '나영'과 나영의 이웃이자 동대문 옷 가게에서 일하는 '희정 엄마' 그리고 건물주이자 장애인 아들을 둔 '주인 할매'는 대표적인 소시민의 얼굴이다.

 

극중 대표적인 장면은 회사의 부당한 처우로 울분을 터뜨리는 나영을 희정 엄마와 할매가 본인들의 경험담을 보태 위로하는 장면이다. 이때 흐르는 넘버 <슬플 땐 빨래를 해>는 극중 사회생활에 상처 입은 '나영'을 비롯해 치이고 넘어짐에도 하루를 잘 살아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현대인들의 심금을 울린다.

 

때로는 힘에 부치기도 한 서울 살이지만 같이 웃고 울고 부둥켜안으며 그렇게 또 하루를 살아내자는 희정 엄마와 할매의 푸근한 노래에는 피상적인 공감과 조언에서는 느낄 수 없던 온기가 깃들어 있다.

 

저자인 최지이 배우는 프롤로그에서 "뮤지컬이 대중화되었다고 하지만 관객들이 뮤지컬에 느끼는 허들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라고 밝힌다. 극장 방문도 소원해진 시대에 그 열 배 이상을 호가하는 티켓 가격, 뮤지컬 분야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 등이 근원일 테다.

 

전자든 후자든 혹은 양자든 혹여 이 글을 접한 뒤 조금이라도 마음이 동했다면 이 책 <디스 이즈 어 뮤지컬>을 적극 권한다. 허들 자체를 제거할 수는 없어도, 허들을 넘고 싶게끔 하는 매혹적인 작품들과 글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허들을 넘으면 알게 될 것이다. 뮤지컬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김민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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