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울의 봄은 없었다 - 서울의 봄 [영화]

찬란한 희생과 피비린내가 나던 서울의 봄날
글 입력 2023.11.2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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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12·12사태를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전두환과 노태우를 중심으로 한 하나회가 12월 12일에 일으킨 군사 반란이 주 내용으로, 순간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키는지, 어리석은 자들의 판단 실수로 인한 처참한 결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서울의 봄'과 같이 역사를 재구성한 영화가 꽤나 많음에도 12·12사태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단 한 편도 없었다는 것이 신기했고, 12·12사태의 의문을 영화를 통해 드디어 풀어냈음에 감사했다.

 

 


무책임한 책임자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소름 돋았던 것은 '무책임함'이었다. '별 몇 개야?', '투 스타가 감히 쓰리 스타한테' 등 위계와 계급에 목매는 군인들이 정작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는 아래 계급에 숨기 바쁜 모습이 우스웠다.

 

전두광의 반란 주장에 처음에는 다들 머뭇거리다 어느 정도 확신이 들자 전두광을 미친 듯이 지지하고, 또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다시 전두광을 탓하는 단장들의 태세 전환도 역겨우면서도 우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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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육군 본부가 육본 벙커를 버리고 수경사 사령부로 이동한 것은 사실상 반란군에게 패배를 인정한 꼴이나 다름이 없었다. 모든 것을 이태신, 수도경비사령관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숨은 주제에 이태신의 주장에 반대하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도 한심했다. 심지어 국방장관이라는 인물은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며 도망 다니다 결국 전두환 손을 들어주며 전두환 정권의 시대를 열어준다.

 

이들의 이중성과 무책임함이 이뤄낸 결과로 대한민국은 박정희 독재 정권에 이어 전두환, 노태우 정권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들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대한민국은 씻을 수 없는 처참한 역사를 쓰게 된 것이다.

 

 

 

그날의 진실에 대하여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은 실제로 1979년 12월 12일에 한남동의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12·12사태의 총성을 들었다고 한다. 당시 20분 넘게 지속되었던 총성은 그에게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그날의 사건의 진실에 대해서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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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도 이태신이 직접 전투에 나가기 전 아내와 통화를 하는데, 아내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밥을 잘 챙겨 먹으라는 걱정만 하는 장면에서 지금 나라의 정권이 기울고 군사 반란이 일어나는 상황인데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참 안타깝고 무서웠다. 전두광과 이태신의 마지막 접전 장면에서 시민들이 탱크 소리와 무전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오는데, 대피를 해야 마땅한 상황에서 시민들이 나왔다는 부하의 말에 전두광은 그냥 놔두라고 한다.

 

과연 나라를 이끌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군인으로서 맞는 태도일까. 그는 인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그의 위엄과 권위를 보여주며 앞으로의 시대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끝내 사람들은 그날의 진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도 그와 하나회의 언론 조작이 치밀했음을, 모든 것이 그들의 손아귀에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 같아 끔찍했다.


또 12·12사태가 단 9시간 만에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이 큰 충격이었다. 사람들이 죽고 나라의 운명이 바뀌는 큰일인데, 이것이 단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라니. 단 하루 만에 세상이 이렇게나 바뀔 수 있고 이렇게나 무너질 수 있다는 것에 회의감이 들었다.

 

그 9시간 동안 어떻게든 반란을 막아보려 했을 이태신 중심의 군부대들의 심장 떨림과 두려움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니냐는 전두광 중심의 하나회의 뻔뻔함과 그들 나름의 떨림은 상상하기도 싫다.

 

 

 

우리는 하나다


 

'하나회'라는 것도 역겹고 싫었다. 하나회는 전두환과 노태우 중심의 육군사관학교 동기들과 후배들을 구성원으로 한 비밀 조직이었다. 너무나 비밀스러운 조직이기에, 누가 하나회 소속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점이 소름 끼쳤다.

 

이태신의 부대 안에도 하나회 소속 군인들이 있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대들 역시 하나회 소속이라 모든 것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이 이어지는 것도 고통스러웠다. 이런 부패한 조직이 반란을 일으키고 정권을 장악하다니.

 

반란에 성공한 하나회는 잔을 부딪치며 '우리는 하나다'를 외친다. 말로는 육군은 모두 하나라며, 아군끼리 뭐 하는 짓이냐고 하지만 결국 그들에게 '우리'는 '하나회'인 것이다. 그들에게 국민은 '우리'가 아니고,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자들 역시 '우리'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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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신은 처음부터 질 싸움이라는 것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군인은 맞서 싸워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반란군에 맞서 싸운다는 점이 감동이었다.

 

마지막에 국방장관이 이태신에게 자네는 더 이상 수도경비사령관이 아니라며 직위를 해제시켰을 때 그의 처참한 표정과 쓸쓸한 뒷모습은 대한민국에 유일하게 남은 희망이 그 하나였으나 그마저도 끝이라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허망함이 밀려들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인상이 써지고 심장이 떨렸다. 이미 결말을 알고 있기에 더욱 가슴이 아팠다. 영화에서라도 희망을 찾으려 각색을 했으리라, 어떻게든 이겨낼 것이라 기대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오히려 더욱 처참하기만 했다.

 

마지막에 신군부의 단체 사진에서 각각의 인물들을 소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반란을 일으킨 자들은 다들 대통령, 국회의원, 장관 등 잘 먹고 잘 사는 꼴이고 반란을 막으려 했던 자들은 고문을 당하는 장면이 대비되어 더욱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났다. 하지만 그런 연출이 그들의 악함, 탐욕스러움을 잘 드러내며 역사를 다시 바라보게 할 수 있었다. 김성수 감독이 의도한 대로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선과 악의 대립'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우리나라의 중요한 역사가 하찮은 사람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 12·12사태의 진실에 대해 알고 싶다면 '서울의 봄' 영화를 간절히 추천한다.

 

 

[김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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