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완성되는 전시 - 에르베 튈레展

에르베 튈레전 색색깔깔 뮤지엄
글 입력 2023.11.16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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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는 암묵적으로 NO키즈존이다. 고요하고 차분한 전시회장에서 말소리는 민폐가 된다. 덕분에 부모님들은 돌발성이 높은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고 뮤지엄을 찾는 대신 키즈카페를 향한다. 유명 전시회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은 유달리 점잖은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여기에 아동 친화적인 전시가 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이루어지는 「에르베 튈레 展 색색깔깔 뮤지엄」에서는 단체로 관람을 온 어린아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

 

물론 시끄러운 전시 공간이 싫은 사람은 관람객이 적은 평일 오전 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평일 오후 시간대를 추천한다. 목요일 오후 두 시, 간간이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전시 공간을 완성시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스피커에서 인공적으로 나오는 녹음 소리가 아닌 현장에서 들리는 생생한 웃음소리는 어느 순간부터 전시 작품과 함께 어우러지기 시작한다.

 

매우 특별하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어른들을 소외시키지 않는 전시


 

알록달록한 색감의 포스터와 '색색깔깔 뮤지엄'이라는 전시명을 들으면 오해하기 쉽다. 에르베 튈레가 아이들만을 위해 준비한 공간이 아닐지. 마찬가지로 그런 의심을 가지고 예술의 전당을 방문하였으나 아이들 사이에서 소외당하는 일은 없었다.

 

전시 작품들은 창의적이고 독특한 동시에 어딘가 심오하고 향수를 자극하는 구석이 있었다.

 

 

해변.jpg

 

 

2007년에 제작된 「해변가 Hubbub」 시리즈가 그랬다.

 

해당 작품은 에르베 튈레가 친구이자 만화가인 샤를 베르베리앙의 재능에 도전 의식을 느끼던 시기에 그려진 것이다. 그의 아들인 레오 튈레는 아버지가 2-3년 내리 여름만 되면 스케치북을 들고 해변가를 찾았다고 회상했다. 그림을 보고 있자면 스페인이나 꼬뜨도빨르의 바닷가가 떠오른다며 덧붙였다.

 

실로 가본 적 없는 해변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드로잉이었다. 나른하면서 어딘가 차가운 색감이었다. 뜨끈한 해변에 누워있는 스페인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모래알을 쓸어내리는 파도의 웃음소리도 귓가에 들려오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에겐 창의력을, 어른들에겐 동심을


 

물론 누가 뭐래도 에르베 튈레는 아이들을 위한 작가다.

 

그의 작품은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들을 사용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선들은 그 경로를 쉽게 예상할 수 없다. 뜬금없는 구간에서 꺾이거나 휘어지는 선을 따라가다 보면 다 자라버린 어른들의 창의력도 함께 자극된다.

 

 

낙서.jpg

 

 

더불어, 어린 시절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르기도 한다.

 

바로 위의 작품이 그랬다. 어릴 적에 동화책에 가장 좋아했던 노란 색연필로 마구 낙서를 했었다. 그러다 엄마에게 들켜서 혼쭐이 났던 기억까지. 에르베 튈레의 낙서들은 기억 저편의 일상적이고 자그마한 조각들을 끄집어낸다.

 

그러니 아이들의 천진한 웃음소리를 듣고 싶으면. 여전히 벽에 낙서를 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면.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 있다면.

 

에르베 튈레가 마련한 색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어쩌면 일곱 살의 당신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컬쳐리스트 이지연.jpg

 

 

[이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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