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이유 [문화 전반]

'각자'가 '함께' 만들어낸 파티, 크리스마스
글 입력 2023.11.1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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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어느 날, 약속 시간 전 해야 할 일이 있어 스타벅스에 들렀다. 아직 크리스마스가 1달 이상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장엔 크리스마스 굿즈와 시즌 음료, 캐럴까지 크리스마스 준비가 한창이었다.

 

벌써?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날씨가 쌀쌀해지자마자 아침에 외출 준비를 하며 크리스마스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했던 나 자신이 떠올라 머쓱해졌다. 벌써 연말인가 라는 생각이 들며 날짜를 자각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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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들의 크리스마스 테마 비주얼, 여러 브랜드의 시즌 굿즈 및 행사들, 상점마다 모습을 드러낸 트리까지.. 11월 초부터 온 세상이 올해도 등장한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하느라 바쁘다. 어떤 기념일과도 마찬가지로 크리스마스 또한 매년 온다. 그런데 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이 기간은 유난히 설레고 들뜨는지 모르겠다.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는 어쩌다 이토록 크리스마스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이가 아닌 어른으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어렸을 때, 산타할아버지가 어떤 선물을 주실까 기대하며, 잠에 들었던 기억이 한 번쯤 있지 않은가? 우는 아이에겐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주신다는 노래가 있을 정도다.

 

어렸던 우리들은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어른이 된 지금, 더 이상 선물을 줄 산타도 없을뿐더러 산타할아버지의 비밀도 알아버렸다. 더 이상 울음을 참을 이유도 사라진 어른들은 무엇을 위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라는 말을 듣거나 공감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가 성장하고 나이가 들면서 인상 깊고, 새롭게 느낀 경험들이 줄어들며 도파민이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른이 될수록 매사에 덤덤해지고 세상이 무채색으로 보이는 걸까?

 

하지만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각자의 반복되는 일상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건 똑같다. 다만 어른이 될수록 이 반복에 너무 익숙해져 안정과 지루함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이런 반복 속에서도 오랜 기간 나이, 국적, 종교 등을 불문하고 전 세계에서 사랑받았다. 신기한 일이다.

                         

크리스마스는 어떤 힘을 지녔기에 우리에게 아직도 설렘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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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가 ‘함께’ 만들어낸 파티, 크리스마스


 

아주 오래전부터, 크리스마스는 행복한 시간이라고 여겨졌다. 오랫동안 이런 문화가 지속된 탓에 우리 또한 크리스마스에 좋은 감정이 머물러있는지도 모르겠다. 고정관념으로 인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도록 습관이 들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크리스마스에 오랫동안 의미 부여를 하며 이 시즌을 특별하게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


12월 25일,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시기. 이런 시기에 존재하기에 크리스마스는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각자 다른 1년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어 행복, 즐거움 같은 것들을 ‘함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1년엔 행복, 슬픔, 사랑, 상처, 고민, 성장 등 다양한 것들이 담겨있다. 1년이라는 각자의 주머니는 포장지도 내용물도 전부 다르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라는 파티는 어떠한 입장권도 조건도 요구하지 않는다.

 

각자 다른 주머니들이 ‘오너먼트’가 되어, 하나의 아름다운 ‘트리’를 만들도록 한다. 이런 파티는 흔하지 않다. 점점 희박하기에 소중하다. 이런 소중한 날을 기다린다는 것 자체가 설렘이 되는 것은 아닐까? 오죽하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설렌다는 사람들도 있겠는가.


‘각자’ 살아가는 삶에 잠시는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 이 자체만으로도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더 특별하게 만들고 싶고, 이 시즌을 기다리고 싶은 이유가 된다.

 

 


‘보통’의 크리스마스


 

사실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매년 특별한 이벤트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지나고 보면 올해의 크리스마스도 보통의 크리스마스일지 모른다. 그러나 반복되는 일상에서 ‘크리스마스’의 존재 자체가 우리에겐 선물이다.

 

덤덤해진 일상에서 무엇인가를 이유 없이 기다리고, 이 기다리는 시간이 설렘으로 다가오는 것. 이 설렘 자체가 우리에겐 선물처럼 다가온다. 결국 아이도 어른도 크리스마스에만 받을 수 있는 선물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렇듯 아이 어른을 따지지 않고 ‘모두’에게 크리스마스의 존재는 설렘이다.

 

매년 오는 크리스마스에 유난을 떤다고 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기업들의 판매수법에 놀아난다며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함께 설렘과 같은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즐거운 파티 하나 정도는 오래오래 남아두어도 괜찮지 않을까? 점점 덤덤함이라는 무채색으로 변하는 우리의 일상에 초록색과 빨간색, 그리고 따뜻한 조명으로 가득 찬 하루 정도는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의 설렘이 모여, 더 큰 마음을 세상에 나눌 수 있는 힘을 가진 크리스마스. 다시 한 번 다가올 새해를 마주할 준비를 하고, 또다시 보내줄 올해를 정리하는 크리스마스. 모두가 조건 없이 즐길 수 있는 크리스마스. 매번 똑같은 일상, 또 새해, 또 크리스마스지만 이번 크리스마스는 좀 더 따뜻하고, 이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이 기간을 사랑하는 필자가 애정하는 플레이리스트 몇 개를 선물로 남기며, 메리 크리스마스!!

 

 



 

 

 

[김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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