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만과 편견, 문학을 통한 여성들의 파동 [도서/문학]

계몽한 여성의 소외와 낙인
글 입력 2023.11.0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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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이다.’

 

고전 작품 중에 가장 인상 깊은 도입부 구절을 선정하면 높은 확률로 <오만과 편견>은 순위와 상관없이 한편에 자리잡는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는 이 문장이 내포하는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첫 번째 이유는 고전소설에서는 다루는 주제와 그 시대의 클리셰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했다면 당연한 이야기라는 것. 두 번째는 씁쓸하지만 현재에도 해당 논리는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책을 완독하고 나서는 저 문장이 많은걸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오만한 남자와 편견있는 여자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확인하기까지의 전반적인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그 속에서 사회적 결혼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19세기에 나오기 어려운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여성 주인공 ‘엘리자벳’과 사회적 모습을 잘 표현한 ‘다아시’는 신선했다.

 

당대 사회에서 파격적인 파동을 일으킨 엘리자벳은 어떻게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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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인 여성상의 선입견과 작품 속 결혼관


 

이야기 하기 앞서, 우리는 작품 속 배경과 사회적 양상을 거부할 필요도 수용할 필요도 없다. 19세기 남성중심사회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작품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여러 관점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돈 많은 사회적 계급이 높은 19세기 남성은 당연히 아름다운 여성을 ‘선택’하는 시기였다. 그리고 여성은 그 선택에 응해야만 하고 거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엘리자벳은 다르다. 고전적인 여성상을 탈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작품 속에서 강조하는 고전적인 결혼관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주장한다.

 

엘리자벳은 본인의 판단 기준에 따라 맞고 틀림을 분별할 줄 알고, 재력이나 계급과는 상관없이 인성과 마음을 중요시하는 인물이다. 당대의 시각에서 바라볼 때는 주인공 여성이 성격이 꽤나 충격적임을 알 수 있다. 책에서도 계속 여성의 사회상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엘리자벳과 다른 평범한 사회 여성들을 대조시키는 구조를 이끌어간다.

 

작품 속 다아시는 자신의 계급에 걸맞은 교양 여성을 언급하면서 그가 가지고 있는 교양 있는 여성들의 선입견을 내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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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는 다들 그런 것 같아. 누구나 화판에 그림 그리고, 병풍에 수놓고, 손지갑 짜는 정도는 할 수 있잖아’

 

나는 엘리자벳이 가지고 있던 사회적 결혼 사상의 탈피가 작품에서 핵심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19세기 평민층 여성이 과연 사랑만 좇는 결혼과 가정을 꾸릴 수 있는가? 어렵다고 본다. 그렇기에 해당 작품은 고전소설에서 다소 혁명적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회적 성원감과 계몽한 여성의 소외와 낙인


 

우리는 사회적 성원감을 가지기 위해 사회에서 정해준 구조와 사상, 환경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보통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찍히기 마련이다. 엘리자벳처럼 계몽한 여성도 작품 속에서 다른 인물들에게 낙인찍힌다.

 

현대 사회에서도 탈피하기 어려운 사회 구조인 ‘결혼 사상’을 19세기에 표현했다는 것은 혁신적이다. 엘리자벳의 어머니인 베넷 부인이나 동생들도 다소 현실적인 선택을 한다. 돈 많은 남성에게 결혼하는 것이 당대 여성들에게는 희망이었다. 남성들의 입맛에 맞게 꾸미고, 정조를 지키며 평생을 살아야 했다. 그리고 상위 계층의 귀족층 남성들은 여성들의 꾸밈 노동과 헌신적인 결혼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런 건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 조건이고, 거기다 광범위한 독서로 내면을 계발해서 실속 있는 정신적인 교양도 더해져야 합니다.’

 

귀족인 다아시는 자신과 맞는 여성은 저 정도의 조건과 교양은 지켜야만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빙리와 다아시는 귀족들이 만들어낸 사회적 교양관과 여성관에 맞지 않는 엘리자벳을 경멸한다. 결국 엘리자벳도 사회적 성원에 포함되기 어려웠음을 잘 보여주고, 엘리자벳처럼 현대적이고 계몽적인 여성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잘 나타낸다.

 

‘엘리자벳 베넷 양은 같은 여자들을 깎아내려서 남자들의 환심을 사려는 부류인 것 같아요.’

 

엘리자벳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독특하고 이상한 여자로 낙인찍는다. 19세기는 미국과 영국에서 여성들이 계몽하고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던 시기이다. 여성들이 참정권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운동하고, 남성과의 동등한 대우를 요구했다. 그 사이에 나온 <오만과 편견>은 많은 여성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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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와 현대사회의 결혼 사상 변화와 한국의 사회 정서


 

결혼은 현대사회에서도 여성과 남성에게 뗄 수 없는 관계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결혼관에 따라 헤어짐과 만남이 일어나기도 한다. 오래 만난 사이일지라도 결혼관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계를 끝내는 연인들이나, 얼마 알고 지내지 않았어도 자신과 결혼관이 잘 맞아서 빠르게 결혼하는 연인들도 존재한다. 이처럼, 현대사회에서도 결혼이라는 주제는 나름 민감하기도 하고 이슈가 된다.

 

작품 속 엘리자벳과 다아시 역시 오만한 남자와 편견 있는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었다. 엘리자벳은 자신의 편견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면서 다아시의 진실한 마음을 깨달은 후부터는 애가 타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는 이미 내게 한 번 거절당했던 사람이야! 그런 남자에게 다시 나에 대한 애정이 되살아나기를 기대한다는 건 너무 어리석은 일이야.’

 

결국 엘리자벳도 한 여성에 불과하고, 사랑 앞에서는 감정적으로 변하는 똑같은 인간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결혼관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가족들에게도, 주변 인물들에게도 좋지 못한 시선을 받는다.

 

현대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적으로 약속한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오점이 있는 여성으로 남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는 ‘노처녀’, ‘결혼 히스테리’와 같은 단어와 함께 꼬리표가 붙기도 한다. 우리는 사회적 구조와 나의 가치관 사이에서 우리는 사회적 성원감을 잃지 않기 위해 개개인의 고유한 색깔이 옅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엘리자벳처럼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고, 자신의 가치관이나 편견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인정할 줄 아는 현대사회인으로 거듭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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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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