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통으로 숙명으로 선택한 예술가의 소회 - 삶이라는 고통

글 입력 2023.11.07 11:1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오랜 기간 가수와 사진작가로 활동한 한대수 작가의 <삶이라는 고통>은 저자가 1960년대부터 2007년까지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작가의 글을 함께 담은 책이다.

 

예술과 일상, 음악과 가정 사이에서 고민하며 살아온 한대수 작가는 백여 장의 사진을 공개하며 ‘삶이라는 고통’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서울, 부산, 뉴욕 등 여러 도시를 오가며살았던 작가의 삶이 엿보이는 사진들을 정리하며 작가가 발견해낸 것은 ‘삶은 고통’이라는 명제인 셈이다.

 

그에 걸맞게 사진집은 작가의 궤적을 쫓는다. 뉴욕, 서울, 부산, 유럽 등을 작가가 포착한 세상의 고통을 고루 담고있다. ’1부 내 인생의 봄 : 1960년대 뉴욕‘, 서울부터, ‘2부 길 위의 고독 : 뉴욕에서 몽골까지’, ‘3부 끝까지, 평화 : 히피의 기도’는 차례로 한대수 작가의 젊은 시절부터 현재의 삶을 표현한다.

 

 

한대수_표1.jpg

 

 

음악에 눈을 뜨고 음악가로 살았던 젊은 시절의 작가의 모습이 담겨 있는 1부는 가장 자전적인 챕터이다. 20대에 자신의 진로를 두고 고민하며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겪었던 시절의 소회를 풀며 그 당시에 찍었던 주변의 모습을함께 보여주고 있다.

 

쉬운 삶은 아니었다고 말하는 저자이지만 동시에 그 시기를 ‘내 인생의 봄’ 내지는 ‘내 인생의 황금기’라고 추억한다. 항상 완벽하진 않았을 것이다. 부족하고 어긋나 있던 하루하루였지만 지나간 시절은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 자체로 어떤 울림을 준다.

 

[여러분, 나의 젊은 시절의 필름 사진을 때로는 희미하고, 때로는 포커스가 안 맞더라도 내 인생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을 보여드립니다. 맥주 한잔 마시고 즐기십시오!] (13)

 

포커스가 나가고 희미한 사진도 ‘그때 그랬었지.’라고 회상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현상을 거치며 선명해진 사진은지나간 인연과 잊고 있던 감정들, 울고 웃었던 기억들을 수면 아래에서 불러온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떠올릴 수있게 만드는 힘이 사진에 있었다.

 

 

141.png


 

그렇다면 저자를 오랫동안 괴롭힌 것은 무엇인가. 예술가로써 갈고 닦은 예민한 감수성의 문제도 있겠지만 2부와 3부에서 느껴지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 빈곤과 고통의 존재가 그에게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는 듯하다.

 

작가가 수년간 포착한 빈곤의 모습은 엇비슷하다. 비슷한 채도와 온도로 수십 년의 세월을 관통해온 빈곤을 포착하며 작가는 사회에서 고통을 제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강산이 수 번 바뀔 시간에도 빈곤은 사라지지 않았으며 인간은 항상 싸우고 폭력을 행사한다.


전쟁, 기아, 다시 전쟁, 거짓 등 변함 없는 세상의 부조리에 지치고 무기력해지는 때가 있다고 순순히 인정한다. 하지만 저자는 포기를 거부한다. 대신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 미래를 살아갈 딸을 걱정하며 문제가 문제라고 외치기를 선택한다.

 

화려하기보다는 간결한 어투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는 작가의 표현는 날카롭지 않게 다가온다. 예리하지는 않으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제들을 사진과 글로 다시금 짚어준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순간들을 한 번 더 기억해보게 만드는 챕터라 할 수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찾을 수 없다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을 인용한다. 저자는 오래된 필름을 현상하며 잃어버린 시간을 떠올린다.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회상은 짐짓 슬프게 느껴지지만 그 시절의 가치는 어쩌면 지나고난 다음에야 분명해지는 것이기도 하다. 흘러간 시간에 안타까워하며 다시 지금을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봄직 하다.

 

한 평생 세상과 삶의 고통에 예민하게 몸부림쳐온 작가의 조언은 ‘맥주 한잔 마시고 즐기는 것‘이다. 작가가 파악한 바로는 고통은 인생에 반드시 존재하는 요소이며 개인은 필연적으로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이 삶이 끝날때까지는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맥주의 힘을 빌려서라도 잠시 굴레를 잊고 웃고 즐기는 순간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작가가 삶이라는 고통을 버텨온 방식일 것이다.

 

 

 

20231107172216_pivglhvc.jpg

 

 

[이승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