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변화를 준다는 것

글 입력 2023.11.0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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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음에도 예전부터 하던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편했고, 핸드폰 약정이 끝난 지 오래여도 새로운 핸드폰을 구입해 새로운 기능을 익히는 것보다 쓰던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나에게 조금의 변화만 있더라도 그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귀찮고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싶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오랜만에 나를 보더라도 항상 하는 말이 ‘너는 참 한결같다’였다.


그런데 요즘엔 나에게 변화를 준다. 아마도 작년 이맘때쯤부터 변화를 주기 시작한 것 같다. 나에게 준 첫 번째 변화는 학교 신문사에 들어간 것이다. 그동안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한 글들에서 학교 신문사 이야기를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그만큼 나의 삶에 큰 변화를 주었고 현재 나의 삶에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신문사 활동은 변화를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하지는 않았다. 그저 멋있어 보여서 시작한 부분이 크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말을 잘 걸지 않는 나에게 신문사 활동을 먼저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 인터뷰하도록 하였고, 밖에 나가는 것을 귀찮아하는 나를 취재 현장으로 나가게 했다.


가장 최근의 변화는 바로 오늘 한동안 긴 머리였던 내가 단발로 자른 것이다. 사실 작년부터 단발로 자를지 말지 고민했는데 정말 긴 고민 끝에 나의 긴 머리를 단발로 자르게 되었다. 중학생 때 학교 규정에 의해 강제적으로 자른 것을 제외하고 단발은 처음이다. 나는 내가 단발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긴 머리가 어울리고 주변 사람들도 나에게 긴 머리가 어울린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나는 나의 머리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요즘 내가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는 것은 바로 말을 예쁘게 하는 것이다. 그동안 말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학교에서 강의 도중 토론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예쁘게 하는 것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가장 쉽게 베풀 수 있는 호의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나 스스로 말을 예쁘게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건지, 그 이야기를 하는 분의 밝은 에너지 때문인지 그 말이 나에게 인상 깊게 다가왔다. 다른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기 위해서는 금전적으로 뭔가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호의에 대한 부담을 덜게 괴어 인상 깊게 다가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 나는 웃으면서 말을 하지는 않아도 다른 사람에게 기분 좋은 말을 한 번이라도 더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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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 공부를 할 때 모의고사 영어 지문으로 시간의 속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아이에 비해 어른은 시간이 빨리 간다고 생각한다. 영어 지문에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자주 접한다. 그에 비해 어른들은 새롭게 접하는 것이 적다. 다 이미 본 것들, 이미 경험한 것들이고 세상의 많은 일에 적응돼 있다. 똑같은 하루의 반복이 시간의 속도를 빠르게 가게 한다는 것이다.


20대는 20km의 속도로, 30대는 30km의 속도로, 60대는 60km의 속도로 시간이 간다고들 말한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우리가 접하는 것이 다 익숙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2023년도 이제 두 달 남짓 남았다. 앞으로 월요일을 8번만 더 맞으면 2024년이 온다. 2023이라는 숫자가 이제야 익숙한데 2024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무자비하게 빠른 이 시간의 속도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나는 사소한 것 하나 변화를 주려 노력한다. 새로운 길로 산책을 나서거나, 평소 연락을 잘 하지 않는 이에게 별거 아닌 일로 연락을 하거나, 평소 향수를 뿌리지 않는 내가 향수를 뿌린다. 이렇게 변화를 하나하나 주다 보면 정말로 시간의 속도가 낮춰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이번 연도에 한 건 없는데 시간이 너무 빨리 간 것 같다는 회의감이 들 때 나에게 조금의 안도감을 준다.


할지 말지 고민될 때에는 하자고 마음을 먹는다. 반복되는 일상에 하나의 변화를 주기 위해 일단 부딪혀 보고 생각한다. 이 방법이 그나마 시간의 속도를 늦출 방법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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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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