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울한 엄마의 이야기가 소중한 이유 -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

글 입력 2023.10.29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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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살롱 1.jpg

 

 

개인의 서사는 언제 힘을 얻게 될까?

 

그것이 책으로 쓰인 것이라면, 수미 작가의 이야기처럼 그것이 글의 형태를 하고 있다면, 독자에게 읽힐 때, 그리고 그것에 공감할 때 힘을 얻어 생생히 되살아나지 않을까. 저자와 독자의 경험과 기억이 얽혀 글이 둘 사이를 이어주는 끈이 되어줄 때 말이다.

 

여성, 아내, 엄마, 경력 단절, 작가, 지방에 살고 있음. 모두 수미 작가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이다. 여성 인권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진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럼에도 힘든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물론, 여기서 '그래도 이전보다는 나아졌잖아요'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모든 것들이 하루 아침에 완벽하게(!) 편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에 귀 기울이게 된다.


기혼 유자녀 여성이라고 겪는 일이 모두 같아서 공감을 얻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미 작가의 이야기가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은 무엇보다도 '글 쓰는 능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책에서 '애매한 재능'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그리고 저자의 저서 중에서도 "애매한 재능"의 제목이 있기도 하다.), 아니, 전혀 애매하지 않다.

 

그렇다고 나 같은 한 명의 독자에게 '훌륭한 재능이지 않나!'하는 말을 듣는 기혼 유자녀 여성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아주 솔직하게 육아가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 창구가 다양해질수록 우리 사회는 건강하게 '기혼 유자녀 여성'이라는 사회구성원의 말에 귀 기울이고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자가 엄마로 생활하며 얻게 된 우울증은 굉장히 복합적인 이유로 발생하고, 또 이어졌던 것 같다. 단순히 '육아가 힘들다'라는 말로는 넘겨짚을 수 없다. 양육자의 입장에서 층간소음과 이웃 간의 갈등이 의미하는 것, 점점 커가는 아이들의 사교육에 대한 부모의 고민, 아이와 함께 외출해서 공공장소에서 타인들을 마주한다는 것.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이, 모든 것이 엄마인 저자에게 영향 요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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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던 나혜석을 인용한 수미 작가

 

 

육아는 힘들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나도 사실은 양육자가 된 적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이 소중하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육아가 힘들고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 생각보다 손이 더 많이 가고, 더 어렵고, 상상보다 더한다는 것을 알지만, 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우리에게 수미 작가의 이야기들이 너무 소중하다.


그런 작가의 개인 이야기도 담겨있지만, 무엇보다도 '우살롱'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이 책은 더욱 소중하다.우살롱의 두 가지 규칙, 상대방의 이야기를 판단하지 않는 것, 해결책은 상대방이 요청했을 때만 준다는 규칙이 우살롱을 지탱한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담긴 경청이 우살롱 참여자들에게 큰 위로와 위안이 되어준다고 생각한다. 우울한 엄마가 나 외에도 또 있다는 사실은 조금은 덜 외롭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결국은 연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애매한 재능'을 가진 수미 작가의 힘을 입은 글이 얘기하는 것은 말이다.


나는 아직도, 여전히, 그리고 계속해서 그 연대의 힘을 믿는다. 우울한 엄마들의 이야기는 우울한 엄마들만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이 책으로 독자들이 우살롱에 잠깐, 참여해 보기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르는 우리 곁의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렇게라도, 책으로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우울한 엄마들을 이해하며 알아갈 수 있도록 해주니까 말이다.

 

 

[이홍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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