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거리의 언어학 [도서/문학]

글 입력 2023.10.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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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 대한 생각은 계속해서 동행하는 고민이다. ‘세상은 언어로 이루어졌다.’라는 책의 목차와 같이, 언어와 세계는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평소에 말도 많고 글도 많이 쓰는 나에게 언어를 대하는 태도는 굉장히 무겁고 신중한 문제였다.  언어는 정적이고 거칠어서, 적확하고 부드러운 언어를 선택해야 한다는 고심도 컸다.

 

이러한 맥락에서, ‘언어학’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러울 수 있겠다. 그래서 서점을 방문했을 때, 언어학에 관한 책이 진열된 곳을 가봤다. 외국의 언어학 교수들이 쓴 책을 몇 권 보다가 너무 어려운 듯하여 다시 내려놨다. 그 후, 일상적인 쉬운 책으로 언어학을 접하고자 해서 고른 <거리의 언어학>. 문체도 친절하고 가독성이 좋아 재밌고 쉽게 읽은 책이었다.

 

책은 크게 3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다. ‘언어 역시 하나의 생태계’라는 말이 인상 깊었던 첫 장은 거리의 언어를 면밀히 탐구한다.

 

여러 재밌는 정보도 기억에 남는데, 책에 의하면 세계에는 6~7천개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한다. 언어의 분류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이렇게 많은 언어가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놀라웠다. 더불어, 이들 중에서는 국가를 배경으로 가지지 못한 언어가 무척 많기 때문에 ‘모국어’라는 표현 대신 ‘모어’를 권장한다는 말도 새로웠다.

 

‘한국어를 생각한다’의 제목을 가진 두번째 장에서는 한국어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전개된다. 최근, 사회적으로 논의되는 맞춤법의 변화를 다룬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ㅇㅇ’ ,‘ㅇㅈ’, ‘ㅋㅋ’과 같이 음절 단위로 표기하던 한글의 법칙에서 벗어난 언어에 대해 무작정 나쁘다고 판단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대 간 의사소통의 결손이나 전통 표기법의 혼란을 준다는 단점도 있지만 새로운 소통의 방향을 제시하는 부분도 있는 듯하다. 더불어, 글자 유희는 조선시대의 ‘파자(破字)’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므로 작금의 글자 유희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장인 ‘차별하는 언어, 배제하는 사회’에서는 혐오 표현이나 부정적인 언어를에 대해 다룬다. 개인 간의 소통에서 불필요한 정보를 묻지 않는지, 일상에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의미가 묻어있지는 않는지와 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조금 들여다보면, 우리의 일상에 거칠고 부정적인 언어는 굉장히 흔하다. 해당 책에서 언급된 ‘미망인’, ‘사생아’를 제외하고도, 성차별적, 인종차별적 등의 언어나 무례한 표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언어에는 힘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언어를 바꾸지 않으면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힘들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러한 언어의 변화에 대해 보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듯하다. 언어에 대해 조금 더 표용적이고 유연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처음과 반복되는 얘기지만, 언어에 대해 고심하고 알아 갈수록, 언어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반복된다. 언어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마멸되는 것, 언어로 옮길 수 없는 무언가가 계속해서 마음에 걸린다. 표현에 한계로 인해, 적확하게 전달되지 못하거나 정리되는 과정에서 날라간 무언가가 항상 아쉽다.

 

이러한 생각은 일상에서도 이어진다. 세심하게 표현하면 말이 길어지고, 거칠게 정리하기에 아쉬워 고민하다가 고른 언어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거나 나의 마음이 잘 전달되었는지에 대한 미련이 마음에 걸려있다.

 

그렇기에, 언어에 대한 생각이 요즈음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이다. 항상 세심하고 다정한 언어를 다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그 과정이 다소 지난하다. 그럼에도, 언어에 대해 고민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일은 삶에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 생각하기에, 깊이 고민하고 성찰하는 언어 습관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한다. 촘촘하고 부드러운 언어를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

 

<거리의 언어학>은 언어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하게 해 준 책이었다.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읽었더라면 언어학다음에는 조금 더 어렵고 깊이 있는 책을 사봐야겠다. 언어에 대해 관심 있거나 언어학에 호기심이 있는 사람이 읽기 좋은 책일 듯하다.

 

 

[김민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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