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흥미로운 댓글을 발견했다. 김종완의 ‘아직도’, 성시경의 ‘이윽고’ 그리고 윤하의 ‘어느새’가 대한민국 3대 도입부라고 한다.
이 세 노래를 모두 알고 있다면 이 내용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우선 세 곡은 각각 넬의 ‘기억을 걷는 시간’, 성시경의 ‘너의 모든 순간’ 그리고 에픽하이의 ‘우산’이다. 이 곡들에는, 그리고 이 곡들의 첫 소절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장르별 인정받는 뮤지션들의 음악이자 수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는 음악이라는 점이 대표적인 공통점일 것이다.
그럼에도 곡의 제목보다 가사 세 글자가, 그것도 코러스 파트가 아닌 도입부 파트의 가사가 대중들에게 인상적으로 다가갔다는 점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다.
우선 각 노래를 부른 세 가수 모두 가창력을 인정받은 국내 최고의 보컬리스트들이다. 하지만 이 세 곡의 도입부에는 그 어떤 고음도, 기교도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파트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각 세 글자 안에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호소 되는 감정들이 빠짐없이 담겨 있다.
넬 '기억을 걷는 시간'
넬의 ‘기억을 걷는 시간’을 들어보면 전반적으로 다이나믹의 스펙트럼이 평탄한 편의 곡임을 알 수 있다. 정박에 떨어지는 일렉트릭 피아노 코드와 잔잔한 드럼 비트, 그리고 읊조리듯 흘러가는 보컬 라인이 더해져 그 어느 곡보다 가사 전달력에 노력을 쏟은 곡임을 알 수 있다.
‘아직도’. 어떤 일이나 상태가 끝나지 아니하고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말. 1절 노랫말의 대부분을 시작하는 단어로, 곡의 제목이자 주제인 ‘기억’과 유사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세 글자에 노랫말로 호소하고자 했던 감정을 충분히 담아낸 것이다.
성시경 '너의 모든 순간'
‘이윽고’는 ‘얼마 있다가. 또는 얼마쯤 시간이 흐른 뒤에’라는 뜻을 갖고 있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 단어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도 살아가면서 누군가와 대화하며 ‘이윽고’라는 단어를 사용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이러한 점이 이 곡의 동화적인 느낌과 어우러져 도입부부터 황홀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단어를 모두가 인정하는 성시경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함께 한 노랫말의 시작이 된다면, 그 이유만으로도 곡의 제목보다 ‘이윽고’라는 단어로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을 기억하는 이유에 대한 해답이 될 것이다.
에픽하이 '우산'
에픽하이의 ‘우산’ 역시 앞선 두 곡과 마찬가지로 애절한 분위기의 곡으로, 감미로운 보컬 음색이 곡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곡이다. 이 곡의 코러스 파트를 위해 피처링으로 참여한 윤하의 음색은 이에 충분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것을 음악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음색이 부각될 수 있었던 것에는 고음과 기교를 최대한 절제했다는 점 또한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우산’의 마지막 코러스 파트 때는 보컬 라인 진행 중 가장 높은 음을 부르며 곡을 마무리한다. ‘너의 모든 순간’ 역시 마지막 코러스 파트는 가성이 아닌 진성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을 수 있고, ‘기억을 걷는 시간’에는 너무나도 유명한 엔딩 파트가 긴 러닝타임 이후 등장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세 곡 모두 곡의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선이 최고점으로 향하고 있다. 반면 곡의 포문을 여는 첫 단어는 담담하게 풀어내며 후반부로 갈수록 정점에 달하는 감정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처럼 첫 세 글자가 곡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고, 이 곡들의 보컬들이 이러한 부분을 빠짐없이 이끌어냈다는 점은 왜 그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들로 인정받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