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두가 다정해지기를 바라며 -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

글 입력 2023.10.2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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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 배려, 예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부터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서까지 항상 따라다니며 우리에게 각인된 행위. 하물며 천주교나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이 읽는 성경에서조차 이렇게 얘기한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라고. 그래서 우리는 대개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80억 명의 인구가 도플갱어가 아니기에 친절하게 대하지 않는 사람은 너무나 당연히, 분명히 존재한다. 왜일까? 분명 한 자리수 나이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타인에게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배워왔는데 말이다. 대중교통을 타면 먼저 내리겠다고 새치기를 하고 밀치는 사람이 있고, 구매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하자가 있다고 고객센터에 폭언을 뱉는 사람이 있다.


나를 소중하게 대하라는 자기 계발서들이 많다. 그런데 그 말 뜻이 내가 이 세상의 중심이니 다른 사람을 막대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분명 그런 의미로 얘기한 게 아닐텐데 말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게 변한 걸까?


도서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은 우리 사회가 점점 잃어버리는 친절함, 다정함을 이야기는 그림책들을 모아둔 도서다. 그림책이라 함은 다소 어린 아이들만 읽는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도 많다. (독해력이 많이 떨어지는 어른들이 많아서 그런 걸까) 단순해 보이는 내용 속에 생각보다 담겨져 있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 그 중 몇 가지 기억에 남는 도서를 이야기해볼까 한다.


《빨간 열매》 이지은 글 그림 - 혼자 일찍 일어난 아기 곰 한 마리가 빨간색의 열매 하나를 맛본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하던가, 아기 곰은 또 다른 빨간 열매를 찾아 나선다. 아기 곰이 사는 숲은 너무나 울창하고, 숲의 나무들은 아기 곰 키의 몇 배는 될 정도로 높이 자라나있다. 너무나도 큰 빨간 열매(태양)를 보고 펄쩍 뛰어오르지만, 당연하게도 떨어지고 만다. 하지만 아기 곰은 개의치않고 계속 또 다른 열매를 찾아 나무를 계속 오른다. 왜냐하면 떨어질 때마다 무언가가 아기 곰을 받쳐줬으니까.


세상사 뭣모르는 아기 곰은 태양을 빨간 열매로, 둥근 달을 노란 열매라고 착각하고서 자꾸만 나무에서 뛰어오른다. 짐작하겠지만 아기 곰이기 때문에 그를 받아준 것은 어미 곰일 것이다.


든든한 지지자의 존재는 우리를 도전하고 노력하게 만든다. 그림책의 아기 곰처럼 우리도 밑에서 받아줄 누군가가 있다면 무모하더라도 어떤 일에 도전하는 것에 망설이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그 받아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뛰어오를 때 나를 받아줄 누군가, 혹은 그 누군가가 뛰어오를 때 내가 받아준다면 그건 그거대로 좋지 아니할까.

 

《예페의 심부름 가는 길》 유타 바우어 글 그림, 김영진 옮김 - 날쌔기로 소문난 쥐, 예페는 국경을 넘어 이웃나라에 가 임금의 편지를 전하고 돌아와야 한다. 몇 개의 언덕을 넘고 강을 거슬러 올라 울창한 숲을 통과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길도 험난한테 여정에 다친 아빠 다람쥐를 도와주고, 울고 있는 꼬마를 달래고, 시장에 가야하는 엄마 돼지 대신 아기 돼지들을 돌봐준다. 예페의 여정은 생각보다 길어지게 되어, 심부름을 요청한 임금 역시 함께 나이가 들어가게 된다. 이후 시간은 좀 더 많이 흐르게 되고, 임금과 예페는 드디어 다시 마주하게 된다.


예페가 해야할 일은 정해져있다. 앞서 말한 임금의 편지를 전해주는 것. 그 서신에 대한 중요도는 본문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이 책에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예페는 가는 길목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지나치지 못 하고 도와준다. 이 얼마나 착한 생물인가. 그런 예페의 성격을 임금도 이미 알고 있던 것일까? 편지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그다지 크게 괘념치 않아 보인다.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를 이토록 잘 실천한 것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호구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다행히 예페가 사는 세상에선 그러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나타나진 않았지만 예페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도 모두 분명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것이다. 그런 게 당연한 일인 것처럼 말이다.


작가라 함은 작품을 통해 자신의 뜻을,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고자 한다. 다정함, 친절함에 관한 그림책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다정함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게 아니었을까.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들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조금은 더 나은 사회가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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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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