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수취인불명

여전히 난 너의 행복을 기도해
글 입력 2023.10.20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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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예상보단 괜찮아. 버틸 만한 것 같아. 식음 전폐까진 아니지만 일상생활에 꽤나 지장이 있을 거라 짐작했거든. 걱정했던 것보단 밥도 잘 먹고, 잘 지내는 중이야.

 

그만큼 널 사랑하지 않았다는 반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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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가을, 10월이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기도 하지. 습한 바람이 선선하게 기분 좋은 바람으로 바뀌어가고, 나무 끝들은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어.

 

가을 억새 축제가 끝나간다고 하더라. 너와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이젠 이런 이야기조차 꺼내지 못한다는 게 조금 씁쓸할 뿐이야.

 

홍콩 여행기도 직접 들려주고 싶었는데. 궁금하다고 했었잖아, 넌 여행을 가면 시간이 더디게 간다고 했었지. 나는 그 반대라고 하니까 신기해하던 네 반응이 아직 생생해.

 

첫날 미니버스 이야기, 음식점에서 현지인에게 도움받은 이야기, 마지막 날 쿠키 상점에서의 이야기 등등 들려주고 싶은 게 많았어.

    

우리가 오래 만나진 않았지만 가끔 너의 잔상이 아른거리는 순간들이 있어. 함께 연극을 봤던 순간, 용기를 내어 손을 잡았던 순간, 채널을 돌리다 너의 인생 영화를 마주친 순간.

 

이걸 보통은 그리움이라고 명명한다지.

 

하나하나 너의 흔적들을 내 안 깊은 상자에 파묻는 중이야. 불쑥 그 상자가 열릴 때면 아마 복잡한 감정들이 휘몰아치겠지.

 

하지만 난 그 상자를 구태여 열진 않을 거야.

 

세월이 흘러가는 대로, 먼지가 켜켜이 쌓여가는 대로, 그대로 그 자리에 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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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생전에, 혹여나 널 다시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묻고 싶은 질문이 있어.

 

"너는 지금 행복하니? 행복해지려 노력하니?"

 

지금의 넌, 행복한 사람들을 보면 우울해진다고 했지. 난 말이야,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고 익숙하지 않은 따뜻함에 익숙해져서 사람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네가 되었으면 해.

 

아직까지 내게 넌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단정하긴 어려워. 

 

그렇지만 가슴 아픈 안부는 안 들리길 바라.

 

적어도 내 페이지 안에서는 아름다웠던 사람이니까.

   

안녕, 이젠 정말 안녕.

 

 

[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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