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벌써 일년, 기록과 초심 사이에서

글 입력 2023.10.1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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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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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이 흘렀다. 작년 이맘때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에 지원하기 위해 빈 창을 켰는데, 꼬박 1년이 지난 지금 10주년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빈 종이 위에 글자를 써 내려간다.


1년의 시간 동안 어떤 변화와 얼마만큼의 성장을 맞았는지, 시간의 흐름과 함께 흘러온 나는 제대로 실감할 수가 없다. 글을 쓸 때 타자보다는 펜과 종이를 더 선호한다는 차이뿐, 여전히 공백은 시작에 앞서 막막함을 느끼게 하니까.


<초심, 그리고 다시 10년>이라는 주제와, 처음 에디터에 지원하면서 그리고 컬처리스트로 활동을 연장하면서 또 한 번 마주했던 익숙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아트인사이트로의 첫 번째 두드림을 꺼내본다.

 

아트인사이트가 쌓아온 10년의 역사에 비하면 별스럽지 않은 시간이겠지만, 딱 ’1년‘이라는 우연에 겹친 시간이 마치 운명인 것만 같은 괜한 설렘을 느끼게 한다.


과거의 고백을 마주한다는 건 언제나 부끄러운 일이지만, 굳이 초심을 찾을 필요 없이 풋풋했던 그 시절의 모습이 고작 1년일 뿐인데도 조금 그리운 것도 같다.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1년이라는 시간 동안 30여 개의 기록이 쌓였고 그 기록들과 함께 시나브로 성장한 지금의 내가 있다.


감정과 생각, 다짐과 성찰. 강렬했던 모든 순간들 역시 기록하지 않으면 휘발되기 마련이다. 찰나로 흩어졌을지 모를 어느 순간의 내가 이렇게 기록으로 기억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나와의 대화에서, 우리의 대화로


 

어쩌면 다소 쓸모없는 것들에까지 의미를 붙이곤 했던 내게, ’문화 예술‘에 관한 정의는 자아상의 왜곡을 의심하게 했다.


혹시 내가 나에 대해 착각하고 있던 것은 아닌가? 딱히 생각을 많이 하고 살지 않았던 건가?


예술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화에만큼은 나름 친숙하다 자부했는데, 이에 관해 정의를 내리라는 질문에 마감을 앞두고 지원을 망설였다. 솔직히 뭐라고 답했는지조차 잊고 살다가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먼지 쌓인 기록을 더듬었다.

 

 
문화 예술이란 시공간을 초월한 대화 양식이자, 상징을 매개로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
 

 

첫 문장을 보자마자 후회했다. 뭐랄까, 그럴싸한 말들로 포장하려 애썼지만 그 의미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 문장에 겉멋이 가득했던 과거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아마 쓰는 본인조차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 못하고 썼을 것이다.


수치를 참고 길게 풀이된 글을 읽어가니 당시의 내가 어떤 이유로 저런 문장을 작성했는지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났다.


1년 전의 내가 수많은 고민 끝에 정의했던 문화 예술이란, 그 행위 주체의 생각과 소비자들의 감상을 엿보는 매개체였던 듯하다.


기왕이면 그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을 선호하지만, 메시지가 모호하더라도 모든 문화 예술 작품에는 그 창작자의 삶이 묻어있기 마련이라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이러한 정의는 지금의 내게도 유효하다. 객관적인 사실관계도 중요하지만 주관적인 의견에 관해 주고받는 것을 더 좋아하기에, 문화 예술은 내게 정답이 없어 더 좋은 문제이다.

 

문화 예술을 통해 동시대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도 즐겁지만, 이를 매개로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과거와 미래의 존재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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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문화 예술의 정의가 무엇인지 1년 전에도,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확신 없이 작성했던 작년의 문장들이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조금은 더 명료해지고 단단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 내년 이맘때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더해본다.


문화 예술을 통해 삶의 의미를 탐색하려 했던 지난해의 다짐은 30여 개의 글을 통해 ‘나’라는 존재에 대한 성찰의 과정이 되었다. 삶의 의미를 논하기에는 여전히 철없는 모습이지만, 아트인사이트에 남긴 서툰 발걸음들이 쌓여 나 자신과 친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보다는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다시 1년을 앞두고 새로운 다짐이 필요하다.


1년 전 작성한 답변 중 문화 예술의 본질은 ‘대화’라는 문장이 가장 인상적이다. 결국은 소비자가 있어야 그 의미와 가치가 완성되기에, 문화 예술은 일방적인 독백이 아닌 대화라는 것. 아트인사이트가 아니었다면 순간의 독백에 불과했을 나의 이야기 역시, 글의 형태로 기록되어 누군가와 나누는 대화가 됐다.


반성을 해보자면 세상과 소통하려는 본래 의지와는 달리, 이 1년간의 활동이 때로는 누군가에게 건네는 다정한 인사보다는 자기 고백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독백에서는 진화했지만, 나를 위해 작성한 글들이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 불친절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아트인사이트의 10년, 그리고 나와 아트인사이트의 1년을 기념하며, <초심, 그리고 다시 10년>을 위해 이제는 나와의 대화를 넘어 ‘우리의 대화’를 향한 1년으로 다시 나아가고자 다짐해 본다.


 

 

내가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아트인사이트와 처음 만난 건 내가 나를 가장 사랑하지 못하던 때였다.


왠지 그동안 인생을 잘못 살아왔는지도 모른다는 나에 대한 의심과 미움이 가득했던 때,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이 세상에 쓸모가 있는 존재라는 확신과 용기가 필요했을 때, 간절하면서도 자신감 없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내밀었다.


솔직히 된다는 확신은 거의 없었으면서도, 실패가 하나 더 늘어난다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릴 미치도록 불안한 나였다.


문화 예술을 좋아한다는 것은 분명했지만 언제나 소비자로서 머물던 내가 좀 더 적극적인 향유자로서 그들을 매개로 나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조건이, 극한의 좌절 상태에서 스스로에게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만 했던 당시의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문화 예술에 관한 복잡한 정의나 어려운 해석보다, ‘문화예술은 소통’이라는 간결한 모토가 관련 조예가 전혀 없이 그저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욕구만 있던 내게 기꺼이 도전해도 된다는 용기가 되었다.


에디터에 합격하고 첫 번째 글을 기고하기 위해 일주일을 꼬박 구상하고 거의 열 시간을 넘게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면서도 지치기보다는 충만해지는 마음이었다.


그러니 아트인사이트는 내게 앞으로의 내가 괜찮을 수 있다는 희망이자 용기였고, 이 일년 간의 활동은 내가 나를 사랑하기 위한 애절한 사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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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하게도 첫 초대의 감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당연해졌고, 초심의 굳은 다짐은 갈수록 흐릿해졌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도 전혀 아깝지 않던 시작과는 달리, 매주 한 건의 글을 기고해야 하는 규칙이 갈수록 버거워졌다. 지식이 짧아 소재가 점차 고갈되며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고, 어딘가 어설프고 부족해 보이는 실력에 주눅이 들기도 했다.


뉴스라는 힘에 실린 책임을 절실히 느꼈다. 멀리 퍼지고 오래 남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미 송출된 글에서 발견한 오탈자와 잘못된 맞춤법, 비문과 어색한 표현 등을 발견했을 때 수치와 후회가 밀려왔다.


어떤 글은 내가 써 놓고도 부끄러워 차마 다시 읽을 수가 없었다. 일기장에 홀로 간직한 글과 수신자가 있는 글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는 걸 에디터라는 이름을 얻고 알게 됐다.


고작이라면 고작이지만, 얼마나 지속될지 모른 채 그저 내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시작했던 다소 무모했던 도전이 어느덧 1년에 도달했다. 갈 길은 멀고 쌓아놓고 보니 별거 아닌 숫자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나를 감히 칭찬해 본다.


얼마나 성장했는지 실은 나아지긴 한 건지 여전히 방황 중이지만, 그럼에도 작년 이맘때쯤보다는 나는 나를 더 사랑하게 된 듯하다. 그리고 어쩌면 그걸로 된 건지도 모른다.

 

여전히 수없이 흔들리고 순간마다 초라해지지만, 넘어진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는 인생 속에 나 자신을 믿으며,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를 길을 꿋꿋이 걸어가 보려 한다.

 

나를 향한 사랑이 이제는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기를,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아트인사이트와의 또 다른 1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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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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