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세상에서 가장 필요 없는 경험

정답을 내려버리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글 입력 2023.10.1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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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봄꽃이 슬슬 옷을 벗기 전, 나는 부천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트인사이트 박형주 대표님과 긴장되는 첫 만남을 위해서였다. 전 날밤, 대표님에게 무엇을 여쭈어볼지, 어떤 주제로 영감을 얻는 대화를 나누게 될지 기대되는 마음으로 내 밤과 새벽이 가득 찼다. 카페에 들어선 이후 대표님께서 인사를 건네주셨고 나도 기쁜 마음으로 대표님의 손을 마주 잡았다. 에디터 활동을 시작한 지 3개월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었지만 대표님과의 첫 만남은 마치 처음 에디터로서 글을 기고할 때와 같이 두근거렸다.

 

처음이라서 설레는, 처음이지만 익숙한. 글을 쓰는 익숙한 과정 안에 내 영감을 녹여낼 수 있다는 설렘은 내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서 처음 느낀 감정의 동요이자 아직까지도 내가 지키고 싶은 마음가짐이다. 그리고 이 감정에 물씬 휩싸이고 있을 때, 대표님은 나에게 큰 물음표를 남겨준 순간을 선사해 주셨다.

 

여러 질문을 준비해갔다. 많은 것을 얻어오고 싶어서일까,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여겨져서일까. 조금이라도 더 많이 질문하려고 대표님께 부족하지만 조그마한 욕심이 가득한 질문들을 쏟아내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솔직한 질문들을 쏟아낸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지만 말이다.

 

“대학생 때 꼭 해 보았으면 좋은 활동은 무엇이 있을까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모습과 자세를 갖추어야 할까요?”

“대표님에게 좋은 글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모든 질문들에 대표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구체적인 활동과 특정한 답을 내려드리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실례가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누군가에게 특별히 필요하고 적절한 것은 따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대한 ‘다양하게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당혹스러웠다. 일정한 답을 내려주실 거란 기대와 “내 질문이 너무 모호했나?”라는 고민 속에 내 머릿속에서 작은 물음표들이 뭉쳐 큰 물음표가 되는 순간이 오고 말았다. 궁극적으로 나는 이 대화를 통해 내가 궁금하였던 그리고 정립하고자 했던 가치에 대한 답을 얻었는지 혼란스러웠다.

 

1 더하기 1은 2이고, 2 더하기 2는 4이듯이 작은 수식들만 수도 없이 생겨났다. 등호까지 그려 넣었지만, 답을 내리지 못하는 마치 숙제를 다 끝내지 못한 초등학교 4학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부천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지하철은 덜컹거리며 내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주었고, 집에 도착해 가족들과 맛있는 돈가스도 만들어 먹었다.

 

그러나 어느 한곳이 답답했다. 먹은 돈가스가 체한 것은 분명히 아니었지만, 내 사고력에 소화 장애가 온 기분이었다. 하나의 경험, 다양한 경험 그리고 정해지지 않은 경험.. 내 머릿속이 온통 ‘경험’이라는 단어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조금이라도 내 머릿속에 휴식을 주기 위해 책을 펼쳤다. 책 속에서 우연히 내 마음속에 와닿는 문구를 찾게 된다면 나의 고민에 대한 답을 내려주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깨달았다. 난 지금까지 문화와 예술이 나에게 답을 내려주길 강요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색깔과 물건을 검색하는 것처럼. 정답을 찾기 어려워 Chat GPT에게 답을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사람처럼. 나는 문학과 예술에 내가 원하는 답이 존재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해왔던 것이다. 대표님과의 대화에서 수많은 물음표를 얻어 간 것도 내가 대표님에게 온점을 기대했기 때문이었고, 내 하루가 온통 머리 아팠던 것도 내가 원했던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해서였다. 나는 왜 이렇게 답에 집착했을까 그리고 이러한 강박이 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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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서 설레는, 처음이지만 익숙한 글을 쓰기 위해선 문화와 예술에 답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먼저 필요했다. 수많은 공연과 책과 음반을 향유하면서 내가 느낀 감정을 공유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답이라고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누군가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 물론 내 글이 수많은 경험 속 유일한 답이 될 순 없겠지만 답을 꼭 내리지 않아도 된다고 속삭여주는 작은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너무 늦게 깨달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또한 “아트인사이트”라는 경험의 창을 통해 일구어낸 또 다른 수확물이기 때문이다. 아트인사이트 홈페이지에 입장할 때마다 매일매일 쌓여가는 글들 속에서 행복했고 앞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린 옳고 그름의 경계 없이 내가 느낀 모든 감정들을 소중하게 품어주고 향유해 주는 곳, 그곳이 아트인사이트고 내가 앞으로 더 많이 ‘경험’할 문화와 예술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와 예술은 병이 아니어서 특정한 약, 처방법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문화와 예술 전문가들에게 정확한 진단을 요구하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일이 아닐까. 이제 문화와 예술을 진단하여 답을 내리기보다 다양하고, 넓게 경험해 보며 나만의 기준을 세워나가는 하나의 영역으로 여길 것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기준을 내 독자와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하지 않는 것!

 

앞으로 일 년 후, 내가 답을 내리지 않는 문화 향유와 에디터 활동을 계속해서 축적해 나간다면 어떠한 사고와 상상 속에 헤엄치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래서인지 아트인사이트와 더 이상 멀어질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더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경험하게 해준 그리고 경험하게 해줄 아트인사이트, 살면서 가장 끈질기게 붙잡아야 할 소중한 끈을 이제는 내가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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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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