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정한 그림책을 다정하게 전하는 책,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

글 입력 2023.10.1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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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표지.JPG

 

 

2016년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으로 국내 성인독자들을 처음으로 그림책 세계로 안내한 네 명의 그림책 전문가, 이상희, 최현미, 한미화, 김지은은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을 통해 그림책의 본질인 ‘다정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상보다 묵직하고 커다랗다. 여타 서적보다 훨씬 큰 크기는 여느 백과사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어릴 적 그림을 그려내던 도화지의 질감을 닮은 내지를 넘긴다. 네 사람의 다정한 이야기를 듣는다.


‘다정하다’라는 말은 인지하지 못한 채로 좋아하게 된 단어다. 어느샌가 나의 선호를 설명할 때 가장 분명한 기준이 되었다. 무엇이든 다정한 것이 좋았다. 다정한 그림책을 다정하게 설명하는 책은 세상을 말했다. 기억의 의무를 말했고 다정의 역할을 설명했다. 다정할 방법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 혹은 삶을 조금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했다. 그중에서도 『야호! 비다』와 『눈아이』의 다정함을 논한 글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야호! 비다』를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귀찮은가요?’라는 제목으로 소개한다. 비를 대하는 아이와 할아버지의 태도가 다르고 우리는 아이처럼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으로 소개가 끝났다면 다정함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지막 단락의 내용은 다정함을 추구해온 시간을 설명하는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인생에 심술궂을 필요 없다는 말과 때로 우리 인생에 내리는 쓰디쓴 비를 피하며 자신에게 다정해져야 한다는 말이 다정함을 좇아온 이제까지의 시간을 증명해주는 듯했다. 때로 그러할 때가 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아무 걱정 없이 맞아보고 싶은 기분이 들 때, 칭얼거리는 아이에게 간식을 쥐여주고 싶을 때, 맛있는 음식을 포장해 집으로 향할 때, 홀로 음악을 들으며 한산한 거리를 산책할 때. 그럴 때 나는 조금 더 살아가고 싶어진다.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행복해지고 세상은 여전히 살아갈 만하다고 느껴진다.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이 다정하기에 끝없이 다정함을 추구한다. 다정함을 찾아 헤매는 마음은 자기연민이나 자기 위로가 아니라 쓰디쓴 비를 피할 방법이다. 나름 유용한 방식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쿠키를 주고받고 싶은 마음이 피어오른다.


『눈아이』는 정말 익숙하지 않을 수 없다. ‘다정한 기다림’으로 소개되는 『눈아이』는 아이의 동심을 적절한 환상으로 보여주는 익숙한 구조의 이야기다. 그렇기에 위로받고 희망을 얻는다. 곁을 지키는 존재의 소중함이 훌쩍 다가온다.


나는 때로 『장난꾸러기 내 친구 쿠』를 펼쳐보곤 한다. 복잡하지 않은 구성의 에세이는 어릴 적에 읽었던 기억을 그대로 불러온다. 흘렸던 눈물의 온도가 느껴지고 감동이 선연하다. 그래서 가끔 따뜻함을 느끼고 싶을 때 펼친다. 익숙함이란 이러한 것이지 않을까. 당시 마음을 불러오는 것.

 

그래서 난 만화 영화 ‘월-E’를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 수년간 익숙해질 법도 한데 채널을 돌리다가 마주하면 속절없이 눈물샘이 터진다. 우연히 마주한 것이 무색할 만큼 영화가 보여주는 환상은 쉬이 지나칠 수 없다. 너무도 익숙하다. 익숙한 환상이 그들의 우정과 사랑을 보여주고 나는 항상 위로받는다.


『눈아이』가 말하는 것도 비슷하다. 익숙한 환상으로 이야기하고 그 속에서 기다림을 통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 아무리 더러워져도 꽉 껴안아 줄 수 있는 게 친구라는 말에 눈물샘이 작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지켜보고 느껴보았던 우정과 사랑이 되돌아와 위로가 된다. 그들이 기다림이라는 것으로 지켜낸 사랑은 희망이 된다. 아이와 눈아이 이야기의 제2막은 나의 제2막이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은 다정함의 전부를 소개할 것만 같은 사랑스러운 책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그림책을 접하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떤 것도 누군가의 전유물이라고 함부로 칭할 수 없음을 알아도 성년인 나에게 그림책은 갖기 힘든 것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림책은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림책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환상적인 이야기, 순수한 동심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 세상을 말하는 거대한 은유가 될 수 있다.

 

어른이라고 이 세상이 두렵지 않을 리 없고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은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전할 그림책들을 소개하고 우리가 단단히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한다.

 

 

[박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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