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예술, 다양한 삶의 증언

글 입력 2023.10.1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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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란 한 폭의 그림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조예가 깊지 않은 나로서도 본능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조건이 있다. 하나의 음으로만 흐르는 것은 음악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여러 음이 있더라도 쉼표 없이는 풍성하고 다채로운 선율을 만들 수 없다는 것. 다양한 음표와 그 사이의 멈춤은 음악의 본질적인 요소다.

 

나 홀로서의 삶을 음악에 비유한다면 4분음표와 2분쉼표로만 이루어진 단조로운 악보라고 할 수 있다. 천성적인 게으름과 재능의 아쉬운 부재로 창조해낼 수 있는 사고의 폭이 협소하기 때문이다.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좁은 인지는 이따금 삶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쫓기듯 빨라져야 할 때, 신중히 느려져야 할 때, 모든 것을 멈춰야 할 때도 나는 같은 속도와 일정한 간격의 멈춤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아는 세상의 리듬은 오직 그것뿐이었으므로.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와 감당이 어려운 외부의 변주를 만날 때마다 틈은 더욱 벌어졌다. 세상의 흐름과 나의 불협화음이 늘어갈수록 나는 세상을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존재라는 비약적인 생각이 차올랐다. 어쩌면 당연한 논리의 흐름이었다.

 

그때쯤 쓰고 읽기를 시작했다. 쓰는 것은 불안을 표현하기 위해, 읽는 것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했다. 철저히 나에게로만 매몰된 행위였지만 이야기엔 또 다른 이야기를 끌어오는 힘이 있었다. 나 아닌 다른 것들의 이야기, 그러니까 다른 삶이라는 악보로 시선이 이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지금껏 상상하지 못했던 악상기호로 가득했다. 8분음표, 온쉼표, 도돌이표, 크레셴도, 아다지오, 피아니시모… 이토록 다양한 높낮이와 쉼표와 연주방식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야기들은 문화예술이라는 줄기를 타고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예술이란 이토록 다양한 삶의 표상이었구나. 내 삶을 지키고 가꾸기 위해 예술, 누군가의 고유한 이야기가 필요하단 걸 본능적으로 감각했다. 꾸준히 흔들릴 나와 똑같이 흔들릴 너를 위해 부지런히 서로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것은 너무나 다른 우리를 향한 격려이고 공감이자 돌봄이고 존중이기 때문이다. 당신 그대로 살아도 된다는 증언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상생의 근본이라고 생각했다.

 

그제서야 내 삶에 구체적인 형상들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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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내 삶에 조금씩 선율이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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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는 그 파트너 역할을 든든하게 수행하는 곳이다. ‘부지런히’라고 표현했듯 다른 이야기를 향한 관심엔 의식적인 꾸준함이 필요하다. 좋은 이야기에 걸맞은 값을 지불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시간과 돈과 노력이라는 자본을 거치지 않고선 이야기들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아트인사이트에선 자본주의적 관습에서 살짝 벗어난 흥미로운 교환이 이뤄진다. 예술가의 이야기에 대한 값을 그 향유자의 이야기로 지불하는 것이다. 문화예술이 여러 이야기가 피어나는 정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참 ‘예술적인’ 방식이다. 그곳을 거치는 이야기들에 항상 깊은 관심을 주진 못하더라도 여전히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주는 위안이 있다. 좋은 이야기를 탐독하는 동료들이 있다는 걸 목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그렇다.

 

이곳을 쉽사리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살고 싶다는, 기왕이면 같이 살고 싶다는 내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인 것도 같다. 그렇게 이따금 새로운 기호들을 적용해보며 나만의 속도와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 능동적인 해방감은 나를 살리는 중요한 감각이 됐다.

 

사담을 덧붙이면 최근 작은 단체에서 인터뷰어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되어야 할 존재를 발견하고 존중하고 아우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서다. 내 몸을 그 다양한 이야기가 타고 흐를 수 있는 도화지로 사용하고 싶다. 다양한 악보의 표상을 증언하고 싶다. 그 거창한 바람을 담아낼 깜냥은 부족하지만, 점점 더 다른 존재로 향하는 내 발걸음만큼은 새삼 놀랍다.

 

그렇게 배우고 들은 이야기를 잘 품고 아트인사이트에서 꾸준히 풀어내고 싶다. 그런 관용과 향수가 이곳에는 있다. 그 언젠가를 바라며 나와 너의 이야기에 다시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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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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