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 너머의 예술 -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영화]

글 입력 2023.09.23 07:4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진주.jpg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면 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말고도 다른 장면들 또한 그림을 영상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색감이나 풍경, 구도가 꼭 미술 교과서에서 스치듯이 마주했던 그림들 같다. 영화를 다 감상한 뒤 페르메이르의 그림을 더 찾아보니 영화 속에서 스쳤던 장면들과 굉장히 많이 겹쳤다. 피터 웨버 감독은 페르메이르의 그림들로 하나의 이야기, 더 나아가 영상을 제작한 것이다.


그림의 장면과 영화의 장면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니 그 싱크로율이 더 놀랍다. 구도와 색감, 명암과 같은 부분들이 영상에서도 섬세하고 정교해서 플립 북 영상처럼 그림의 인물이 움직일 것 같았다.

 

그림은 정적인 예술인 것에 반해 영상은 동적 예술인데 이 부분을 구현해 낸 것이 놀라웠다.

 

 

영화-진주-귀걸이를-한-소녀.jpg

 

 

그리트는 집안 형편 때문에 화가 페르메이르 집에서 하녀로 일한다. 페르메이르는 그리트에게서 예술적 감각을 발견하고, 그리트는 페르메이르에게 카메라옵스큐어, 물감을 섞는 방법 등 예술에 대해 배우고, 그의 뮤즈가 된다. 그리트와 페르메이르는 알듯 말듯 한 관계 속에서 지내고 있는데 이러한 관계는 스킨십 장면이 아닌 배우들의 절제된 표정과 짧은 대사로 야릇하고 관능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단연 페르메이르가 그리트의 귀를 뚫어주는 장면이다.

 

페르메이르는 그리트의 귀를 직접 뚫어주는 데 이때 그리트의 새하얀 귀에 붉은 피가 흐르게 된다. 피가 흐르는 것도 잠시 곧 순백의 진주 귀걸이를 착용하게 된다. 전 영화에 걸쳐 붉은 피와 같은 강렬한 색감이 드러나지 않아서인지 피가 흐르는 장면이 더 깊게 남았다.

 

흰색은 주로 순수함, 깨끗함을 의미하고 붉은색은 사랑, 열정, 혹은 경고를 의미한다. 결국 피는 멎고 순백의, 빛나는 진주 귀걸이를 착용하는 것은 이 둘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고, 예술가와 뮤즈의 관계로만 남아야 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 같다.

 

영화는 타네케가 그리트에게 진주 귀걸이를 전해주는 장면으로 사랑의 맺음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난다. 페르메이르의 삶은 방에서 그림을 그렸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고, 그리트 역시 허구의 인물이기 때문에 만약 둘의 사랑이 영화의 결말이었다면 페르메이르의 삶에 누를 끼치는 작품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영화뿐만 아니라 소설도 존재한다.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작품을 처음 접한 뒤부터 16년 동안 그림을 보고 많은 상상을 했다고 한다. 그림 속 소녀는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어쩌다 모델이 되었는지 등의 상상을 통해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소설책 내에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작품 말고도 페르메이르의 다양한 작품이 삽입되어 있다. 다양한 작품의 삽입은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새로운 이야기의 존재성을 일깨워주는 것 같다.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이야기가 그림 말고는 잘 알려진 것이 없는 페르메이르의 삶을 피터 웨버 감독과 트레이시 슈발리에 작가가 채워주고 있다.

 

 

[오은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