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유튜버를 넘어 예술가로 만나는 서솔과 허휘수 - 우리 대화는 밤새도록 끝이 없지

글 입력 2023.09.2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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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알고 싶어질 때가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표정과 몸짓을 넘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이해하고 싶을 때. 그 사람이 만드는 창작물, 들려주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을 때 그렇다.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되었는지, 평소엔 어떤 것을 생각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에 대해 호기심이 든다. 그럴 때엔 아무래도 글이 좋다. 글을 쓴 후 읽는 이에게 닿기까지 시간의 간격이 생긴다. 직접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나누는 대화와 달리 생긴 시간의 틈에 한 걸음 더 멀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글 앞에서 솔직해진다는 점에서 두 발 더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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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솔과 허휘수도 그런 사람이었다. 꽤 오래전부터 유튜브를 구독하고 영상을 즐겨 보면서, 그 뒤편의 그들도 궁금해 개인 SNS와 팬미팅을 통해 일상을 함께 하곤 했다. 때로는 나만의 인플루언서로, 때로는 잘 알고 지내오던 언니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듯 내게 특별한 두 사람이 서로에게 쓰는 편지를 담아 책을 출간했다고 했다. 기념하여 열린 팝업과 사인회는 일정 상 참여할 수 없었지만, 책을 통해 이야기는 만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을까?

 

 

 

예술가로서의 두 사람



 

서솔, 휘수에게. 가끔 두 예술가 사이에 있을 때, 나만 현실에 발붙인 사람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 언젠가 내가 너희 사이에 끼기 싫다고 한 적 있었지. 나를 잊고 둘만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았거든.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둘 사이에 섞여 함께 대화를 나눠보고 싶기도, 둘의 공연을 1열에서 바라보고 싶기도 해. 너희 세상으로 내가 갈 수 있게 초대장을 보내줘서 고마워. 혹시 자리 남아 있니?

 

- 강민지 (유튜브 〈하말넘많〉 운영자, 작가)

 

 

사람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여러 자아로 살아간다. 이 책을 읽으며 서솔과 허휘수의 새로운 모습, 새로운 자아를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 유튜브를 통해, 재미있게 편집된 영상을 통해 보는 그들의 모습이 익숙했다.

 

밝고 성실한 모습, 사회의 부조리와 편견을 꼬집는 특유의 유머를 특히 좋아했다. 심심할 때는 즐거움을 얻고, 열심히 내 일을 하고 운동과 건강을 생각하며 살고 싶다는 자극을 받기도 했다. 말 그대로 삶에 영향을 주는 인플루언서인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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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책 속에서 그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그보다는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하는 고뇌와 꿈꾸는 이상이 보였다. 누구보다 진지하게 예술과 예술가로서 자신의 모습을 고민하는 모습에 놀랐다. 생각해 보면 유튜브도 영상 작업을 만드는 예술의 공간, 유튜버 또한 영상 아티스트였다. 당연할지 모르는 이 사실을 잊고 있었던 건 유튜브 세계의 중점이 점차 이목을 끌고 강한 자극을 주는 데에 맞춰졌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최초의 예술 작업에 대해, 작업을 하며 겪은 환희와 트라우마를 만든 순간에 대해, AI가 등장한 시대 예술에 대해, 예술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눈다. 직접 예술 작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람으로서 예술에 대해 지닌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밀도 높은 대화가 이어진다. 가까운 친구 사이에서 나누는 편안한 대화체로 깊게 뻗어 나가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흥미로웠다.

 

 

 

예술로 하나가 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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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감상하는 것도,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즐거웠다. 예술에 대한 최초의 기억,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부분에 특히 마음이 갔다. 나의 기억과 자연스레 연결되어 공감되었기 때문이다. 사소한 순간, 작은 경험이 평생토록 이어질 취향과 꿈이 되기도 한다.

 

 

어릴 때 엄마는 거실 소파에서 책을 읽어주고는 했다. 남동생과 나는 신나게 소파에 앉아 책 읽는 엄마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이 시간을 우린 ‘소파 학교’라고 했다. (…) 소파 학교의 현장 학습은 주로 미술관에서 이루어졌다. 부산 시립 미술관에 시밀러 룩을 입고 가서 관람했다. 한글도 읽지 못할 때라 전시 서문은 고사하고 작품의 제목도 모른 채 관람했다. 그래도 전시를 보는 자세만큼은 훌륭했다. 엄마는 전시장 예절을 지키는 우리 세 남매를 기특해하셨다. 그때 본 작품은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의 눈빛, 맨발로 샌들을 신고 전시장을 총총거리며 걸어 다니던 동생의 걸음걸이, 전시장에서 글을 읽던 언니의 안경이 전시장 LED 조명에 빛나던 장면이 기억난다.


 

두 사람이 하나의 단어, 특성에 주목해 깊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 또한 인상 깊었다.


 

휘수: 낭만 하면 생각나는 게 세네갈에 갔을 때, 숙소 옥상에서 무슬림들의 기도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해가 정말 아름답게 지고 있었고 이해할 수 없는 언어였지만 여기저기서 들리는 기도가 낭만적이었어.

 

서솔: 낭만적인 순간을 기억하는 키워드가 모르는 사람의 기도 소리라니, 신기하다.

 

 

이렇게 시작되는 ‘낭만’이라는 단어가 품은 의미와 그것이 주는 메시지에 대한 이야기. 단어와 문장에 대해, 사회에서 약속된 정의들에 대해 생각하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들릴 이야기들이었다.

 

 

 

밤새도록 끝이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대화이기에 더 친밀하고 가까우면서, 마음속 담긴 이야기들로 풍부한 시간이었다. 서솔과 허휘수 두 사람이 익숙한 구독자, 팬들에겐 새로운 모습을 만날 기회가 될 것이다. 처음 이들을 만난다면 예술가로서, 다양한 일과 취향을 지닌 개인으로서 그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그들이 스스로 과연 예술가라 할 수 있는가, 무엇이 예술가를 만드는가, 예술이란 무엇인가로 고민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무엇이든 각을 잰 듯 딱 떨어지는 세상에 예술은 좀처럼 기준을 만들기도, 그에 맞춰 나누기도 어려운 것이니 말이다. 대체 어떻게 하면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이 예술가일까? 다른 직업처럼 능력을 증명하는 어려운 자격증이나 점수, 몇 년 이상의 경력으로 말할 수 없는 예술가라는 직업.

 

이러한 모호함 속에, 내가 바라본 그들은 이미 온전하고 유일한 예술가였다. 모든 과정과 결과가 순탄하게, 예상한 듯 흐르진 않았겠지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나의 손과 마음으로 만들어낸다면 예술가가 아닐까. 그들이 만들어낸 글과 영상, 춤과 또 다른 작품들이 사람들의 마음에 위안을 주고, 다시금 걸어갈 용기를 준다면 그것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까지 하는 예술이다.

 

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로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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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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