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음악과 미술이 혼합된 소품 가게 -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

글 입력 2023.09.1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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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를 읽는 것은 정체불명의 가게에 들어가 좋은 재료들로 정성스럽게 완성된 작은 소품들을 둘러보는 것 같다.

 

어떤 명확한 주제로 뭉치지는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의 개성과 섬세한 바느질 솜씨를 느낄 수 있다. 여기가 정확히 문구점인지, 아트샾인지, 개인화방는 알 수 없지만, 사실 우연히 들어간 보행자에게 이곳이 정확히 어디인가가 중요한가? 아무튼, 어디에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위치에 그 가게가 있었고, 손님인 나는 그 가게의 주인은 조금 변덕스럽게 작품을 나열해놨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분위기 속에서야 사람들이 이 작품들의 진가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상당히 에둘러 말한 것 같지만, 이외의 방법으로 표현할 길이 없다. 앞서 비유했던 것처럼, 이 책의 지향점은 대단히 독특하다. 이 책은 전문적으로 음악이나 미술이라는 주제를 다루지도 않는다. 저자는 책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음악 전문가지만, 책 전반에서 음악에 관한 복잡한 지식이나 통찰을 뚜렷이 제시하지 않는다.

 

보통 음악과 미술에서 기대되는 '무게'를 덜어내고 저자는 뚜렷한 연결 없이 자신의 감상에 따라 여러 작품을 엮어낸다. 이러한 전개 방식으로 에세이처럼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에세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왜냐면 글마다 자신의 작품들을 삽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글'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작품'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 이유기도 하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후자에 가까운 것 같으니 이 아래 문단부터는 '작품'이라고 표현하겠다. 왜냐면 하나의 글이라기보다는 어떤 총체적인 '작품'이라는 단어가 이 책을 잘 설명하기 때문이다.

 

책에 소개한 생상스의 사례처럼, 않지만, 자세히 자신이 가벼운 피아니스트로 느껴질까 봐 작품 발표를 꺼린 것처럼, 나의 이런 전반적인 묘사가 저자의 역량을 '작은 소품가게 주인'으로 축소하려는 행위로 느껴지지 않길 바란다. 단순히 내가 이 작품을 '작은 소품'이라고 묘사한 것은 이 작품이 가진 고유의 개성과 접근성 때문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저자는 가볍게 떠오르는 음악과 흥미로운 지식을 한데 모아 자신의 작품을 중심으로 모아 마무리하고 있다. 그래서 읽기 편하고, 저자의 감상과 의도도 꽤 직관적으로 읽힌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 작품은 저자의 감수성(?)에 상당히 의존하는 전개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음악 에세이와 비교해도 더욱 그렇다. 왜냐면 이 작품에는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도 있고, 심지어 정말 상관없는 지식도 있다. 전개방식은 어떤가? 자신의 그림을 추가함으로써 단순한 에세이의 방식이라 하기도 어렵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투머치한' 책에 이러한 저자의 성향들이 드러난 에피소드들이 수록되어있다. 저자가 템플 스테이에서 생각도, 욕심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걱정이라고 이야기한 에피소드, 쓰지 않고 녹슬지 않고 써서 닳고 말겠다 쓴 부분이 그랬다. 실제로 이 작품에도 흥미로운 것들을 잔뜩 넣은 티가 난다. 과연 이 책에도 재밌는 이야기 중 그 무엇하나 뺄 수 없으니 같이 모아둔 것이다.

 

그리고 저자의 이런 시도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대중을 위한 글을 쓰겠다는 취지를 생각하면 복잡해 보이는 기획인데 아이러니하다. 나는 이 책이 상당히 복잡한 구조를 취하고 있음에도 이렇게 즐겁고 접근성 있게 읽힐 수 있는 요인에 이 작품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동떨어져 보이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잘 묶어서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책이 읽는 사람의 감상을 건드리지 않고 자신의 감상을 부드럽게 전달하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말로 다할 수 없는 자신의 감상은 그림으로 축약한 느낌도 있었다.

 

이렇게 정신이 분산될 것 같지만 이곳이 분산되지 않게 하는 이 책은 능숙하게 읽는 사람들의 여러 가지 감상을 이끌어낸다. 독자들은 짧게 소개되는 정보들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고, 연결된 QR코드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감명을 받을 수도, 저자만의 감상에도 반응할 수도 있다. 이런 수많은 감상의 꼭지 중 하나는 분명 가슴에 와 닿을 것이다.

 

나는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이 너무 노골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제목이 아이러니하게도 완전한 간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읽다 보면 딱히 미술관 느낌도 나지 않고, 바이올린 소리만 들리지도 않지만 '바이올리니스트가 미술관을 거니는' 묘하게 자연스럽지 않은 혼란이 이 책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혼란은 상당히 사랑스럽고 심지어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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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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