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레전드를 연기하는 마음 - '시스터즈' 이예은 배우

글 입력 2023.09.1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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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는 연결되어 있고, 모든 것에는 계보가 있다. 오늘날 케이팝 걸그룹의 시작 지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1930년대~1980년대 우리나라에 존재했던 수많은 ‘시스터즈’들을 만날 수 있다. 걸그룹이라는 단어조차 사용되지 않던 시절, 어린 나이에 열정과 꿈으로 무대에 올라 길을 개척해 간 여성들이다. 뮤지컬 <시스터즈>는 흑백 사진 속, 또는 흐릿한 영상으로 남아 있는 그때 그 레전드들의 무대를 2023년 다시 한번 화려하게 펼쳐 보인다.

 

<시스터즈>에서 ‘시스터3’과 ‘시스터4’를 맡아 열연 중인 이예은 배우를 만났다. 어떤 날은 코리안키튼즈의 윤복희가 되어 카리스마로 무대를 사로잡고, 어떤 날은 이시스터즈의 김명자가 되어 밝고 당당한 모습으로 당대 히트곡을 흥얼거린다. 실존 인물, 그것도 가요계의 전설이라 불리는 이들을 연기한다는 것은 물론 부담스럽지만 그만큼 보람된 일이기도 하다. 오늘도 이예은 배우는 존경하는 마음으로 그때 그 옷을 입고 그 시절의 '시스터즈'가 되어 무대에 오른다.

 

 

 

그때의 '시스터즈'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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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스터즈> 개막을 축하드립니다. 배우님의 소감이 궁금해요.

 

어떤 작품이든 초연은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시스터즈> 역시 이번이 초연이기에 공연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 부분도 있었고, 변수도 많았어요. 저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개막해서 첫 공연을 마친 지금에야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겨요. 열심히 준비한 것들을 무대 위에서 보여드리고 나니 힘들었던 것들을 다 잊어버리게 됩니다.

 

 

첫 공연에 이어 오늘 두 번째 공연을 앞두고 계시죠. 어떤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시나요?

 

초연 첫 번째 공연에 설 때는 책임감과 사명감이 컸어요. 제가 여기서 잘해야 다음 공연도 무리 없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오늘도 첫 공연과 다름없이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처음보다는 부담을 좀 내려놓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어떤 공연이 될지 기대가 됩니다.

 

 

<시스터즈>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박칼린 연출님과 미팅을 했어요. <시스터즈>가 정말 힘든 상황에서도 열정과 실력으로 꿋꿋하게 자기 길을 걸어간 선배님들을 ‘리스펙트’하는 공연이라는 설명을 들었죠. 실제 연출님도 그분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갖고 계셨고요. 저 역시 평소 우리가 이분들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공연의 취지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그래서 함께하기로 결심했어요. 

 

 

<시스터즈>에서 ‘시스터3’과 ‘시스터4’를 맡았습니다. 그 외에는 별다른 설명이 없어서 어떤 역할인지도 궁금했어요.

 

<시스터즈>는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걸그룹의 대선배라고 할 수 있는 여러 시스터즈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의 무대를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시스터1’부터 ‘시스터6’까지는 각 팀의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제가 맡은 ‘시스터3’은 코리안키튼즈의 윤복희 선생님, ‘시스터4’는 이시스터즈의 김명자 선생님입니다. 지금은 개명을 하셨으니 김희선 선생님이라고 해야겠네요.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듯해요.


맞아요. 실존 인물인 데다가 심지어 제 선배님들이니, 의식할 수밖에 없고 부담도 많이 돼요. 제가 구현해내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드시면 어쩌나 생각도 들고요.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어디에 초점을 맞춰서 연기하시는지도 들어보고 싶어요. 


윤복희 선생님의 경우 연출님이 무대 위를 뒤집어 놓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 에너지를 보여드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노래하고 춤추는 것 외에 말투나 손짓에서도 선생님만의 특징을 살리고 싶어서 인터뷰 영상도 많이 찾아봤어요.


김희선(김명자) 선생님의 경우 연습실에서 실제로 뵙기도 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우아하고 상냥하면서도 그 뒤에 단단한 내면이 자리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외유내강’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달까요. 연기할 때도 그런 모습을 녹여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꿈의 무대, ‘What I’d Say’


 

[2023 시스터즈]이시스터즈(유연,이예은,신의정).jpeg

 

 

연습 중 실제로 김희선(김명자) 선생님을 뵌 적이 있다니, 그때 선생님 반응이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바니걸스의 고재숙 선생님과 이시스터즈 김희선(김명자) 선생님이 연습을 보러 오신 적이 있어요. 마침 제가 김희선(김명자) 선생님을 연기하고 있을 때였는데,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죠.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기도 하고 신경도 쓰였는데 다행히 많이 좋아해 주시고 격려도 해주셨어요. 선생님이 한창 활동했던 시절에 있었던 여러 에피소드도 들을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과는 정서가 많이 다른 옛 무대를 재현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나요?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하지만 아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선배님들이 이미 한번 보여줬던 무대를 다시 선보이는 거니까 어떤 면에서는 수월하기도 했습니다. 무언가를 더하거나 빼는 게 아니라 그분들이 갖고 계셨던 에너지와 그 당시의 분위기, 의상과 소품 하나까지 세세하게 고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때의 선배님들만큼은 못 해도, 반 이상은 해내자는 마음으로 모두가 임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연습실 뒤쪽에 사진을 엄청 많이 붙여놨었어요. 그 당시의 의상과 무대 모습을 보면서 연습을 계속했죠. 연습할 때는 사진으로만 보던 의상을 이제 저희가 무대 위에서 실제로 입고 공연을 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배우님은 <시스터즈>에 나오는 팀과 노래를 원래부터 알고 계셨는지도 궁금해요.

 

잘 몰랐어요. 솔로로 오랫동안 활동하신 윤복희 선생님이나 인순이 선생님은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그분들이 계셨던 코리안키튼즈와 희자매는 잘 몰랐어요. 저고리시스터나 김시스터즈, 이시스터즈, 바니걸스도 마찬가지고요. 그래도 귀에 익은 곡들은 좀 있었어요. 저고리시스터의 멤버 박향림의 ‘오빠는 풍각쟁이’나 이시스터즈의 ‘울릉도 트위스트’는 누가 불렀는지는 몰라도 곡은 익숙했던 경우예요.

 

 

그럼 <시스터즈>의 음악 중 배우님이 가장 좋아하는 곡을 소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맡은 역할의 노래는 다 좋은데요, 그래도 역시 ‘What I’d Say’를 꼽고 싶어요. 사실 이 무대는 <시스터즈>에 출연하기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영상을 여러 번 돌려 보며 어떻게 저 시대에 저렇게 멋진 무대를 할 수 있었을까 감탄하곤 했죠. 그런 무대를 제가 재현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쁘고 영광입니다. 정말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했어요.

 

이시스터즈의 ‘울릉도 트위스트’도 좋아해요. 작품에서 그 노래를 할 때 현대와 과거가 교차되는 연출이 나오는데, 그 부분이 정말 참신하다고 생각해요. 멜로디와 가사가 쉽고 재미있다는 것도 매력이에요.

 

 

 

모든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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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님이 직접 소개하는 <시스터즈>의 매력을 듣고 싶습니다.

 

매력이 많은 작품인데요, 일단은 음악을 꼽고 싶어요. 오래된 음악에 편견을 가진 분도 계실 텐데, 저는 오히려 요즘 시대와 달라서 더 유니크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가사의 깊이와 정서도 남다르고요. 이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분들은 새로운 음악을 알아간다는 마음으로, 이 시대를 기억하시는 분들은 향수를 느끼러 공연을 보러 오시면 좋겠습니다. 


배우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에요. 특히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면 꼭 보러 오세요. 백스테이지가 전쟁터라고 할 만큼 의상 체인지가 엄청 많거든요. 짧게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앞 장면과는 다른 옷을 입고 등장하니까 그런 부분을 놓치지 않고 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연령대에 구애받지 않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라는 점도 자랑하고 싶어요. 저는 아직 객석에서 공연을 보진 못했는데, 객석에서 공연을 관람하신 다른 배우분이 정말 재미있었다는 후기를 들려주었어요. 특히 주변에 어르신들이 아는 팀이 나올 때마다 반가워하시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대요. 

 

 

연기를 하며 그 시절 시스터즈들에게 공감할 때도 있나요?


알면 알수록 그 시절 선배님들이 어땠을지 상상도 잘 안 될 때가 많아요. 어떻게 연락 수단도 마땅치 않던 시절, 나이 어린 소녀들이 부모와 떨어져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 가서 그렇게 장기 공연을 할 수 있었을까요. 체계적인 홍보 수단도 없던 때 열정만으로 무대에 뛰어들었다는 것도 대단해요. 나라면 할 수 있었을까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죠. 그분들을 연기하며 저에게도 자부심이 생기는 느낌이에요.


한편으로는 예술가란 그런 경험과 사연이 자기 몸에 쌓여야 무대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 면에서는 공감이 되기도 합니다. 

 

 

배우님도 중학생 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꾸셔서 일찍부터 많은 노력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저는 그런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너무나 영광이죠. 저도 꿈을 일찍 찾은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어릴 때부터 프로로 활동했던 건 아니니 10대 때부터 본격적으로 무대에 올랐던 선배님들에 비할 바는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린 나이에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했다는 점이 스스로도 좀 기특하다고 생각해요. (웃음) 

 

 

<시스터즈>처럼 훗날 2010년대 한국 뮤지컬계를 회고하는 작품이 만들어진다면, 배우님은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요?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요. 저도 연기를 하면서 선배님들이 어떤 마음이실까 생각을 하곤 해요. 나중에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연기한다면 어떨지도 궁금하고요. 지금으로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노력했던 배우, 흔들리지 않고 해냈던 배우, 진솔한 배우로 기억되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공연을 보러 와주신 관객분들한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려웠던 시절, 오로지 열정 하나로 무대를 채웠던 가수들에게서 저는 감동과 소름을 느꼈는데요, 관객분들도 저와 같은 감정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문화생활이 젊은 세대의 전유물은 아니잖아요. 부모님, 조부모님과 함께 오셔서 즐겁게 관람하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사진제공: 신시컴퍼니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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