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B와 D, 그 사이 C [도서/문학]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 알려준 두 번째 교훈 - 사랑
글 입력 2023.09.1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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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배운 또 다른 교훈은 ‘사랑의 힘’이다. 내가 이야기하는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너무 뻔하게 느껴질 수 있다. 죽음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사랑의 힘이라니. 하지만 “힘들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라는 유명한 말처럼, 원론적인 이야기가 가 큰 힘을 준다.

 

모리는 상반됨의 긴장에 해 설명할 때, 언제나 이기는 쪽은 사랑이라고 이야기하며 사랑의 힘을 주장한다. 또한 모리는 루게릭병으로 인해 서서히 몸이 굳어가고 죽어가고 있음을 느끼지만, 주위에 자신을 찾아온 수많은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이 보내주는 사랑이 있으므로 행복하다고 한다. 이처럼 사랑은 환경을 이겨낼 만한 힘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사랑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도 믿기 어려운 세상에, 눈에 보이지도 않는 추상적인 마음을 믿고 살아가라는 말은 따르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모리는 끝까지 사랑을 믿으라고 이야기한다.

 

“눈에 보이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때, 느껴지는 것을 믿어야 한다”며 어둠 속에 있거나 뒤로 넘어지고 있을 때마저도 상대방의 사랑 혹은 상대방을 향한 신뢰 등 느껴지는 것을 믿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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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바닥을 치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사람마다 정도는 상대적이겠지만, 인생 곡선 중 내려가는 지점은 모두 존재한다. 나는 중학교 1학년이 그런 시기였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가, 마치 엄청난 사람이 된 듯한 자아 도취감과 사춘기 감정이 어지럽게 뒤섞인 시기였다.

 

어린 감정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에도 친구에게 상처를 줬던 일이 떠오를 때면 스스로가 부끄러워 끝없는 자책이 이어다. 또한 안 좋은 기억은 생각하지 않으려는 자기방어적인 기질이 강해서인지 어느새 희미해진 상처를 받았던 당시 기억은 한 번씩 떠오를 때마다 애써 외면하며 잊고자 노력한다.

 

모리가 언제나 사랑의 힘이 이기며 느껴지는 것들을 믿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중학교 1학년 때의 내 모습이 생각났다. 사실 상처를 준 것보다 받은 것이 훨씬 크게 느껴져서일까. 소수이지만 특정한 친구들이 나를 매우 싫어했던 경험이 잊히지 않다.

 

어렸을 때는 장난을 치는 것이 친함의 증표이자 관심의 일종이라고 이야기들 하지만, 나는 그 경험들이 결코 달갑지 않았다. 매사에 웃음이 많은 편이어서 중학교 1학년 때 역시 전반적으로 항상 웃으며 많은 친구 잘 지냈지만, 그 시절로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으며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에 대한 원망이 지금도 강한 건 아니다. 나는 그 사람들에 대한 원망보다 당시 14살이었던 나에 대한 안쓰러운 감정이 더욱 강하다. 모리의 말처럼 내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느껴지는 것을 더욱 믿었다면. 주위의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보내는 사랑과 응원을 더욱 믿었다면. 굳이 가면을 쓴 것처럼 상처를 받았음에도 받지 않은 척 지내진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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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뒤에 있는 상대방을 믿으며 뒤로 넘어지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대부분 넘어지다 넘어지는 것을 멈춰버렸다고 한다. 뒤에 있는 상대방을 믿지 못해서 일 것이다.

 

중학교 1학년 때의 나는 앞선 실험 결과에 해당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끝내 완전히 넘어지지 못하고 느껴지는 것을 믿지 못해 홀로 서 있는 사람의 쓸함을.

 

우리는 죽음과 같이 뒤로 넘어지는 것, 중간에 걸려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홀로 휘청이며 버티는 것보다 같이 넘어지더라도 함께 사랑으로 이겨내는 것이 더욱 건강한 일이다. 

 

그러니 다음에 넘어지게 되는 일이 생긴다면, 눈에 보이는 것들이 믿어지지 않을 때가 온다면, 느껴지는 것에 집중하자. 주위 사람들이 본인을 향해 보내오는 사랑을 믿어보자. 넘어지면 어떻나. 언젠가 사랑의 힘으로 다시 일어날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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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와 D 사이에는 C가 존재한다. 알파벳 원리에 따른 당연한 공식은 삶에도 적용된다. 생(BIRTH) 사(DEATH) 사이에는 선택(CHOICE)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데 항상 두 가지 갈림길을 마주하게 된다. 앞서 이야기했던 ‘시름시름 죽어가거나 남은 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 ‘느껴지는 것을 믿거나 믿지 않는 것’이 그 예시이다.

 

우리의 삶은 두 갈림길에서 선택한 것들의 결과로 이뤄진다. 그만큼 우리의 삶에 선택이란 시작과 끝 사이를 관통하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삶이 아름다워지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까. 세속적인 것들로 인해 인생에 있어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가에 대해 혼란스러워지곤 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모리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리 덕분에 나는 조부모님의 죽음이 한결 편해졌다. 모리는 그만큼 내게 좋은 친구이자 감사한 스승이 되어주었다. 미치는 화요일에만 모리를 만날 수 있었지만, 지금의 우리는 모리를 월화수목금토일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만나볼 수 있다. 그 점이 사실 이 책을 읽은 뒤 가장 마음에 드는 사실이다.

 

 

[이도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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