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전히 누군가의 롤 모델로 무대 위에! 쇼뮤지컬 '시스터즈'

글 입력 2023.09.1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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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면 외우게 됩니다.

이난영, 김숙자, 윤복희, 김명자, 고재숙, 김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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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쇼비즈니스 역사를 '시스터즈'와 함께 보다!


 

저고리 시스터즈, 김시스터즈, 이시스터즈, 코리안키튼즈, 바니걸스, 희자매... 솔직히 말하자면 잘 알지 못했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진행자의 말처럼. 96년생인 나에게 머나먼 역사 속의 이야기였다. 얼핏 TV 속에서 들은 적은 있었어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도 같다.

 

그래서 본 공연이 끝나고 이 리뷰를 쓸 때, 무대 위에 소개된 시스터즈의 이름을 외우고 있는 나를 보며, 본 공연의 미덕은 충분히 채워지지 않았나 싶었다. 함께 공연을 본 어머니는 공연장을 나서며 말씀하셨다. '대한민국 여자들 대단하지!'라고.


본 공연은 '모큐멘터리'형식의 쇼뮤지컬로 하나의 주인공을 따라가며 서사를 쌓아가는 북 뮤지컬과는 전혀 다르다. 정해진 주인공이 무대 위에 있지 않고 대한민국 쇼비즈니스의 역사가 하나의 큰 줄기로 각 시대의 주요 꼭지를 차지하는 걸그룹들이 소개된다. 이러한 형식이기에, 연기하는 배우들 역시 확정된 배역이 아니라, 모두 멀티 롤로 무대 위에 등장한다. 생소한 형식 중 하나이지만, 본 공연이 갖고 있는 형식적 특성이기에 도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본 공연에서 조명하고 싶은 것은 시스터즈들의 존재 그 자체이니 말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나아가는 K-POP의 시작점에 위치했던 시스터즈들의 모습을 보며, 선구자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저고리 시스터즈의 멤버이자, 우리나라 첫 번째 걸그룹 프로듀서인 이난영, 그런 이난영이 프로듀싱한 그룹인 김시스터즈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하며 세계에서 활동하고, 미군의 이동 경로에 따라 해외 투어를 다녔던 코리안키튼즈, 우리나라 쇼비지니스의 중심이었던 미 8군에서 전국으로 그들만의 화음을 선보였던 이시스터즈, 그들을 롤 모델 삼아 등장했던 바니걸즈와 희자매들까지. 시스터즈들의 시대는 시간순으로 흘러가지만, 그들은 이후 세대에게 계속 영향을 주었다. 30년대부터 70년대까지. 그리고 어쩌면 지금까지.


시스터즈들은 시대를 지나갈 때마다, 조금씩 인연처럼 스쳐가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그것은 아마도 이후 세대로 이어가는 중간 지점의 장면을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이 있다. 이후 바니걸스가 될 고정숙, 고재숙이 TV 속의 이시스터즈들을 보며 '우리도 저렇게 되자!'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이처럼 선구자가 된다는 의미는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고 가이드가 됨에 있다. 시스터즈들은 그 당시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을 시도했고, 그것은 이후 세대들에게 그만큼 더 나아가도 된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미니스커트처럼 그 당시의 파격적인 의상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과거 시스터즈들이 걸어온 길은 이후 세대에게 이정표가 되는 것이다. 최근 가수 이효리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엄정화와 김완선을 보며 계속 활동할 수 있고 미래도 창창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뮤지컬 무대 위 나레이션으로 깔리는 아직도 현역이라는 윤복희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생각했다. 70대라는 나이대를 생각하면 보편적으로 갇히는 것들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77세의 나이에도 무대 위라는 윤복희 선생님의 말씀은 그 나이대에도 계속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길을 보여주고 계셨다.

 

이렇게 멋진 시스터즈가 있었다는 사실을 본 공연으로 알았고, 치열하게 길을 개척해온 그들의 여정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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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무대, 커튼콜 촬영 가능, 공연장 내 셀카 촬영은 금지


 

 

쇼, 쇼, 쇼, 그리고 드라마!


 

본 공연은 쇼뮤지컬인 만큼, 모든 장면들의 포인트는 다뤄지는 걸그룹들의 주요한 무대를 쇼로 보여줌에 있다. 이러한 부분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공연을 하는 과정 속에서 드라마들이 담긴다.

 

이난영의 아리랑과 폭탄 소리 속 연습하는 김시스터즈, 가난했던 윤복희의 어린 시절과 해외 투어 속에서의 생활, 화음을 쌓을 멤버를 꾸리고 히트곡으로 만나게 된 이시스터즈, 한 평생 함께 노래했던 쌍둥이 바니걸스의 탄생, 희자매 인순이가 홀로 서게 되는 과정까지. 중요하게 선보이는 무대 속 감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 그들의 드라마를 쌓고 무대에서 뿜어낸다. 현재도 충분히 좋지만, 이 부분이 창작 초연인 본 공연이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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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대에서 70년대를 100분 안에 다룬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현재의 구성이 가장 최선의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관객으로서 좀 더 보완이 되면 좋겠다는 부분이 딱 드라마에 있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그리고 주인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작품의 형식상, 드라마가 담기기 어렵지만, 해당 작품 속 애잔하고 치열하게 살아온 삶이 더 격정까지 올라가진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삼자가 시스터즈의 삶을 모두 설명하면서, 그들의 복합적인 감정들이 드러났다가도 금방 무대 위에서 회복한다. 물론, 이 부분이 의도였을 수 있다. 쇼뮤지컬인 만큼 즐거워야 하니까! 그렇지만 무대 위에서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쇼에 집중하여 이겨내는 모습이 더 멋있어지기 위해 좀 더 드라마적으로 그들의 삶이 다가온다면, 꾸욱 참아냈던 감정 뒤로 찾아올 그들의 무대가 더 벅차게 느껴질 것 같았다.

 

그들의 무대에서 눈물을 흘리고 나온 관객으로서 더 멋져질 시스터즈의 무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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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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